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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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2005-04-08 19:54:44
+5 1287
어느날 갑자기 옛생각이 날때가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지나버려 남몰래 감춰두었던 기억들이.

그것이 제각기 사람에 따라서 현재까지 지속되는 상황인 경우도 많겠지만
한때는 가슴 저리고 간절한것들 이었으나
이제는 너무 짧고 누추한 청춘시절의 한장면으로, 저 혼자만의 기억으로 남아있는이도 있습니다.

내게 아주 오래된 영화의 한장면처럼 아련하게 기억되는것 중에 파고다 극장이 있습니다.
어쩌다가 그곳에서 묘한 장면을 발견하고서
나도 모르게 그장면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던 옛기억들이.....

이세상엔 남자와 남자로써 에로스를 포함한 애정방식이 존재하고
그것이 특정한 이들에게는 은연중 합의하에 발생 한다는것을 알았을때의 충격과
나 역시, 본능으로 그런감정에서 벗어난 사람이 아니란것을 알아챘을때 의 당황스러움,
그리고
난감한 그곳을 쉽게 잊어 버릴수없어서
수치감속에 기존의 윤리의식들이 관념과 뒤범벅이 된채, 많이도 흔들렸던 젊은날 말입니다.

그곳에서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적당히 신분을 감추고
때로는 내 깊숙히 내재된 감정마져도 요령껏 꾸며가며 사람을, 아니 남자와 가까이 하고 더듬고,
아쉬움속에 젊은욕구를 같이 호흡했던 짧은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이래도 되는건가....내가 이럴수 있는건가....하면서도
단호하게 내동댕이 치지못하고 서성였던 파고다 극장의 풍경속에 젊었던 시절의 내가 있었습니다.
그게 벌써 이십여년전 의 일이군요.
그렇게 이삼년간을  그 극장주변을 방황하듯 서성이고 나서야 , 나는 겨우 돌아설수 있었습니다.

이게 아닌데....내가 이럴순 없는데.....하다가
결국 모진맘으로 용기를 내서 돌아섰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번 돌아서고나니. 너무나 쉽게 다신 뒤돌아보지 않을수 있었습니다.
아마 그동안에느꼈던 그동네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내안에 자리잡고있던 사회통념을 받아들임으로써 탄력을 받은셈입니다.
그리고 깨끗히 잊어 버렸죠,
다시는 파고다 극장 근처를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십여년이 지나고,  이제 나도 나이들어 지난날을 회상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까
젊었던날 스치듯 잠깐 만나 어줍잖은 속내를 같이 드러내고, 서로를 더듬었던 그시절의 나도
결국은 부정할수없는 내모습들 중에 하나 였다는점을 인정하게 됩디다.
그리고
그시절 스쳤던 사람들의 기억들이 하나씩 들춰질때,
당시 그사람들이 무슨말을 한다해도 절대 믿지않았고, 또한 나를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던 수줍은 젊은날의 내가
안쓰러우면서도 한편 어리석은 청춘의 부족한 모습, 그대로가 귀엽게도 추억됩니다.

가끔 그때 그사람들이 지금은 어떻게들 살고있을까.....공연히 궁금도 해지는데
더러는 메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인이 되어있는게 뵈고.
더러는 여전히 그런 옛날분위기속에서 팍 삭은 사람도 있을것이라 짐작되지만
그런 현재상황들과는 별개로. 서로 어쩌다가 어울렸던 청춘시절의 하룻밤들이 애꿎게 마음 저리고
낡은영화의 한장면처럼 내 눈앞에 그려질때도 있습니다./

그시절은 통행금지가 있었습니다.
밤 열두시가 넘으면 거리를 나다닐수가 없던 시절이었죠.
어쩌면 수상한 우리들은 그점을 노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극장에서 머뭇 머뭇거리다가 어둠속에서 서로 손을 잡게되면 같이 차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고
결국은 하룻밤을 여관에서 지내게되는 코스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날이 밝으면 언제 다시 만날약속 같은것도 없이 각자 돌아섰습니다.
마치 당연히 그래야 되는것처럼.

그리고는 바로 바로 잊어버리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지요.
생각하면 얼마나 삭막하고 짧은 만남들 이었던지.....
그때  마음과 속살을 더듬었던 사람중에는 서로가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었고.
자존심 때문에 차마 말은 못했지만
못내 그리워서 몇달을 혼자 마음 아파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그럴순 없지....내가 이상한 감정의 인간이 될수는 없는거야....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여 가뒀던 시절 이었습니다.
지금처럼 게이가 사회인식을 갖출만한 시대가 아니었으니까.
아예 게이라는 개념자체가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저 낯선 남자들끼리 통행금지 상황에 걸려서 어울린다는 핑계가 오히려 고마웠습니다.
하긴 친구들끼리 키득이며 수음을 함께 하는듯한, 어떤 공범의식 같은것으로도 우린 충분 했으니까요.
막차를 놓치면 버스정거장에 남아있던 모르는 남자들끼리 돈을 거둬서
통행금지가 해제될 시간까지 여인숙에 함께 들어가는 풍경도있었던 그시절은, 그만큼 순박하고 정겨운면도 있었습니다.
이제 그것들마져 참 아득한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군요.

