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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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1]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서 세 명의 이주민 게이를 만나고.
5월 22일(목) 화성에 있는 외국인 보호소를 가기 위해 이른 아침 집에서 출발했습니다. 대중 교통을 이용해 집을 나선지 2시간 50분 정도 되니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 도착했습니다. 이 곳에 방문한 이유는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되어 있는 이주민 게이 3명을 면회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친구사이는 성소수자 이주민민의 차별과 배제,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개선을 위한 상담 및 조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연결되는 상담은 난민 신청과 관련한 지원 요청 등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경기도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되어 있는 이주민 게이들의 상담이 이어지고 있고, 전화로나 인터넷으로는 상담에 한계가 있어, 직접 면회를 통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알기 위해 면회를 가기로 했습니다.

<화성 외국인 보호소 입구>
외국인보호소가 어떤 곳인지는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 외국인 보호소는 체류자격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없는 외국인들을 구금하여 조사한 후, 체류자격이 없는 경우 출국하도록 강제하는 기능을 하는 곳입니다. 구금이라는 국가의 강한 강제력이 작용하는 곳이라는 특성상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곳이지만, 사법부나 제3 기관의 감시와 견제가 전혀 개입되지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번 면회를 가게 되는 데는 화성외국인보호소방문시민모임 ‘마중’의 심아정 활동가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마중'은 ‘아시아의 친구들’과 ‘수원이주민센터’의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보호소 방문을 위한 시민 모임으로, 2016년부터 외국인보호소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경기도에 있는 국내 최대의 외국인보호소인 화성외국인보호소를 정기 방문합니다. 방문의 주된 목적은 장기 구금되어 있는 보호외국인을 면회하는 것입니다. 또한 보호소 밖으로 나와서 생활하고 있는 이주민들의 의료 문제 등 일상생활 지원을 돕고 있습니다.
친구사이 회원의 지인을 통해, 그리고 심아정 활동가를 통해 외국인 보호소에 3명의 이주민 게이가 구금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들을 직접 면회해야 겠다는 생각들이 들었던 것은, 이들이 어떻게 이 곳에 구금되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알리고, 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였습니다. 외국인 보호소의 반인권적인 문제점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 곳에 있는 이주민 게이들을 통해 직접 만나서 문제점을 잘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보호소 면회는 오전 9시 30분~11시 30분 사이, 오후 13:30~16:00 사이에 가능합니다. 오전에 3분을 각각 30분씩 면회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면회시 기록을 위한 장비를 챙겨 갔는데 휴대폰, 카메라, 녹음기 등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경찰의 안내가 있었습니다. 처음 면회온 사람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면회는 더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침 가져온 노트와 펜을 챙겨 면회를 시작했습니다. 세 분의 신분을 드러낼 수 있는 구체적인 사안은 명시하지 않습니다. 이 점을 감안해서 봐주시길 바랍니다.

