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년)이 경호원과 동성애를 나눴다는 주장을 담은 새 책이 다음달 출판돼 링컨이 동성애자였다는 해묵은 논란이 재현될 전망이다.
링컨은 가장 위대한 미국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아내 메리 토드와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았고 어릴 때 친구 조슈아 스피드와 4년간 침대를 나눠 썼다는 점 등 때문에 학계에서는 그가 동성애자였다는 논쟁이 이어져왔다.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은 17일 심리학자이자 킨제이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던 C.A. 트립이 프리 프레스 출판사를 통해 다음달 출간할 '에이브러햄 링컨의 내면세계'라는 책은 이런 논쟁에 새로운 불씨를 지필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집필을 마친 후 곧 사망한 저자는 링컨이 쓴 글과 친지들이 쓴 편지, 발언 등을 10년간 연구한 결과 링컨이 동성애자였다는 결론을 냈다.
특히 저자는 링컨은 아내가 없을 때마다 경호대장이던 데이비드 데릭슨과 한 침대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링컨의 계모 사라 부시 링컨이 링컨의 동료 변호사 윌리엄 헌든에게 "내가 보기엔 그는 여자들을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다"고 한 말을 인용했고 4명의 자녀를 낳긴 했지만 불화가 심했던 메리 토드와의 결혼생활도 거론했다.
일리노이에서 동거한 빌리 그린이라는 남자가 헌든에게 "링컨의 허벅지는 인간의 허벅지로는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다"고 말한 것, 링컨이 "내밀한 관계와 친교를 갖자고 조른 적 있다"는 동료 변호사 헨리 휘트니의 증언, 링컨이 청년기인 1829년에 썼던 빌리와 내티라는 두남자가 결혼한다는 내용의 연애시 등도 소개했다.
저자는 또 1862년 대통령의 워싱턴 교외 별장을 경호하던 해군 장교의 아내가 "대통령에게 헌신적인 병사가 있다. 운전을 해주고 부인이 없을 땐 같이 잠까지 잔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쓴 편지를 들어 링컨이 경호대장 데릭슨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결론지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데릭슨 대위는 대통령의 신뢰를 받아 부인이 안 계실 때는 종종 대통령의 오두막에서 밤을 보내고 같은 침대를 썼으며 각하의 잠옷까지도 사용했다"는 1895년 작성된 데릭슨 소속부대의 기록도 제시했다.
그러나 링컨 전기의 최권위자로 `우리는 링컨의 사람'의 저자인 데이비드 허버드 도널드 전 하버드대 교수는 윌리엄 헌든도 링컨과 한방에서 잔 적이 있지만 성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예전에는 공간이 좁아 남자들도 침대를 나눠 쓴 일이 흔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링컨이 "조슈아와 4년이나 침대를 나눠썼다"고 거리낌없이 밝힌 것도 이들이 연인사이가 아니었음을 반증하며 데릭슨과도 로맨틱한 관계였다면 1863년 데릭슨이 전근했을때 그렇게 아무렇지도 보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도널드의 제자였으며 메리 토드 링컨의 전기를 쓴 진 베이커는 이 책의 서문을 쓰면서 "링컨의 동성애는 그가 메리 토드의 결혼생활이 왜 그렇게 순탄치 않았는지를 설명해준다"고 적었다.
다만 베이커는 1892년 이전에는 동성애라는 단어를 활자화할 수 없었고 게이라는 개념도 최근에야 잡혔으며 19세기에는 동성애보다는 자위행위가 죄악시됐기 때문에 링컨의 성적 지향에 대한 문제는 복잡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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