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7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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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2]
문란하고 난잡한 돌봄으로 우리의 관계를 구하기 위해
- 2025 한국성소수자/퀴어연구학회 학술대회 ‘게이남성 돌봄이 위치한 다층적 풍경’ 후기

지난 7월 11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내에서 한국성소수자/퀴어연구학회의 첫 학술대회가 ‘전환의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열렸습니다. 친구사이가 소속단체로 참여하고 있는 ‘가족구성권연구소’는 이번 첫 학술대회에서 2023년 부터 준비하여 작년에 논문을 발표한 <다양한 몸/관계의 돌봄 드러내기: 퀴어남성을 중심으로> 연구에 대해 ‘게이남성 돌봄이 위치한 다층적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연구는 친구사이 운영위원인 김대현(터울)님(이하 ‘김대현’)이 연구자로 참여하였고, 인터뷰이(총 11명 게이 남성, 58년생~88년생 사이)로도 친구사이의 여러 회원들이 참여하여, 다양한 측면으로 친구사이와 연결되어 있는 연구이기도 합니다. 저는 발표회의 사회자로 참여하면서, 이 날 발표회 때의 주요한 이야기들과 더불어 사회를 보면서 갖게 된 다양한 생각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학회 당일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방문한 서울대학교 캠퍼스를 누비면서, 10여년 전 친구사이에서 진행한 ‘전화기로 만든 나의 첫 영화’ 두번째 시즌(게이봉박두 시즌 2)에서 제작된 영화 <시크릿>(감독: 변천)이 떠올랐습니다. 서울대학교 내에서 어플을 통해 즉석만남을 갖는 두 명의 게이 남성이 감추고 있는 비밀들이 드러나는 순간을 코믹하게 그린 퀴어단편영화였는데요. 저는 발표회 초반에 이 영화에 대해 잠시 소개하며, 게이 커뮤니티를 포함한 퀴어들이 기존 사회 내에서 비규범성을 드러내며 관계 맺으면서, 문란하거나 이상한 돌봄을 하고 있는 삶에 대해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된 것에 반가움을 드러내고자 했었습니다.

