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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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47
이마무라 나쓰코,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책모임은 이제는 바뀌어버린 친구사이의 책상 위에서 진행되었다.
살짝 기울어진 책상 위에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라는 사실이 조용히 놓여 있는 듯, 자연스럽게 '이 책은 왜 상을 받았을까?'라는 대화의 전제가 되었다. 물론 책의 가치는 그 위에서 다시 저울질되었다.
'일본 사회에 있는 특이한 인물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스토킹이 맛나다.' 등등 여러 수긍할 만한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훌륭한 점이 분명 있음에도 수상을 할 정도인가에 대해선 내놓아진 장점들이 나에겐 와닿지 않았다.
발제자가 예시로 들어주신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이 주제를 이야기할 때 훌륭한 예시가 되었다. 분명히 훌륭한 작품이지만, 그 뛰어남의 결을 분석해야 하는 작품. 전문가의 식견을 따라잡지 못하는 개인의 한계겠지만, 나는 속으로 ‘기생충’ 같은 평론가와 대중의 시선이 만장일치하는 명작을 좋아한다고 변명하게 된다.
화자는 책 시작부터 끝까지 히노를 '보라색 치마'로 표현하지만, 소설이 진행될수록 그 이름이 상징하는 힘은 흐려진다.
소설 초반, 히노는 동네 아이들의 무례할 수 있는 장난도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후반부에선 아이들이 히노가 있는 공중전화를 지나치지만, 그 안에 있는 인물이 보라색 치마임을 알아보지 못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외부의 시선과 소문이 있는지도 모르는 듯 자신의 자리를 지키던 히노는, 오히려 안정적이라 평가받을 수 있는 직장에 있을 때 아이들에게 더 이상 ‘보라색 치마’로 인식되지 않는 존재가 된다. 소수자다운 해석이겠지만, 별난 보라색 치마를 정상 궤도로 끌고 가려는 화자의 개입이 오히려 히노의 일상을 더 힘겹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친절하고 따뜻했던 직장 동료들이 처음에는 ‘이렇게 하면 된다’며 알려주던 직장 내 요령들은 나중에는 ‘하면 안 되는 일’로 바뀌어 트집의 근거가 된다. 직장 동료들을 보며 이 사람들이 옳을까요?라는 발제자의 질문에 어떤 답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차별은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하는 행동과 말이 차별로 정의되어 손해 볼 수 있는 상황이 온다고 생각하면 태도가 바뀌는 모습들이 직장 동료들과 비슷해 보였다. 그럼에도 그들을 ‘옳지 않다’고 단정짓기보다는, 그냥 “사람 사는 게 원래 그렇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1호선을 타면'이란 명제로 시작해 준 의견이었다. 지하철 1호선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되고 다양한 계층, 직업, 연령, 성향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 섞여 타는 노선이다. 그 안에는 정말로 ‘특이한’ 사람, 평범한 사람, 때로는 불편하거나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사람도 모두 존재한다. 직장 동료들도 완벽하게 옳거나 그르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저 우리 모두가 ‘1호선’이라는 사회적 공간 안에서 겹쳐지는 각자의 사정과 한계 속에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것 같다.
한국 소설과 일본 소설의 차이점도 짚었다.
예시로 우리가 숱하게 다루었던 박상영 작가의 작품들에서 나타나듯, 한국 소설은 인물의 감정의 뿌리와 성장 배경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특징이 있다. 『대도시의 사랑법』에선 “나를 정신병원에 쳐박아 둔 엄마”, “아빠가 바람피우고 나를 키워낸 엄마”, “암병원에서 죽어가는 엄마”, “엄마에게서 사과를 받고 싶은 나” 등, 주인공은 자신의 사랑의 방식이 왜 이 모양인가와 세상과의 관계를 맺는 방식에서 드러내는 불안과 두려움을, 자신의 성장 배경인 엄마와의 관계를 통해 끊임없이 해부한다.
반면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는 모난 부분이 있으면 반대쪽을 쳐서 모난 부분이 더 튀어나오게 만드는 YG 트레이닝 같다. 왜 하필 보라색 치마를 입는지, 왜 그녀가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 인물의 특이함이 어디서 비롯됐는지에 대한 설명보다, 일본 소설 특유의 그 특이함 자체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사용해서 소설을 완성한다.
모임을 할 때 실제로 보라색 옷을 입고 온 분이 계셔서, 다 같이 한 번 웃었다. 책에서 쓰인 색에 대한 해석도 흥미로웠다. 주인공은 보라색 치마를 입고, 화자는 그 보색인 노란 카디건을 입는다. 실제로 책에서 모두의 관심사가 되는 보라색 치마라는 인물의 특징은, 눈에 띄는 색인 노란 카디건을 입었음에도 존재감이 흐릿한 화자와 비교된다.
나는 사실 책모임에서 의견을 말하고 집에 돌아와서 '이런 말은 하지 말 걸' 하며 종종 후회한다.
이 책이 상을 받은 이유를 이해하려고 할 때 'MZ 따라가려는 꼰대가 된 것 같다.'라고 말한다든가, '선 하나 그어놓고 사람들의 그 의도를 만들어주는 현대미술처럼, 책 자체는 뛰어나지 않은데 우리들이 작가의 좋은 의도를 만들어 준다.'라고 말한다든가 등등. 말로 쓰니 좀 더 못되게 느껴진다. 말을 못되게 한 것도 후회스럽지만, 사람마다 다르게 남는 의미를 너무 쉽게 재단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 속 직장 동료들의 행동이 옳은가 생각할 때 '1호선 사람들'을 바라보듯, 여전히 내 취향은 아님에도 이 책을 오래도록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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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당 당원 /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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