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연도별 기사
[182호][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50 : 할레드 호세이니, <연을 쫓는 아이> / 문집 합평 이야기
2025-09-03 오후 17:38:39
10381
기간 8월 

 

[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50

: 할레드 호세이니, <연을 쫓는 아이> / 문집 합평 이야기

 

 

 

XL.jpeg

 

: 할레드 호세이니, 왕은철 옮김, 『연을 쫓는 아이』, 현대문학, 2022[2003].

 


안녕하세요. 책읽당 총재 윤입니다. 소식지에 몇번 글을 적어본적은 있지만 책읽당 대표가 되고 처음으로 소식지에 글을 쓰게 되어 부담이 됩니다. 그래도 재밌게 읽어 주세요.

 

소식지를 접하시는 분들이라면 책읽당이 어떤 곳인지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혹시 모르실 분들을 위해서 책읽당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릴게요. 책읽당은 친구사이 소모임으로 한 달에 두번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책읽당은 대표를 총재, 회원을 당원이라고 부릅니다.

 

책읽당이 8월에 읽은 책은 <연을 쫓는 아이>였습니다. 책읽당은 당원분들이 읽고 싶은 책을 직접 선정해서 모임을 꾸립니다. 그래서 <연을 쫓는 아이>는 용님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25년도에 모임에선 발제를 두 번 맡아주신 분들이 계신데 용님과 장미님입니다. 근데 두 분 모두 제가 싫어하는 500쪽 이상의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책을 골라주셨어요. 죽여버려… 여담으로 빅터님께 발제를 부탁드렸다가 700쪽이 넘는 코스모스로 모임을 진행하고 싶다는 농담에 발제 부탁을 취소했죠.

 

아무튼 처음 그 방대한 양에 위축되어 읽은 <연을 쫓는 아이>는 처음에 나오는 낯선 주인공들의 이름과 다른 나라 문화가 익숙해질 쯤 어느 순간부터 몰입해서 읽은 소설이었습니다. 내용은 스포가 될 것 같아 다 말씀드릴 수 없지만, 계급사회에서 서로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주인공과 인물들의 이야기가 수많은 선택 속에 놓여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내고 그 결과에 아쉬움이 남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거니 하며 안쓰러운 마음이 들다, 결국에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질문을 하게 됩니다.

 

어떻게 사는 게 옳은 삶인가라는 질문보단 그냥 사는 게 답인 건가요? 책읽당은 늘 저에게 많은 질문과 생각을 남기고 답은 주지 않습니다. 매우 불친절한 모임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늘 문득 어느 순간 갑자기 다른 참여자분의 대답이나 책 속에서 약간의 실마리를 발견합니다. 이번 모임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하고 그 속에서 각자의 답을 이야기하고 어느 순간 차곡차곡 깨달음이 조금씩 쌓아지고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

 

결국 책읽당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쯤 존재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십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모자란 우리 수다쟁이들은 다른 작당모의를 합니다. 바로 문집입니다. 한가지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대해 다양하고 색다른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소설과 에세이 자유롭게 형식을 가지고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데, 이번 연도 주제는 욕망이였습니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욕망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근데 알아두셔야 할 건, 쓰고 끝이 아닙니다. 글이 나오기 위해서 여러 과정을 거치는데 그 과정 중 하나로 합평을 합니다. 합평은 글을 쓰고 난 후 다같이 읽어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책읽당 안에서 합평을 하기도 했고 외부에 글을 공개해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이번 달에는 마지막 합평 시간을 가졌는데, 특별히 작가님을 초대해 보다 더 전문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초청에 응해주신 작가님은 김현 작가님이였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사실 처음 작가님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합평 작가님 섭외에 난항을 겪고 있을 때 우연히 친구사이 회원이신 철민님의 도움을 받아 작가님께 연락을 드렸고 너무도 흔쾌히 합평 작업을 수락해주셨습니다. 합평 모임을 위한 작가님을 섭외하면서 책읽당을 이해하고 아시는 작가를 섭외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제 생각에 책읽당에서 글을 쓰고 문집을 내는 것은 단순한 글쓰기 작업이 아닌 자신을 드러낼 용기를 내고 어딘지 모를 곳에 한 발짝 나가는 행동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추상적으로 말하는건 저도 2번의 문집을 내는 경험을 했지만 아직도 정의내리지 못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만을 알기 때문입니다. 암튼 이런 걱정은 작가님이 쓰신 책 <우리 반에도 있다>를 읽고 사라졌습니다. 다음에는 꼭 이 책으로 작가 초청 모임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9791155251799.jpg

 

 

 

속이 시원한 상처였다….
그 흩어진 마음을 그러모아 일기장에 적었다. 내 책상 위의 천사는 일기장이었다. 날개를 펼치듯 일기장을 펼치면 말하지 못할 것도 없었고, 말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더 멀리 갈 수 있었다.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진실을 쓸 방법은 내가 쓰는 글을 누구도 읽지 않을 거라고 가정하는 것이라고 썼으나, 나는 누구든 내가 쓴 걸 읽어 주길 바랐다. 알아주기를 바랐다.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당신들이 아무 일도 없고 믿는 지금에도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들려주고 싶었다. 사실이었으니까.

