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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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이달의 지보이스 #44
: 2024 지보이스 정기공연 후기
1. 2024 지보이스 정기공연 <공연 제목이 ‘사랑’이라구요?>
지난 10월 13일 일요일 오후 6시 도봉구민회관 하모니홀에서 2024 지보이스 정기공연 <공연 제목이 ‘사랑’이라구요?>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공연은 우리의 일상과 그 속에 얽혀 있는 수많은 감정과 관계를 노래에 담으며, 보다 나은 미래와 지속가능한 터전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는 지난 3개월가량, 끝까지 열심히 달려와준 지보이스 단원들과 휴식단원 및 친구사이, 퀴어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노력과 도움으로 총 400여명의 관객분들의 열렬한 성원과 환호를 받으며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사진 : 김무냥

▲ 사진 : 터울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2. 지보이스 자작곡 배경 및 후일담 1 : <독거미(獨居美)>
올해 총 3개의 자작곡을 내놓았었다. 처음 노래를 냈을 땐, 가사, 멜로디, 곡의 구조 등등 뭐든지 난해하고 엉망이라 퇴짜를 맞기 일쑤였다. 오기로 그중 2개의 곡을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고, 지보이스 정기공연 무대에 올릴 수 있을 만큼, 간신히 ‘노래’답게 다듬고, ‘노래’답게 불릴 수 있는 영광을 누리기 위해 노력했다.
“첫경험의 소감”에 대해서는 사적인 사유로 각설하고, 주변반응에 대해 떠올려본다. 완성된 자작곡을 직접 듣고, 불러본 후, 몇몇 주위사람들에게서 문의가 빗발쳤다.
—솔직히 이거 내 생각하면서 쓴 거지?
아니, 뭐. 나는 입을 다물었다. 단순 농담이든 아니든, 대면으로 웃거나 비꼬듯이 혹은 비대면으로, 걱정인가 의심인가 분간할 수 없는 말이었다. 다만, 서로가 앞다투어 자신이 이 사연의 주인공이었으면, 하는 기대나 욕망을 쏘아붙이고,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와 책망인 건지 모를 눈초리를 따갑게 찔러대는 형세였다.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함축된 태도들을 당혹스럽게 받아내며, 그저 철저히 내놓아진 결과물에 겨누어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내가 그동안 만나 왔던 친구들과 나의 이야기야.
이 뭉뚱그린 해명이 모든 의혹을 무마시킬 수는 없을 테다. 따라서 당시에 쓴 작업 노트의 일부분을 공개해 본다.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놓은 것인데, 소설 같은 매력도 있어 그렇게 보이도록 ‘일부’를 선별하여 발췌하였고, 하나의 이야기로 읽힐 수 있도록 결말 부만 조금 각색하는 방식으로 엮어보았다. 뭔가 비법이나 알몸을 공개하는 것 같은 부끄러움이 없지는 않지만, 도움이 될까 싶어 올려본다.

▲ 사진 : 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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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게의 작업 노트 – <독거미(獨居美)> 中
거미는 내가 질색하여 마지않는 동물이었다. 낡아 빠진 우리집의 균열을 수시로 비집고 들어와서는, 툭하면 천장에 줄을 달고 불쑥 눈앞에 나타나는 악랄함에, 소스라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도 했다. 그러니까, 뭘 모를 시절에 한정해서.
작년 9월쯤, 집 앞에 손바닥만 한 호랑거미가 나타났다. 그것도 하필이면, 내가 혼자 사는 집의 옥상으로 올라가는 녹색 철제계단 난간에 집을 지었다. 그 육중한 몸집에 걸맞게 거미줄을 웅장하고 널따랗게 퍼트려놓고는, 백과사전의 <그림 자료 – 호랑거미>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듬성하게 엮어놓은 망사 위에 팔다리로 X자를 그리고 앉았다. ‘지나가지 마라!’라고 매섭게 노려보는 듯해서, 무력하게 멀찍이 서 바라만 보았다.
자포자기한 뒤로, 외출하고 돌아올 때마다 X에게 다가가 말을 걸게 되었다. 이미 기억 저편에 묻어져 있던 습관을 되살려 내는 건 매우 쉬운 일이었다. 안녕. 난데없이 터트린 독백에 주변 이웃들이 흠칫 거리지 않도록 주의하여 읊조렸다. 다녀올게, 나왔어. 하루도 빠짐없이 혼잣말로 계속 말을 걸고 눈도장을 찍었다.
그날은 어떤 행사의 뒤풀이를 마치고 난 밤이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X의 집을 향해 달음질했다. 다녀왔어. X는 여느 때처럼 양팔 벌려 반겨주었다. 시끌벅적한 속 안이 술김으로 북적거렸다. 오늘은 온종일 내년 단장 후보 출마에 대한 이슈로 둘러싸여 있었어. 선거가 예정되어 있긴 하지만, 분위기상 내가 단장을 맡는 건 확정됐다고 보면 되는 상태인데, 그래서 이러저러하고 그러저러한 심경이야. 하기 나름이겠지만, 많이 외롭고 고독한 미래가 다가올지도 모르겠어. 솔직히 겁이 나. 누구는 떠나고, 나는 남겨지고. 아니면 반대든. 너보다 그게 더 겁이 나. 잠시 신세와 한탄을 번갈아 늘어놓았다.
하늘거리는 얇은 그물의 실오라기들 앞에서, 한기가 오들오들 온몸을 잡아 털었다. 엉겁결에 제정신마저 떨어낸 모양이었다. 나는 그토록 질색하던 거미집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나는 허락 없이 며느리 집에 들이닥친 시어머니처럼, X의 그물집의 구석구석에 코를 박고 훑어갔다. 복수다, 너도 당해봐라. 아래쪽 어귀에 울퉁불퉁한 게 유난히 퍼석해 보이는 갈색 돌멩이들이 매달린 것을 보며 혀를 쯧 찼다. 저녁 먹고 난 찌꺼기를 저리 굴려두면 쓰나! 미간을 찌푸렸다가, 온돌조차 들지 않을 싸늘한 방바닥에 연민했다. 녹색의 철제바닥.
X와 계속 마주하기도 무안했다. 집안으로 도망치듯 들어왔다. 물을 한 모금 머금으며 한 번 더 생각해봐도, 감히 죄송스러운 입가로부터 턱을 타고 주르륵 물이 흘렀다.
처음 종로에 나왔던 고등학교 몇 학년 즈음의 기억이었다. 정확한 시점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어쨌든, 툭하면 거미를 보고 난리부르스를 추었던 낡은 집에 살 적이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새벽이 깊어질 무렵이면, 우리 둘은 자연스레 무리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그의 눈은 좀 더 보는 눈, 듣는 귀가 적어 보이는 어둠과 적막을 향해 이끌리는 불나방 같은 집요함으로 가득했다. 욕망조차 집어삼켜져 있었겠지. 그러니, 그렇고 그런 로맨스 따위는 의식하지도 못했고, 같은 방향으로 걷게 되는 공교로운 동행자를 당연하다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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