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에 맺은 사랑 (All That Heaven Allows, 1955, 더글라스 서크 )
요즘 더글라스 서크를 비롯 1950, 60년대 맬러 영화들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흠... 좋군요. 더글라스 서크 영화는 어렸을 적에 본 기억들만 얼핏 있었는데 다시 보니 전혀 새로운 맛입니다. 이번 광주영화제에서도 더글라스 서크 영화 한 편이 상영되던데.... 유일하게 못 본 영화일 듯.
더글라스 서크의 색감은 단연 헐리우드 영화에서 최고인 듯. '하늘이 허락한 모든 것'(순정에 맺은 사랑)의 가을 색감은 정말이지 터져버릴 듯한 풍성함으로 가득합니다. '파 프롬 헤븐'에도 그 가을 풍경을 그대로 재현해내기 위한 고심이 엿보입니다. '바람 위에 쓴'의 오프닝 씬의 자동차 질주 장면과 총격 장면(특히 총소리와 함께 커트 되면서 나뭇잎 사이에서 주인공이 쓰러지는 장면으로 넘어가는 그 순간)의 숨막힘은 요즘 어느 영화도 못 따라갈 듯, 거의 오르가즘의 경이를 느끼게 하더군요.
다 알다시피 이 감성 넘치는 미국 좌파 감독 더글라스 서커는 파스빈더에게 영감을 부여한 걸로 유명합죠. '하늘이 허락한 모든 것'이 바로 파스빈더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의 영감의 원천으로 기능했고, 토드 헤인즈의 최근작 '파 프롬 헤븐' 역시 더글라스 서커의 이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걸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셋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것 같습니다만, 아무래도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이 다소 쳐진 듯한 인상이 드네요. 말 그대로, 하늘이 허락한 모든 사랑, 계급과 나이차를 극복하는 사랑에 쏠리는 더글라스 서커의 감성이 유려한 카메라 워크과 토키 영화 이후에도 여전히 고집되는 여배우 클로즈업 샷으로 더할 나위 없이 촘촘히 새겨져 있습니다. 파스빈더의 영화야 뭐.. 워낙 신파니까 마음에 와 닿고요.
흠.... 연구하고 고민해봐야겠습니다. '하늘이 허락한 모든 것'...... 정말 제목이 근사하다는 생각. 계급, 인종주의, 가부장제, 나이주의에 의해 희생당하는 여성상이란 공통 분모가 이 세 영화를 관통하는 게 우연은 아닐 겝니다. 공교롭게도 두 감독은 양성애자와 게이군요.
White as lilies | 안드레아스 숄
전작들 때문인지 기대가 너무 큰 탓도 있었겠지만요.
그래도 다음 작품은 또 기다려지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