 

- 김현, 『우리 반에도 있다』, 낮은산, 2025, 부분

 

 

 

작년 24년은 너무도 뜻깊은 한 해였습니다. 친구사이 내에서 참여한 모든 글쓰기에서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지보이스 가사 작사 공모에 1등을 해 제가 작사한 곡이 무대에 오르기도 했고, 책읽당에서는 표제작에 선정되어 문집의 제목으로 낭독회를 진행한 그 해에 누릴 수 있는 개인적 기쁨을 모두 누렸습니다. 근데 인간 겸손보단 경솔이 앞선 나라는 사람으로서, 어깨 뽕이 커져 이번에 쓴 글은 자만심으로 글을 쓴 것 같습니다. 아니 싸질러 놓은 것에 가까웠습니다.

 

그 결과 모두 읽은 합평에서 작가로서 신경써야 될 부분을 놓쳐 큰 민폐를 끼치기도 하고, 다 같이 모인 합평자리에서 부끄러움으로 가득 찼습니다. 이 부끄러움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몰랐는데 작가님과의 합평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쓴 글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작가님의 말에, 제가 쓴 글이지만 저는 그 책임감을 잊은 채 그저 자극을 쫓은 글을 쓰지 않았나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글이 똥이 될지라도 마지막 점을 찍어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시는 작가님을 보고 다시 한 번 글쓰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은 합평 시간에는 많은 깨달음을 주셨고 모임이 끝난 뒷풀이 자리에서는 감동을 주셨습니다. 사실 작가님과 합평을 하기 전에 문집을 위한 편집팀 회의가 진행됬습니다. 근데 그동안 문집을 만들며 당원들의 능력에 기대어 그들의 희생으로 문집이 꾸려지게 된 문제점이 회의 시간에 주된 토론 주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회의 시간에 저 개인에 대한 무력감도 느끼고 무능력함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됬습니다. 좋은 문집을 위해서 편집팀에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되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렇게 회의를 끝낸 뒤 문집 디자인을 일단 새로 구해보자는 결론이 났습니다. 근데 저는 책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책 편집은 더욱 모르는 주제였습니다. 그러다 뒷풀이 자리에서 편집팀 이야기가 나왔고, 디자인을 어떻게 구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늘어놓는데 작가님께서 선뜻 그러면 자신이 알아봐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너무 감사한 마음과 죄송스러움에 '작가님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며 이렇게까지 잘해 주시는 이유에 대해서 여쭤봤는데, 작가님께서는 '이런게 연대죠.' 라는 답변을 주셨습니다.

 

그 순간 눈물이 핑 돌뻔해서 '연대? 어머! 언늬 학벌 주의야?' 라며 받아쳤지만, 그것은 모임에서 제가 느낀 뜨거운 감정이었습니다. 사실 책읽당 총재를 하면서 어느 순간에 모임을 하는 이유를 잊을 때가 있었습니다. 모임을 이끌며 저의 부족함에 늘 벽을 느끼고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진것 같은 부담감이 밀려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모임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고 다 같이 만들어 가는 과정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이번에 <연을 쫓는 아이> 모임을 진행하면서 용님의 발제를 끝까지 듣지 못하고 일이 생겨 갑자기 집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장미님께 모임 뒷풀이를 부탁드렸는데, 그게 무슨 어려운 일이냐며 걱정말라고 당황한 저를 오히려 안심시켜주셨습니다. 또 두 번의 발제 모두 다 끝까지 듣지 못한 못난 저를 용님은 늘 괜찮다고 말씀해주셨고, 이번년도 소식지 모두 용님이 작성해주셔서 고마운 마음이 매우 큽니다. 소식지에 글쓰는 게 매우 힘드네요. 갑자기 부탁받고 원래 시간보다 일찍 보내달라 압박받고… 고생이 많으세요!!! 터울님ㅎㅎㅎ 그리고 늘 함께 해주는 운영진 플로우, 연우, 케투까지 물론 뒷풀이에서 가나다 순으로 뒷담화를 했지만 그래도 늘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친구사이가 책읽당에 해준 게 없다고 종종 투덜거렸지만, 사실 책읽당 앞에 친구사이를 붙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힘이 됩니다. 책읽당 모임을 위해 전태일 기념관을 이용할 때도 친구사이 소모임 책읽당으로 작성하고, 이번 문집 편집 디자이너를 구할 때도 친구사이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민영님 감사해요. 그 결과 경민님이라는 훌륭한 디자이너를 뵐 수 있었죠. 그래서 친구사이 후원 계좌는 국민은행 408801-01-242055 (예금주 친구사이) 일시후원, 정기후원 가능, 자세한 사항은 친구사이 홈페이지를 참조해주세요.

 

뭔가 깨달음으로 글이 써지고 있는 걸 보니 마무리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많은 부분이 빠진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땐 새로운 내용을 쓰겠죠. 잊으세요. 부족해도 그냥 넘어가 언늬. 책읽당은 이상한 총재를 만나 이렇게 모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니 그냥 돌아가고 있습니다. 걱정이 되신다면 친구사이 소모임 게시판에서 책읽당을 찾아 모임을 신청해주세요. 책읽당은 늘 여러분들의 걱정과 참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책읽당에 편히 오셔서 즐겁고 재밌고 짜증나는 시간을 같이 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마무리 인사를 드리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마지막까지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lineorange.jpg

 

책읽당 총재 /

 

 

donation.png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