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 미국의 가장 인기있는 어린이 만화영화 가운데 하나인 `스펀지 밥'을 둘러싼 동성애 찬반론자들의 논쟁으로 미국이 떠들썩하다. 스펀지 밥은 파인애플처럼 생긴 바다밑 세계의 집에서 사는 다소 어리석고 장난기 가득한 스펀지 모양의 캐릭터 `스펀지 밥'과 친구 및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다.
이런 만화가 논란의 중심이 된 계기는 대표적인 보수파 기독교 단체인 `미국가족연합회(AFA)'의 설립자 제임스 돕슨 박사가 지난 18일 조지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 만찬장에서 `스펀지 밥'을 동원한 `동성애 옹호 비디오'를 비난하면서부터.
그가 거론한 비디오는 `우리는 가족 재단(WAFF)'이 DVD로 만들어 미국 전역의 6만1천 개 초등학교에 보낼 예정인 `우리는 가족'이다. 이 비디오에서는 `스펀지 밥'을 비롯해 `곰돌이 푸', `인어공주' 등 어린이에게 인기있는 만화 주인공들이 등장해 관용과 사랑을 강조하는 노래 `우리는 가족(We Are Family)'을 함께 부른다.
비디오 제작을 주도한 나일 로저스씨는 자신이 작곡한 1979년의 히트곡 `우리는 가족'에 담긴 사랑과 관용의 정신을 홍보하기 위해 만화 제작 업체들을 규합, 인기있는 만화 주인공들을 한데 모았다. 로저스씨는 "9.11 이후 뮤직 비디오를 통해 문화적 다원주의를 가르치기 위해 WAFF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AFA는 돕슨 박사의 발언이 뉴욕 타임스에 보도돼 논란이 야기된 후 "WAFF의 웹 사이트에는 동성애를 옹호하는 요소가 너무 많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이 단체의 기관지는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 촉진이라는 표면적인 명분과는 달리 이 프로젝트의 이면에는 동성애를 용인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의도가 내재해 있다"고 주장했다.
돕슨 박사의 비난 발언과 AFA의 성명이 나온 후 미국의 언론은 며칠째 계속 `스펀지 밥'이 과연 동성애를 조장하는 만화인지와 이에 대한 찬반을 둘러싼 논란을 보도하고 있다.
뉴욕 일간지 데일리 뉴스는 23일 `스펀지 밥'이 `남자 친구'인 `패트릭 스타피시'와 손을 잡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는 점을 들어 이 만화가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보수파 단체의 주장도 있지만 일부 학부모는 이를 "어리석은 생각"으로 일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맨해튼 주민 키스 와이너(56)씨는 이 신문에 보수파 단체의 주장이 "어리석다"면서 "7세된 딸에게 `스펀지 밥'은 좋은 만화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또 다른 맨해튼 주민 로런스 니큰스(35)씨는 "만화 캐릭터를 통해 분별력이 없는 어린이들에게 동성애적인 행동이 용납될 수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꺼림칙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뉴욕 타임스 모린 다우드 칼럼니스트가 도슨 박사와 보수파들을 비난하는 칼럼을 낸 것을 비롯해 많은 신문들이 기사와 칼럼, 사설을 통해 이 문제를 다뤘고 동성애 옹호단체와 기독교 단체들의 주장과 반박, 재반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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