<화성외국인보호소 면회실 입구 - 사진제공 : 심아정 활동가>
첫번 째 면회를 한 분은 2010년대 후반 한국에서 언어와 문화를 배우기 위해 온 게이 남성인데, 올 초에 미등록 체류자로 신고가 되어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되었습니다. 이 분의 한국인 친구분이 마침 친구사이 회원의 친구여서, 친구사이와 연결되어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본국은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심각했고, 한 경찰을 통해 동성애자 정체성이 알려지게 되면서 심각한 폭행을 당했고, 해당 경찰이 SNS를 통해 본국으로 돌아오면 살해하겠다는 협박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가족내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한 현실이라 다시 본국으로 가는 것은 이 분에게 신변에 큰 위협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보호소에 있으면서 난민 신청을 진행했으나, 출입국 관리소는 불인정한 상황이었습니다. 구체적 증거가 부족하고, 강제퇴거 명령을 받자 비로소 최초 난민 신청을 한 것에 대해 난민신청에 대해 의심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홀로 타지에 입국하여 난민 신청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난민신청을 할 수 없었던 경우가 있고, 고국에서 탈출할 때 ‘기타’ 체류자격인 ‘난민신청자’보다 조금 더 안정적으로 한국에서 지낼 수 있는 유학, 노동, 사업, 종교 활동 등 다른 경로의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될 때까지 난민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기도 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존중받고, 안전하게 살고자 국경을 넘은 것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것입니다. 구금이 해제되면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나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이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라는 이 분의 이야기에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난민신청자에게는 난민협약상 ‘강제송환 금지원칙’에 따라 난민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강제퇴거 명령을 집행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개정되어 6월 1일부터 시행된 출입국 관리법에 따르면 ‘난민신청을 했기 때문에’ 20개월의 가중된 기간 동안 구금되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난민신청기간 동안 강제퇴거 할 수 없는 난민협약 원칙 때문에 대신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어야 한다는 것은, 단지 ‘난민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구금’이라는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보호소에서는 일주일에 두 차례, 각각 한 시간 정도만 인터넷 및 휴대폰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한 각종 행정 절차 및 준비는 외부에서 도움을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굳이 구금까지 하겠다는 것은 이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것과 다름없는 것입니다.
두번째 면회자는 30대 초반으로, 저 멀리 아프리카 대륙의 한 국가에서 성소수자로서의 안정을 찾기 위해 2022년에 한국에 왔지만, 3개월 만에 출입국 관리소에 의해 구금되었고, 현재까지 2년 6개월 동안 화성 외국인 보소호에 구금되어 있습니다. 본국에서 성소수자 인권단체에서 활동하기도 했지만, 2021년 해당 단체가 탄압을 받아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 못하면서, 그 이후 국경을 넘는 선택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 분은 구금된 상태도 힘들지만, 성소수자로서 자기 자신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성소수자 공동체와의 연결과 이를 통한 희망을 접하는 것이 그립다고 했습니다. 현재 난민 심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과정에서 한국의 성소수자 단체 및 공동체의 연결과 지지, 소속감을 간절히 느끼고자 했습니다. 이 분은 보호소 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이후로 보호소 내에 있는 다른 이주민들로부터 소통의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제와 역사와 관련 책을 읽기 좋아하는 그가 보호소에서 읽을 수 있는 책도 이제는 얼마 없다고 합니다.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유대감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금 알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면회자 분의 삶의 이야기는 30분간의 면회로는 전해 듣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아온 지 10년이 넘었는데, 그 사이 성소수자 친구 등과 관계 맺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고 합니다. 지방에서 일하던 중 응급 상황이 생겨서, 급하게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가 외국인보호소로 구금된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이 분과의 대화를 통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일 이주노동자의 삶에서 의료지원은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인지, 또한 이주노동자의 삶을 사는 게이 이주민에게 한국에서 성소수자로서 연인 관계, 친구 관계 등의 삶은 어떻게 이어갈 수 있는 것인지, 풀기 어려운 숙제 등을 접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보호소 내 생활 속에서 받는 지원은 많지 않았습니다. 심리 상담을 신청할 수 있지만, 오롯이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존재로서 오롯이 살기 위해 국경을 넘어 살고 있는 이주민에게 기본적인 인권의 접근을 요구하는 것이 너무나도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임을 다시금 알 수 있었습니다.

<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에서 펴낸 '무지개는 국경을 넘는다.'의 표지. 소수자 난민 권리를 위한 안내서>
2시간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서 만난 세 명의 이주민 게이들을 뒤로하고 오는 길은, 어떻게라도 문제를 잘 알리고,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난민신청 절차가 있고 난민법 제도가 있다고 하지만, 지금의 난민법 내에서 난민 지위를 얻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입니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본국에서 차별받고 박해를 받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을 신청자가 설명하더라도, 증거와 사유를 제시하지 못하면 난민 지위를 얻지 못합니다. 심지어 성소수자의 경우는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증명해야 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뚜렷한 방법이나 기준도 없습니다. 한국의 난민심사가 형사재판처럼 증거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난민 당사자의 삶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들으려는 시도와 절차는 도대체 누구의 역할에서 비롯되어야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헌법에서 명시한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원칙은 어떻게 실현하고자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가가 위험하다고 여기는 사람을 적당히 심사해서 구금한 뒤 강제송환하면 그것이 과연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원칙을 실현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이것은 비단 이주민만의 문제가 아님을, 게이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오랜 시간 경험을 통해 겪어 왔습니다. 세 분과 2달 뒤에 다시 만나자 약속하고 자리를 떴습니다. ‘마중’의 귀중한 활동에 다시금 고마움의 마음을 전합니다. 화성외국인보호소방문시민모임 ‘마중’에서 ‘마중’의 의미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 즉 ‘국경을 넘어온 이들을 가두지 않는 미래’를 마중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 미래가 조금 더 빠르게 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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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사무국장 / 이종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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