얼마전에 종로2가를 지나다가 한번 그 시린 기억의 골목을 들어가 봤더니만.
이젠 파고다 극장도 없어지고 무슨 고시원으로 나뉘어져 있습디다.
옛날 그극장은 규모가 꽤 큰곳으로 기억이 생생한데.
시대가 바뀌니까 내 부끄럽고 마음시린 장면들과 함께했던 장소마져 사라지고 만것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허전 해지는것은 또 웬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나이에 따라 관점이 달라지는면도 있겠지만.
사회인식은 최근 이십여년동안에 참 괄목할만한 변화를 겪어온것 같습니다.
거기에는 물론 장단점이 있겠죠.
내 젊은날은  hiv 같은 치명적인 바이러스도 없었고,  사람들도 그렇게 구분되는 티를 내는 분위기도 없었습니다.
그땐 일반남성들도 여성이 아쉬운 상황에서는
그저 짓궂은 장난같은 생각으로 남자끼리의 성행위도 어지간한것은 묵시적으로 허용하는 분위기도 있었어요.
지금처럼 특정성향인에 대한 거부감같은것 자체가 아예 만들어지지도 않았던 시절이었던 셈입니다.
그런점에서 사회생활이나 일반인과 어울려 살아가는데도 별다른 지장이 없었죠.
그런데 요새는 개념들이 분명해지다보니까 , 구분이 또렷해지는게 오히려 불편으로 뒤따르는 세상같습디다./

오랜만에 이런 카페에 들어와보니
감출것도 없이 지난기억에 남아있는, 이쪽동네을 지나가던 젊은내모습이 아릿하게 떠오르고
지금은 사라져버린 씁쓸한 파고다 극장의 분위를 떠올리게되서, 생맥주 한잔에 취한기분으로 한번 적어봤습니다.
아직도 들어내지 않았을지 모르는 내 속마음에는,
사내의 정감과 속살을 만지며, 각자 자기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싶은 무엇을 놓지않은걸 알아채면서........




(지난해 다른곳에 쓴것인데  새삼 눈에 뜨여 이곳에 옮겨본다.  이런 7.80년대 아나로그 세대의 정서가 요새 눈으론 어찌 뵈일지 모르겠다 )






차돌바우 2005-04-08 오후 20:11

그래도 선배님들의 그런 아픔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들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자와 2005-04-08 오후 23:38

지금의 우리들이 있는 것은 앞에선 그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것들이 아픔이라고도 생각되지 않아요..아나로그 세대가 디지털 세대를 보는 시각이라서 그런거라고 생각해요..어른들이 요새애들은 왜 그러나 우리때는 안 그랬는데 하는것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구세대의 신세대에 대한 비판섞인 불평불만같은 거죠..세.대.차.이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그 숫자를 넘어서는 일이 참 어려운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의견을 씨부려 봤습니다...친구사이 회원으로서의 의견이 아니라 이자와 본인의 주관적인 생각임을 확실히 어필합니다...오해하지 마세요
**삭제 요청 절대사절**

ㅋㅋㅋ 2005-04-09 오전 01:17

나름대로 있는그대로를 쓴듯 솔직담백한 글이구만 뭔 야그들인지 모르겠네. 내가볼땐 아픔을 알아달라는거두 아니구 누구헌테 불평불만 하는것두 아닌거같은데 위에 두사람은 뭘 그런댜~~? 글구 차이는 차이대루 두는게 같이사는 자유세상이자녀~~ 고렇게 헛짚구서 속보이게시리 세대까지 들먹이며 삐질것까지 없지이잉~~~ ㅋㅋㅋ
한살차이 우리형하구두 세대차이 느끼는판에. 자기와 꼭같은 세대하구만 사는것처럼 하믄 안되지이잉~~~ ㅋㅋㅋ

ㅋㅋㅋ 2005-04-09 오전 01:25

나름대로 있는그대로를 쓴듯 솔직담백한 글이구만 뭔 야그들인지 모르겠네. 내가볼땐 아픔을 알아달라는거두 아니구 누구헌테 불평불만 하는것두 아닌거같은데 위에 두사람은 뭘 그런댜~~~ 글구 차이는 차이대루 두는게 같이사는세상 이자녀~~~ 고렇게 헛짚구서 속보이게시리 세대까정 들먹이믄서 뾰로통 할것까진 없지이이잉~~~~ ㅋㅋㅋ
한살차이 우리형하구두 세대차이를 따지는판에, 자기와 꼭같은세대하구만 사는것처럼 하믄 안되지이잉~~~ㅋㅋㅋ
우리라구 맨날 이나이로 살것도 아닌데 말여~~~~ㅋㅋㅋ

damaged..? 2005-04-09 오전 10:27

사실 파고다 없어진 지 얼마 안 됐다는 걸 고려하면, 사하라님보다 젊으신 분 중에서도
거기 가보신 경우가 없진 않을 걸요? 암튼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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