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1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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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이기지 않는다
친구들이 바람 났다. 처절하게 끝이 났다. 그렇게 사랑하던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서로에게 저주를 쏟아내는 사람들이 되었다. 보통 우리는 “사랑이 이긴다”고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승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연애도 타이밍이라고, 서로 충분히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시기가 맞지 않아 만나지 않기도 한다. 사랑은 빈번히 실패한다. 누구에게나 소중할 거 같은 가족의 사랑도,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폭력이기도 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그럼 도대체 사랑은 언제 이기는 걸까. 올해 내가 가장 존경하고, 나를 키워주셨던 신승철 교수님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철학 교수님이셨던 선생님은 항상 사랑에 대해서 탐구하시던 분이셨다. 나에게 연애적인 사랑만이 아니라 둘러보면 사랑은 도처에 깔려 있다고 알려주셨다. 고양이들을 키우셨다. 사무실에 작은 방을 내어주시며 항상 공부할 책과 글을 주셨다. 공부하고 있으면 고양이들이 달려와서 온몸을 내게 비비며 글 읽는 것을 방해했다. 그 모습을 보고 교수님은 항상 깔깔 웃으셨다. 행복했다. 나는 지금도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어떤 승리를 보장하나. 일상 속 작은 사랑의 순간들은 정부가 용산으로 옮겨가는데 돈 쓰면서 다른 예산을 대거 삭감해버린 일 앞에서 무력했다. 국가인권위원회를 일부러 무력화하려고 위임된 인권위원이 술 취한 주정뱅이처럼 깽판을 치는 것을 사랑은 막지 못했다. 각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데 제대로 반기를 드는 원내정당도 없다. 내년 총선도 사회문제 해결에 무능한 보수당 둘이서 자리를 나눠 갖는 모양새가 될 거라고 한다. 당장 종로3가에 동성결혼을 위한 서명 캠페인을 하러 나가도,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들이 크게 욕을 뱉고 지나가신다.
올해 많은 친구들이 각자의 이유로 죽었다. 지금도 마음이 취약한 성소수자들이 내 곁에 많다. 응급환자처럼 구조가 필요할 정도로 아픈 사람들이 많고, 성소수자 정신 건강 수준이 응급한 상황이라고 기사도 많이 냈는데 국회와 정부는 도리어 혐오를 표현하고 표가 되지 않는다고 외면한다. 사랑은 어디서 이기고 있는 건가.
사랑은 이기지 않겠지. 그런 사례는 너무 많으니까. 나는 진심으로 사랑이 이긴다는 표어를 믿지 않는다. 신승철 교수님과도 이 부분으로 참 많이 논쟁했다. 내가 이렇게 얘기할 때면 교수님은 이제 식사 시간이 됐다고 둘러대셨다. 달공이라는 고양이가 멀찍이 보고 있다가 다리 사이로 얼굴을 부볐다. 바두언니(사모님)가 나에게 얼굴을 부비는 달공이를 보며 크게 웃으셨다. 그럼 나도 웃었다. 우리의 사랑 논쟁은 매번 이렇게 흩어지기만 했다.
가끔 대학생들이 인터뷰를 하러 온다. 그러던 중에 왜 인권운동을 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답변을 제대로 못했다. 합리적인 대의가 생각나지 않았고, 사랑하는 것들이 생각났다. 내가 사랑하는 대상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말하게 될 거 같았다. 그때 사랑은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이유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랑은 이기지 않겠지. 사랑은 이유니까. 우리의 이유는 한 없이 추하기도 하고, 한 없이 아름다운 것이기도 하다. 사랑은 정의를 추구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사랑은 이기지 않는다.
이기고 싶다면,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겠지. 사랑해야겠다. 아니, 이미 사랑하니까 이기고 싶겠지. 교수님은 항상 사랑은 이기지 못한다는 내 말에 커피를 내려주셨다. 꼭 실력을 늘려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 드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일하실 때 커피는 한 잔 내려드릴 걸. 내년 친구사이에서는 그런 후회 없이 사랑해야겠다.
항상 수고 많다고 어깨 두드려 주시는 언니들, 크고 작게 마음 표현해주시는 구성원들과 크고 작은 이유를 만들면서 알콩달콩 살아가야지. 연초에는 바두언니와 달공이를 보러 문래동에 가야지. 마음껏 사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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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 심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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