2005.5.6 날 딥다 춥다
껑충껑충, 명륜동 골목을 뛰어가고 있는데 띠르릉, 차모씨한테서 전화가 왔다.
"꽃미남 소개시켜줄까?"
차모씨가 대뜸 그랬다. 그래서 뭔가 잘못 들은 것 같아서 수저로 귓밥을 팠다. 두 수저가 나왔다, 얄미운 귓밥. 약간 피도 섞였다. 차모씨가 이어 말했다.
"정말이라니까. 내일 어때?"
계속 귓밥을 파고 있는데, 피도 섞여 나오는데, 차모씨는 자꾸 똥 마려운 목소리로 '정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 게이토끼는 귓밥을 파며, 계속 껑충껑충 명륜동 골목을 뛰어가다가, 잠시 좀비처럼 걸음을 멈추고 10초간 빵굼터 가게 유리창으로 내 모습을 보다가 화딱지가 나서 외쳤다.
"안 믿어! 나, 인기도 없고 맨날 그런 거 실패만 하는 거 알잖아. 안 믿어."
이 게이토끼는 아주 착해서 나 자신을 잘 믿지 않는다. 차모씨가 '그런 패배주의적인 생각으론 아무것도 못해!'하고 윽박질렀지만, 안 믿겨지는 걸 안 믿겨진다고 말하는데 왜 홍시맛이 나냐고 자꾸 따지면 정말 할 말이 없는 거지.
전화를 끊고, 피가 묻은 귓밥을 '명륜동 엽기토끼'가 지 구역에 싸놓은 똥무더기 위에 던져놓았다. 안 믿어. 그리고는 토끼풀을 뜯어 먹으러 더러운 수저를 궁뎅이에 문지르며 깡총깡총 언덕 위를 올라갔다.
젠장, 안 믿어. 이젠 눈물도 안 믿어.
탁탁, 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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