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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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문학상상, 문학 한 숟갈
: 인생의 원환에는 쇠락도 있고 희망도 있고
- 조해진, 《환한 숨》 中 <흩어지는 구름>

<흩어지는 구름>은 쇠락한 인물들의 쓸쓸함을 표현하는 작품입니다. ‘나’는 대학 시절 영화에 재능이 있었지만 현실과 타협하여 졸업 후 계약직을 전전하며 불안정한 삶을 살고, 때론 자신이 하는 업무에 환멸을 느끼며 마음의 병을 얻습니다.
환부나 증상 없이 나는 투병했다. 아무도 모르게.
그의 남편은 한때 열정적인 영화감독이었지만, 몇 번의 실패를 겪은 후 냉소만이 남아 다른 이들의 성취를 비웃고, ‘나’가 물려받을 유산을 탐내기도 합니다. ‘나’ 부부는 한때 영화의 세계에 살며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이들이었지만, 나이가 든 지금은 고된 밥벌이에 직면하며 생존을 위한 행동만이 일상을 채울 뿐입니다. 이런저런 상황에 맞물려 ‘나’와 남편은 헤어집니다. ‘나’에게 남은 것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직장의 계약 종료, 환멸감으로 인한 마음의 병, 가족의 상실. 이렇게 더 잃을 것이 없어 보이는 순간에도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희망적인 기운이 피어오릅니다. 작가는 어떻게 이런 쇠락의 이미지 속에서도 희망의 기운을 작품에 풍길 수 있었던 것일까요? 그것은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순환의 이미지 때문입니다.
젊었을 적 ‘나’는 설산에서 로프웨이를 탑니다. 작품에는 드러나 있지 않은 모종의 이유로 ‘나’는 죽음을 생각합니다. 자신이 타고 올라온 로프웨이는 그날의 마지막 로프웨이였고, 시간에 맞춰 하산하는 로프웨이를 타지 않으면 죽음에 이를 수 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나’에게 삶의 희망을 준 건 어떤 다큐멘터리 영화에 등장한 한 영화 스탭의 대사 때문이었습니다.
“당신은 최선을 다해 살았고, 누구도 그 이상을 해낼 수 없다.”
‘나’는 이 대사를 되새기며 로프웨이를 타고 하산합니다. 저는 살아가며 다른 사람들의 어떠한 말이 마음 속에 오랫동안 남아 생의 의지를 주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를 구성하는 것 중엔 신체, 마음, 지성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언어도 하나의 요소로 추가되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영화 스탭의 대사가 ‘나’에게 삶의 의지를 주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이 영화 스탭은 훗날 ‘나’의 남편이 됩니다.
과거에 영화 속 대사로 ‘나’의 목숨을 구해주었던 남편은, ‘나’가 사이가 안좋았던 동생과 만나는 순간에 돈 얘기를 해서 동생과의 화해를 망칩니다. 또한 영화를 제작한답시고 ‘나’의 돈과 삶을 좀먹습니다. 결국 ‘나’는 남편에게 이별을 고합니다. 그런 뒤 작품의 배경은 다시 로프웨이를 타던 설산으로 넘어가서 산에 걸려있던 구름에 초점을 맞춥니다. 작가는 구름이라는 자연물을 통해 인생의 순간들도 순환한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구름은 비가 되어 땅에 떨어지기도 하고, 그 비가 다시 기화되어 다시 구름으로 만들어지기도 하며 돌고 돕니다. 남편이 ‘나’에게 삶의 의지를 주었다가, 이후엔 ‘나’의 삶을 좀먹었던 것처럼요. 순환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목도한 순간, 누군가 ‘나’에게 또 하나의 삶의 이유를 줄 순간이 오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작품에서 인상깊었던 장면은 이렇습니다. ‘나’는 설산에서 로프웨이를 타고 내려오며 로프웨이 직원에게 묻습니다. 과거에 폭발한 적이 있는 화산에서 일하는 것이 무섭지 않냐고. 직원은 마침 일이 지루해서 고민이었는데 로프웨이를 한 번 탈 때마다 죽었다가 살아나는 것으로 생각해야겠다는 대답을 합니다. 위아래를 순환하는 로프웨이의 이미지, 죽음과 삶이 반복되는 이미지를 통해 순환의 심상을 더욱 강화하기도 하고, 삶의 일들이라는 것이 불교의 교리인 일체유심조라는 것을 말하는 거 같기도 합니다. ‘나’의 상황에 대입해 보면 많은 것을 잃었지만 새로운 것으로 인생을 채울 수 있게 된 것이죠.
<흩어지는 구름>은 구름과 설산의 이미지가 작품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며 자연물의 속성으로 인간사의 보편적인 원리를 나타내서 미학적으로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쓸쓸한 심상 속에서도 희망적인 기운이 피어나 읽으며 신기하고 즐거웠던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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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상 / 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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