먼저 연구에 참여한 2명의 연구자가 2가지 주제로 발표가 있었습니다. 김대현님은 ‘게이 남성 돌봄의 관계성을 구성하는 커뮤니티 조건’란 제목으로 1) 90년대 초 비(이성애)혼 게이 남성의 첫 등장과 2) 그 이후 인권단체와 취미모임과 게이업소를 넘나드는 다양한 경계에서 게이커뮤니티의 구성원들의 관계 맺기와 돌봄의 과정, 3) 성적 활력이 가득한 게이 커뮤니티 문화 속에서 질병, 계급, 외모와 나이듦에서 오는 게이 커뮤니티 내의 위계 등을 중심으로 발표하였습니다. 인터뷰 참여자들의 인터뷰 구술을 드러낸 이야기 중에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이성애 결혼을 하지 않은 첫 게이 세대들이 원가족을 떠나 자신과 같은 경험과 행동을 하고 있는 게이 남성들과의 커뮤니티 생활을 ‘오아시스’와 같았다고 표현한 구절이었습니다. 이는 인터뷰 당사자의 힘든 가족 상황으로 인해 원가족과의 삶을 ‘사막’이라고 비유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발표 자료는 서술하고 있지만, 이러한 상징적 표현이 당시 이성애혼을 거부한 세대들이 커뮤니티를 경험한 당시의 만족감을 가장 잘 서술한 비유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게이인권단체, 취미모임과 게이 커뮤니티 업소 등의 현장을 경험했다 하더라도, 성적 활력이 중요한 커뮤니티의 동력이라는 가능성과 한계, 밤문화와 술문화 등이 중요한 매개체가 되는 현실 속에서 HIV 혐오, 계급, 미모와 연령 등으로 위계가 작동하는 것, 그 안에서 결국 관계맺기를 포기하거나 제한적으로 돌봄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잘 제시해 주었습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유나(나기)님(이하 ‘이유나’)은 ‘게이남성의 돌봄 양상과 정동’이라는 제목으로 기존의 이성애 가족의 안정망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게이 남성이라는 ‘나’로 살고, 파트너 또는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게이’로서, ‘호모’나 ‘변태’만으로 호명되는 것이 아닌 ‘존엄’한 존재로 살아가는 실천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그 실천을 몸소 하고 있는 게이 남성들의 정동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에이즈 위기 시대에 미국 내 에이즈 운동씬에서 ‘에이즈는 우리의 문제’임을 받아들이면서 국가와 제약회사 등에 정책과 치료를 위한 약을 요구할 수 있었던 것은, 퀴어들의 문란하고 난잡한 돌봄의 지지 체계를 스스로 세웠기에 가능했음을 설명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이성애 정상가족 내에서 퀴어로서의 삶과 존재에 대해 부정하거나 이성애 중심 가족실천을 강요하는 불합리함에서 벗어나, 혈연과 혼인 중심이 아닌 비정상적, 비규범적 돌봄을 지향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문란하고 난잡한(성애적인 것의 의미만이 아닌) 돌봄을 실천하고 있는 게이 남성의 돌봄에 주목하자고 제안합니다. 더글러스 크림프의 말처럼, 우리의 문란함이 우리를 구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이러한 양상은 인터뷰한 이들의 돌봄의 실천을 소개하는 발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게이남성들이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하는 장남 또는 남성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채우지 못하는 그리고 이성애 결혼하지 않은 것에 대한 죄책감 또는 미안함이 존재하지만, 한편으로 ‘게이 자식이 효도한다’는 게이 커뮤니티 내 구성원들의 이야기처럼, 원가족 돌봄에 대한 더한 책임감을 갖고 있는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성애 결혼을 한 다른 형제·자매와는 다른 방식으로 마음을 쓰는, 그리고 그 마음쓰는 방식의 돌봄에는 특별한 경계가 없는, 어찌보면 더 친밀한 원가족 돌봄을 실천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HIV 감염인 커플의 경우, HIV 감염인로서 존중 받는 요양 보호를 받고 있지 않은 파트너를 직접 구출해내서 돌보았던 파트너의 사례처럼, 원가족이 돌보지 않는 파트너를 게이남성인 파트너가 더 급진적으로 돌보는 사례도 설명해주었습니다. 이러한 급진적인 돌봄은 원가족과 파트너 돌봄에 국한되지 않았고, 캐주얼한 섹스를 하는 관계 속에서도 배려와 보살핌은 어떤 것인지를 상당히 의식적으로 보여주는 실천의 사례도 있었습니다. 교통사고로 인해 급하게 응급 수술을 위한 보호자에게 연락할 때, 서로의 관계의 이름을 규정하지 않은 관계라 하더라도 섹스를 나누던 사람에게 연락해서 병원에서 하룻밤 돌봄을 같이 했던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퀴어 커뮤니티 내에서 이름없는 관계, 이름없는 돌봄, 이름없는 실천들에서 다층적인 퀴어생존의 생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발표 내용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어진 연세대학교 매체와예술연구소의 김경태님의 토론은 이번 연구의 특성을 잘 정리하는 한편, 게이남성의 돌봄의 연구에서 지금 더 필요한 연구 관점에 대해 잘 정리해주셨습니다. 첫째로 이성애 결혼하지 않은 첫 세대 게이의 가시화도 중요하지만, 최근 10여년 동안 1인 가구가 증가한 시대적 맥락에 따라 비혼 게이들의 상호 돌봄 실천 확대가 주요한 부분이 아니겠냐는 의견을 더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후속연구에서는 친구사이로 대표되는 게이 인권단체 중심 공동체적·사회적 돌봄 양상 분석의 한계가 있는 만큼, 연구 표본 집단을 하위문화 모임, 취미모임, 연령별 모임 등 더 다층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세대 간 단절되어 있는 현재의 지형에서 세대 간 돌봄에 대한 필요성도 짚어주었습니다. 이에 더하여, 이름 없는 관계, 이름 없는 돌봄의 퀴어성 등이 비단 정체성에서 국한되는 것이 아닌 이상한 관계성에서 기반한 것임을 확인하고, 이러한 비규범적 관계성에 기반한 돌봄에 대한 연구, 그리고 기존의 무게감을 갖고 있는 돌봄의 논의에서 미세한 돌봄, 일시적 돌봄, 우연한 돌봄, 문란한 돌봄 등 모든 관계로 열려있는 돌봄에 대한 가능성을 다루는 후속 연구를 기대한다는 의견도 더해주셨습니다.

<다양한 몸/관계의 돌봄 드러내기: 퀴어남성을 중심으로> 연구 논문이 담긴 단행본 출간물 표지
그날 발표회는 저에게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30여년의 역사 속에서 드러내거나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의 일부나마 실증연구를 기반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였고, 게이남성돌봄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를 수행한 가족구성권연구소 및 연구자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향후 지속되어야 하는 연구나 활동은, 돌봄에 대한 다층적인 퀴어 생존의 생태계가 존재하는 관점을 기반으로, 게이 커뮤니티를 비롯하여 퀴어 커뮤니티 전반에 다층적인 실천의 양상을 여러 현장에서 수집하고 정리하면서, 동시에 그러한 관점을 알리는 공간을 지속적으로 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활동에서 다양한 실천을 하고 있는 커뮤니티와 연결되었을 때 그것을 잘 알리는 것의 역할도 필요하겠고요. 그것은 정체성의 한계를 넘어서서, 비규범적인 돌봄을 실천하고 있는 활동과 연결하면서 드러낼 때 더욱 확장될 것입니다. 또 다른 연구와 활동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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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사무국장 / 이종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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