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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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Mardi Gras in Sydney,
도시 전체가 무지개 빛으로 물들다
| 본 글은 2023년과 2025년, 시드니 마디그라(Sydney Mardi Gras) 축제에 참여한 참관기입니다. 일부 사진들은 마디그라 공식홈페이지(https://www.mardigras.org.au/)에서 가져왔습니다. |



‘라떼’ 이야기로 글을 시작해볼까 합니다. 예전에는 말이죠, 세계 3대 축제라고 하면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맥주 축제), 리우데자네이루의 리우 카니발(삼바 축제), 그리고 시드니의 마디그라 Mardi Gras(퀴어 페스티벌)을 꼽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디 그라’는 어렸을 적 제 기억 속의 3대 축제로 남아 있습니다.
마디그라는 사육제의 마지막 날을 의미하는 것으로, 로마 시대 다신교도의 축제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중세 시대, 기독교에서 지역 축제의 전통으로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과 부활절(Easter Sunday) 사이의 40일간 금식하며 기도를 올리는 사순절(Lent)의 서막을 알리는 행사가 되었습니다. 프랑스인들이 후에 재의 수요일 전 화요일을 "마디그라 Mardi Gras"라 불렀으며, 이는 "기름진 화요일(Fat Tuesday)"이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시드니 마디그라는 1978년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시위로 시작되었지만, 이후 점점 규모가 커지며 현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LGBT+ 축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뉴욕의 스톤월 항쟁(1969년)에서 영감을 받은 호주의 성소수자들은, 시드니에서도 게이 게토였던 Oxford Street(서울로 따지면, 소위 종로라고 할 수 있죠)에서 평화적인 퍼레이드를 시작하였으나, 경찰의 폭력적인 탄압으로 50여명이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대중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켜 LGBT+ 인권운동이 더욱 활발해지는 계기가 되었던 거죠.
이후, 1984년 뉴사우스웨일스 주(시드니는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주도입니다)에서 동성애 비범죄화 법안이 통과되고, 2008년 마디그라 30주년을 기념하여 호주 정부에서 축제의 의미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LGBT+ 축제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민들의 힘으로 2017년 호주의 동성결혼 합법화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2023년에는 시드니가 WorldPride 개최지로 선정되어 역대 최대규모의 행사를 개최하게 되었고, 2025년은 47주년을 맞이하여 "Free to Be(자유롭게 존재할 권리)"라는 주제로 퍼레이드가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2023년과 2025년 두차례에서 걸쳐, 시드니 마디그라를 방문하였는데요, 그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다양성의 축제, 시드니 마디그라
시드니 마디그라는 단순한 퍼레이드를 넘어 성소수자 인권과 다양성을 기념하는 거대한 축제입니다. 퍼레이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행사, 토론회, 공연 등이 열리며, 전 세계에서 모여든 참가자들은 각자의 정체성과 문화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축제에서는 단순히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자유와 포용의 가치를 실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드랙퀸과 퀴어 아티스트들의 공연, HIV/AIDS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성소수자 난민과 원주민 공동체를 위한 행사가 열리는 등, 마디그라는 '퀴어 공동체'라는 개념을 넘어 더 넓은 사회적 이슈들을 포용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23년 마디그라는 WorldPride와 함께 열리며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었습니다. 300여 개의 퍼레이드 팀이 참여했고, 특히 다양한 기업과 기관들이 동참하여 성소수자 포용을 강조했습니다. 퍼레이드 행렬에서는 원주민 성소수자 공동체, HIV/AIDS 활동가들, 그리고 다양한 직업군이 포함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경찰, 소방관, 해상 긴급 구조대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행진하며 LGBTQ+ 커뮤니티에 대한 지지를 표한 모습은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었습니다.
2025년에는 "Free to Be(자유롭게 존재할 권리)"라는 주제로 마디그라가 열렸습니다. 올해도 여전히 다양한 정체성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퍼레이드를 가득 메웠고, 특히 비너스 심볼(♀)을 변형한 논바이너리 상징물로 꾸민 차량들, 장애인 퀴어 공동체, 아시아계 성소수자 단체들의 참여가 돋보였습니다. 단순한 퍼레이드를 넘어, 이 축제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이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거리마다 무지개, 공공장소라면 무지개가 빠질 수 없다
마디그라 기간 동안 시드니는 그야말로 무지개 도시가 됩니다. 시청 건물에는 거대한 무지개 깃발이 휘날리고( 시드니 시청과 뉴사우스웨일스 주 정부는 공식적으로 마디그라를 후원합니다), 퀸빅토리아 쇼핑몰에는 성소수자 지지를 상징하는 대형 무지개 배너가 걸립니다. 거리 곳곳의 우체통이 무지개 색으로 꾸며지고, 라이트 레일(light rail) 승차장 바닥에도 무지개 길이 조성될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시스템에서도 'Happy Mardi Gras'라는 메시지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경찰과 소방서, 응급의료서비스(EMS) 등의 공무원들은 직접 퍼레이드 행렬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도시 전체가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환영하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모습은 한국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풍경입니다.





무지개 물결과 대기업 상업 광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도시 전체를 뒤덮은 상업 광고에 ‘무지개’가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자본주의 상업 광고만큼 대중들의 생각과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 또 있을까요? 대기업들은 경쟁적으로 마디그라를 후원하며 무지개 마케팅을 하고 있었는데요, 인권운동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만큼 대중들의 인식이 ‘포용성’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일부 기업은 마디그라 시즌에만 성소수자 포용적인 모습을 보이고, 평소에는 관련 정책을 강화하지 않는 경우도 있죠. 이는 '핑크워싱(Pinkwashing)'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드니 마디그라는 여전히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다양한 정체성이 존중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퍼레이드 그 이후, 진짜 밤이 시작된다
축제에 파티가 빠질 수는 없겠죠? 엄청난 규모의 퍼레이드가 끝나면 , 시드니 무어파크(Moore Park) 일대에서 ‘마디그라 파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마디그라 파티’는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포용적인 LGBT+ 댄스 파티 중 하나로 꼽힙니다. 공원 곳곳에 위치한 5개의 무대에서는 화려한 레이저 조명과 무대장치, 그리고 EDM과 하우스, 팝, 테크노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수천 명의 참가자를 하나의 리듬으로 연결합니다.
참가자들의 의상 역시 눈에 띕니다. 반짝이 의상이나 드랙 의상 등은 평범한 편에 속하구요, 과감한 노출과 코스츔까지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의상이라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2025년 마디그라의 슬로건은 “Free to Be”, 즉 “자유롭게 존재할 권리”였는데요, 어쩌면 ‘마디그라 파티’는 이러한 슬로건을 완성한 퍼즐 같은 역할이었다고나 할까요? 시드니 마디그라 파티는 단순한 유흥의 장이 아닌, 자긍심(pride), 연대(solidarity), 해방(liberty)을 축하하는 정치적이자 문화적인 현장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드니 마디그라 파티는 그냥 ‘화려한 밤’이 아니라, 억눌렸던 나의 감정, 감각, 연결됨이 터지는 순간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40대 중년남은 저질 체력으로 파티 시작 2시간 만에 행사장을 빠져나오긴 했지만요 ㅎ)
한국에 계신 성소수자 여러분! (무엇보다 ‘파티 피플’이라면) 시드니 마디그라를 한번 방문해 보세요! 방콕이나 타이페이, 도쿄에서 느낄 수 없는 경험을 만날 수 있을 거에요!
“Free to Be” – 당신답게 존재할 수 있는 최고의 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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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감사 / 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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