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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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47
뭐 대단한 걸 쓰겠다고 글 쓰는걸 이리 미뤄놨는지. 새삼 배서정이 참 대단하다.
신입 두명이 부스 행사로 정신없는 와중에 2시에 SNS 올리는 걸 잊지 않고 지적하는, 꼰대짓도 부지런하게 한 소설 속 서정이는 나처럼 일을 미루지 않았을 거야, 암. 둘리를 보면서 고길동이 이해가 가면 어른이 된 거라고 했는데. 세상살이에 치였나. 그 정도로 치열하게 살진 못했는데.
내가 너무 좋아하는 박상영 작가의 책들은, 읽다 보면 지지하게 되는 인물이 생긴다. 가끔 대도시의 사랑법 규호와 영이 떠오를 때, 그냥 어디선가 행복하길 염원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 소설은 그렇지 않았지. 술술 읽히는 데 반해 그냥 이런 인물들이 있구나 하고 마는 것 같다. 아마도 열의 있는 직장생활을 할 만한 곳에 취직한 경험이 없는 나의 자격지심이 제 존재감을 뽐냈겠지 싶다.
나는 열 번 못 되게 굴고 한 번 잘해주는 사람들을 좀 병적으로 싫어하려고 한다. 심리학적으로는 매력이 있겠건만. 있는 자리에서 그리고 착하게 행동하기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선하게 행동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았기에 일부로라도 더 좋아하고 싶다. 그럼에도 서정이가 마냥 '나쁜년'으로 기억되지 않는 이유는. 나는 이쪽 생활 멀리하여 아나운서로 사회적 성공을 이룬 남준도, 퀴어 생활에서 삶의 활력을 느끼는 찬호도 되지 못했는데, 더러운 사회물을 먹은 서정이라는 인물의 처지는 차마 공감이 안 갈 수가 없어서인가 보다. 물론 모임에서 서정이 어때? 라는 질문에는 참 별로다-라고 했다.
책에 등장하는 다른 소설보다 조금 더 안정되어 나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해주는 등장인물들은, 여전히 잘 쓰였다. 박상영 작가 많이 성공했나보다. 너무 생동감 있어. 언젠간 소설을 써야겠다-라고 미룬 읽은티를 쓰며 다짐하는 나.
많은 신입 퀴어들을 친구사이 건물 계단이 좌절시켰다고 누군가 말해줬다.
뚜벅뚜벅 걸어 올라간 나로선 그 말을 듣고서야 그 계단을 좀 다르게 보게 되었지만. 저 좁은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게 어쩐지 게이인권세계 입장하는 첫 관문 마냥이 되어 많은 이들을 친구사이 밖으로 다시 돌려보냈다고 하였다. 그 영향일까 모르겠지만 전태일 기념관으로 장소를 옮겼는데 신입분들이 정말 많이 오셨다.
그 날 따라 모인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말을 잘하는지. 사람이 너무 많아서 3분할로 그룹으로 쪼개서 이야기 했는데도 우리 그룹에서만도 귀한 후기들이 많이 나왔다. <믿음에 대하여>를 읽으면서 믿음이 깨지는 순간들을 4장면으로 분석해 오다니. 저도 이런 잘 쓴 글을 읽은티로 담고 싶었어요. 이런 신입들이 알아서 굴러들어오다니. 책읽당은 참 복도 많다. 평소에 책읽당 책 안 읽고 오셔도 돼요라고 염불외고 다녔는데. 막 분석해오라고 했으면 이런 사람들 막상 안 왔을 거다. 확신은 없지만.
그 중에서 이런 장면으로 꼭 끝났어야 했나 의견이 분분했던 옷장속 키스 사건에 대해 말해주신 코멘트를 남들도 봤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철우에게 한 말이 너무 그 상황에서 좋지 않았어요. 다 그냥 허무주의에 빠진 것처럼 나조차 잃어버리고 있는데 내가 가장 빛났던 순간 자체를 갑자기 꺼내서 보여주면 나라도 키스할 것 같아요. 사람을 절박하게 만드는 순간에 가장 보여주면 안되는 걸 보여준 것 같아요.’
책도 책인데 진짜 책 해설을 잘 썼다. 그것보다 잘 쓸 자신이 없으니 그냥 사람들이 책 뒤까지 다 읽어보았으면 한다.
나였으면 코로나 때 힘들었어요! 라고밖에 말하지 못할 경험들에 대하여. ‘안정을 주문하는 규범 사회의 룰을 잘 따르더라도 위기의 순간에 가장 먼저 내쳐지는 존재들’로 말해주신다. Y도 있다. 고인이 되어 핸드폰을 부검당했을 때 88노원 91신림같은 사람들과의 연락이 전부였던 삶. 책 전반적으로 쓰여진 ‘성격이 곧 운명’이라는 격언으로 자칫 자기 업보다 라고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반만 정답이라 말해주는 해설이 존재하여 위안이었다.
‘개인의 자질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문장은 성격비극과 그에 유비되는 인생의 일반적인 특징을 잘 말해주지만, 그 개인의 성격이 형성되어온 내력과 사회적 맥락을 묻지 않는다는 점에서 절반만 진실이다.’
책 후기들을 찾다 보면 동성애를 그렇게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쓴 후기가 종종 발견된다. '책은 왜 봤데, 후기까지 또 정성스럽게 왜 쓰셨데' 하면서 읽어 보면, 또 그 사람의 시각에서 보여지는 점들이 있다. 그러다가 크리스천투데이에서 쓴 후기까지 도달했다. 꽤 잘 썼데. 아쉽게도 후기의 마지막 요지는 과학 위의 신앙이 있고 어쩌고 요지랄이다. 중간 부분에 예수상에 낙서하고 눈을 매직으로 칠해 안정을 취하게 해드리는 건 교인 시각에선 중범죄이나 일반인 시각에선 박장대소 할 부분이라 잘 말해놓고, 또 코로나 확산 주범에 교인들도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분노가 반영됬다고 잘 썼는데. 결론이 왜 절로갔데 진짜. 내 글 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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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당 당원 /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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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를 읽으면서 다시금 그때의 생각이 떠오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