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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ooks.hani.co.kr/section-009100003/2005/03/009100003200503251640035.html
“장애인·동성애자는 실재 아닌 발명품”


△ 우리 시대의 소수자운동 윤수종 외 지음 이학사·1만2000원

며칠 전 나는 인권 단체에서 강의 도중 “시간이 없으니, 화장실 가실 분은 각자 다녀오세요”라고 말했다. 강의가 끝난 후, 한 지체 장애인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말씀은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저를 배제한 표현이지요”. 마치 동성애자가 참석한 모임에서 “소속을 밝히고 질문해 주세요”라고 말한 꼴이었다. 나는 즉시 사과했지만, 심정은 복잡했다. 잘못은 내가 했는데도, 그는, 가해자인 내가 ‘상처’받지나 않을까 배려하면서 조심스럽게 지적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평소 내가 남성들에게 그러는 것처럼.

나는 더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지나친 죄송스러움’도 문제라는 생각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한국사회는 사회적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과 어떻게 관계 맺고 대화할지에 대한 규범과 윤리가 너무나 없다. 우리는 각자 자기만의 독특한 안경을 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이성애자-비장애인-서울 사는-중산층-성인 남성의 시각에서 구성된 획일적인 색안경으로 세상을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족, 계급 모순 중심의 전통적인 사회운동의 논리와 실천 역시 이러한 ‘정상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시대의 소수자운동>(윤수종 외 지음, 이학사)은 우리 ‘사회’와 ‘운동’ 모두에 도전한다. 이 책에 실린 성 판매자들의 여성운동(민경자),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운동(정용욱), 교도소 수형자들의 저항(최정기), 레즈비언 인권운동(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이주노동자운동(설동훈), 장애 여성 운동(김효진), 가상공간에서의 여성 성 소수자(정경운), 넝마공동체운동(윤수종)은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이다.

자연스럽다 생각하는 몸 실제론 사회적 해석 산물
게이 등 ‘소수자’ 경계는 비소수자 중심주의 결과
자신의 삶으로부터 중심을 해제·재구성해야


△  지난해 6월 19일 ’모두를 위한 자유와 평등’이란 주제로 열린 제5회 퀴어문화축제의 거리 퍼레이드에 참가한 성적소수자들이 서울 종로4가 종묘공원에서 인사동 남인사문화마당까지 행진을 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눈을 감아야 보인다. 지금 보이는 세상을 상대화할 때, 더 큰 세상이 보이는 법이다. 이 책은 우리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몸이 실제로는 사회적 해석의 산물임을 일깨워준다. 거의 모든 사회에서 장애인과 동성애자는 각각 인구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의 인권 문제는 ‘겨우’ 10%에 해당하는 ‘소수자’를 ‘보호’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이라는 경계는 비장애인 중심주의의 결과이며, 동성애자 역시 그러하다. 이들의 존재는 실재가 아니라 발명된 것이다. 즉, 규명되고 변화해야 할 것은, ‘전체 사회’이지 ‘그들’이 아니다. 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고통은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를 말해줄 뿐이다. 소수와 ‘주류’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준이 무엇인가에 따라 누구나 소수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모두 다중적 주체로서, 저마다 한 가지 이상의 타자성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자기 내부의 타자성이 ‘열등감’의 원인이 아니라 자원임을 증거하고 있다. 타자성을 창조적 지성과 대안 사회의 근거로 삼는 것, 이것이 바로 소수자 시선의 ‘우월성’이다. 특히, 장애여성, 병역 거부, 레즈비언 운동사는 당사자가 직접 집필한 것으로서, 사건 기술을 넘어 각 운동의 사회적 의미 체계를 깊이 탐구하고 있다. 또한, ‘넝마주이’들이 수 만점의 책과 의류를 북한과 이주노동자에게 보낸 사연, 대단히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수형자로서의 인권’을 인식해가는 재소자들의 일상적 투쟁과 글쓴이의 빼어난 분석, ‘성 판매 여성이라는 정체성’ 문제, 이주노동자의 눈을 통해 본 한국사회의 인종주의는 읽는 이에게 감동과 분노, 성찰이 교차하는 복잡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소수자 관점은 ‘중심’과의 관계에서 나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부터 중심을 해체, 재구성하는 탈식민주의 사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소수자 운동을 통해 새로운 지식 생산을 모색하기보다는 네그리, 들뢰즈, 가타리 이론이 한국의 실정에 얼마나 부합하는가를 중심으로 서술된 편저자의 글은 아쉬움을 남긴다. 서구의 경험은 이론이고, 한국의 경험은 데이터인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정희진·여성학자


차돌바우 2005-03-26 오후 23:13

빨간 띠 두른 사람은 나오면 안된다고 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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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