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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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문학상상, 문학 한 숟갈
: 기립하시오 ‘친한 사이’들이여!
- 김기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문학상상은 6월 두번째 모임에 김기태 작가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함께 읽었습니다. 저는 표제작인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에 관해 얘기하려 합니다. 이 단편은 평범한, 혹은 평범 미만의 두 존재가 성실하게 살아가지만 사회에서 허덕이는 모습, 누릴 것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모습을 다루며 마침내 연대한다는 내용입니다. 어찌 보면 케케묵은 내용과 주제일 수 있지만 몇 가지 차별점이 눈에 띕니다. 그리고 이 요소는 글을 빛나게 해줍니다.
작가는 이 단편에서 인터넷 밈(meme)을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예를 들면 ‘앙 기모띠’에서 파생된 ‘앙 급식띠’, ‘앙 회오리감자띠’ 같은 다양한 변주들, 검성 고길동이 양아치 둘리를 베어버리는 그림, “으악 안 돼!”라고 외치는 이병헌의 움짤 같은 것들입니다. 밈은 작품의 동시대성을 살리고 극에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부여해 줍니다. 노동자의 궁핍, 구조의 부조리함, 마침내 연대로 나아가는 주제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채 변주되어 왔지만 ‘밈’이라는 동시대성의 외피를 입으면 지금 현재 나, 친구, 이웃의 이야기임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습니다. 또한 경제적으로 궁핍한 고려인 4세 주인공의 연봉이 한국인 근로자 평균 연봉 3,800만 원이 넘지 않아 한국인으로 귀화하지 못하고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것, ‘그걸 사람이 하나’싶은 일을 먹고 살기 위해 기꺼이 하는 것, 손가락이 잘리고 적절한 직업을 구하지 못해 홀덤펍으로 내몰리는 청년들을 묘사하는 중에 극이 어둡기만 하면 자칫하면 신파조로 흘러서 피로감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밈은 분위기를 재미있게 환기하며 독자를 결말까지 이끕니다. 하지만 단지 이런 의도라고 하기엔 작가는 작품의 마지막까지 집요할 정도로 밈을 사용합니다.
저는 밈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그려낸 것이 작가가 현대인들의 의식 구조를 진단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언어가 개인의 사고를 결정한다는 ‘사피어-워프 가설’을 생각해보면, 욕구와 생각을 밈으로 표현하고 의사소통하는 이들의 의식을 밈이 일정 부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작품 내에서 언급되었듯이 대기업 회장도 SNS에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말을 유명한 그림 밈을 이용해 게재하였습니다. 대중문화라고 할 수 있는 밈이 아비투스의 경계를 넘어 상류층으로도 넘어간 지점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밈으로 사고하고 밈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시대에, 하루의 삼분의 일, 혹은 이분의 일의 시간을 일하며 살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잘못 살았냐?”고 말하게 만드는 구조의 이 시대에, 적어도 ‘자신이 잘못 산 것은 아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밈이 널리 퍼져 있다면 우리들은 조금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책에 제시된 밈 중 ‘금발의 양 갈래 소녀’가 말하는 “기립하시오 당신도!”라는 밈은 힘겹고 고된 삶을 살아가며 자신의 인생에 의구심을 갖는 청년들을 위로합니다. 이 밈은 국제주의와 사회주의를 대표하는 민중가요인 〈인터내셔널가〉를 한국의 운동권들이 부르기 전에 선창하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현장 실습생, 제빵사, 택배 기사와 대학 청소 노동자’에 관해, ‘아무도 알 바 아닌 일을 하다 무시당하고 위협받고 쫓겨나고 심지어 죽은 이들’을 위해 적어도 그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 경제 구조의 부조리함 때문에 각자가 그러한 상황에 내몰린 것임을 16세 봉제공 엠마는 투박한 이미지의 형태로 그들의 의식 속에 저장되어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지 않고 인생을 부정하지 않게 해줍니다.
작품에서 두 번째로 빛나는 부분은 ‘어떠한 방식의 연대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관하여 작가가 생각한 부분입니다. 작품에서는 ‘친한 사이’라는 방식을 제시합니다. ‘친한 사이’는 작품에서 꽤 넓은 범주의 관계 맺기로 표현됩니다. 이웃끼리 교류하는 형태이기도 하고, 타국에 있는 노동자의 처지를 이해하는 관념의 형태로써, 혹은 성관계를 나누며 밥을 같이 먹으며 지내는 방식을 말하기도 합니다. 공통점은 두 사람 간의 친밀한 관계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 서로를 마음으로 토닥인다는 것입니다. 러시아 국적의 주인공 김니콜라이, 한국인 여성 진주가 동거하며 성관계를 하지만 이것을 두 사람의 욕망과 이기심이 충돌하는 관계인 ‘연애’라는 케케묵은 관계로 한정하지 않는 점, 다양한 국적의 이웃들과 교류하는 것, 불량 중국산 제품을 배송받았지만 중국에 있는 노동자들이 점심에 먹을 멀건 국수를 생각하면 피어났던 화가 사그라드는 것, 이 모두 우리 주변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뻗어나가는 ‘친한 사이’ 행위입니다.
극의 중반부쯤부터 주인공인 니콜라이와 진주에게서 시작된 연대의 형태는 극의 결말 부분에 국제적인 형태로 뻗어나가며 확장됩니다. 미래는 여전히 ‘닫힌 봉투’로 표현되는 불확실성의 안개에 싸여 있고 어떤 날에는 ‘사는 게 형벌’같기도 하지만 니콜라이와 진주는 ‘미미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워담으며, 때론 ‘불확실하지만 원대한 행복’을 상상합니다. 작품은 이 책을 읽는 이 시대의 수많은 ‘니콜라이’와 ‘진주’를 위로합니다. 우리들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투박한 16세 소녀 밈을 머리 한 켠에 간직한 채 자신의 인생을 부정하고 존재를 의심하지 않되, 서로 ‘친한 사이’로 지내는 것 아닐까요?

문학상상 / 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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