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chorro/Bear Cub, Miguel Albaladejo, 스페인, 2004
Bear Cub, 말 그대로 곰 새끼.
헐리우드 게이물을 너무 먹었을까요? 스페인 특유의 감상적 맬러도 아닌 것이, 느글거리는 헐리우드 시트콤도 아닌 것이 묘한 줄타기의 흔적. 뭐, 이 작품의 영화적 완성도는 그리 뛰어나지도 그리 낮지도 않은, 그럭저럭 볼 만한 정도.
특이하다면, 게이 커뮤니티의 베어 문화를 적극 재현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쭉쭉빵빵, 늘씬 꽃돌이만을 주 대상으로 하는 게이 맬러물에 비해, 베어 게이의 맬러는 보기가 무척 힘든 편이지요. 마치 이 영화는 베이 게이를 위해 만든 거야, 하고 작심한 것처럼 화면 전면에 베어들을 대거 출연시키고 있습니다. 첫 장면부터 거구의 게이들이 섹스하는 장면부터(발기된 성기까지), 쿠르징 공간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하지만 이 영화가 주되게 다루고 있는 내용은 hiv 포지티브인 주인공과 9살짜리 조카와의 사랑입니다. 누나가 인도 여행가는 바람에 덜컥 맡게 된 사내 조카 아이. 그러나 곧 사단이 납니다. 누나가 인도에 가서 마약을 하는 바람에 감옥에 투옥되고, 결국 주인공은 조카와 살게 되지요. 친아들처럼 조카를 사랑합니다만, 조카의 친할머니는 주인공이 hiv 포지티브라는 걸 내세워 조카를 빼앗게 됩니다.
자칫 신파로 흐를 수 있는 내용을 차분하게 풀어내려는 의지는 돋보이지만, 정작 어디에 포커스를 맞춰야 될지 우왕좌왕하고 있는. 그럼에도 베어 게이 문화를 적극적으로 재현한 점은 높이 살만한 것 같습니다.
트레일러
http://www.tlareleasing.com/bearcub/trailers/BearCubTrailer_Largest.wmv
베어
베어 게이 문화는 게이 커뮤니티 안에서 어떻게 게이들이 자신의 몸을 심미화하고 '취향의 공동체'를 꾸려나가는지를 보여주는 키워드 중의 하나입니다. 취향의 다양성에 대한 심미적 시위들. 여타 다른 나라의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 때 트럭을 집단적으로 몰고 섹시하게 나타나거나 맨선두에 나서는 베어 게이 그룹의 파워는 때론 격정적이기까지 하죠.
한국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기를. ^^
지금 혜화동 어딘가에서 2005년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를 위해 땀 흘리며 춤 연습에 임하고 있을 친구사이의 멋진
도토리-오두막 베어 커플을 위해, 2001년 베어 프라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