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죽움보다 차갑다 (Liebe Ist Kalter Als Der Tod / Love Is Colder Than Death, 1969)
파스빈더의 우스꽝스러운 포즈만 참을 수 있다면, 그의 처녀작인 '사랑은 죽음보다 차갑다Love is Colder Than Death'의 냉소를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인간의 욕망이 좌절되는 한계 상황에 대한 그의 성찰과 사회적 비판의식은 그래서 더욱 값진 거겠지요.
오늘 '사랑은 죽음보다 차갑다'의 앵글들을 보면서 문뜩, 조악한 저예산 영화를 제작하면서 파스빈더가 선택한 형식이 어쩌면 가장 효과적인 그림일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저히 장식성을 배제한 여백 속에 인물들의 동선과 대사만 그려넣어 '의미'를 도드라지게 하는 것.
파스빈더 영화들을 볼 때마다 전 배우들과 파스빈더의 유착관계를 상상하곤 합니다. 그의 전기들이 미처 말해주지 못한 부분들에 대한 상상들.
사랑의 착취자인 파스빈더는 그의 남자 연인들이 자살하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는 차가운 인간입니다. 그의 영화들이 신파와 냉소 사이에서 교묘하게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그 역시 교활한 양성애자로서 연인들의 감정을 착취했지요. 그건 천재들의 오만함으로 응결된 아름다운 스캔들입니다.
스캔들이 없는 의미건조한 삶이 전, 두렵고 끔찍합니다. 헌데도 저에게 사랑은 죽음보다 강렬한 그 무엇입니다. 이 영화에서, 요한나가 옷을 벗으며 하는 대사처럼,
사랑은 혁명인 거지요.
2004-04-25
Jean | Rod McKuen
스틸 몇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