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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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낙인과 혐오 앞에서 우리의 둥지를 지어왔으니까
헌법재판소는 어제 군대에서 동성 성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에 대해서 네 번째 합헌 선고를 내렸고, HIV감염인의 성관계를 처벌하는 에이즈예방법 제19조(전파매개행위죄)에 대해 첫 번째 합헌 선고를 내렸다. 오랜 기간 동성애, 동성애자, HIV감염인은 형사처벌 대상이 되며 범죄자 취급을 받아왔다. 어제 이 낙인과 혐오는 멈추지 않았고, 헌법재판소는 끝내 시대착오적인 판단을 넘어서지 못했다.
언론들은 동성애 처벌법이 합헌 선고를 받았다는 부분만 부각해서 보도했다. 군형법 추행죄는 네 번의 위험심판 중 최초로 동성애에 대한 차별적인 관점은 헌법 상 정당화될 수 없다며 평등권 위배라는 3명의 위헌의견이 나왔고, 전파매개행위죄는 첫 위헌심판임에도 치료를 잘 받으면 전파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일부위헌 의견이 5명으로 다수 의견이었음에도 이런 진전된 부분은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겉으로 보면 여전히 차별은 견고하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속 알맹이는 매섭게 차별을 뒤엎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사실 성소수자들이 일상적으로 서로를 돌보고 지지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해왔던 역사가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는 군인 동성애자에게 성관계 영상을 보여주라거나 평소 체위를 물어보는 인권침해적인 수사와 기소 과정에 대해서 함께 항의해오기도 했고, 한편으로 우리의 친구들이 군대를 갈 때 무사하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전역하길 함께 기도해주기도 했다. 2017년 동성 성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기소당한 수십 명의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위해 함께 싸워왔고, 그 소식을 듣고 두려워하는 당시 성소수자 군인 친구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상담해주었다.
우리는 에이즈가 죽음의 질병으로 알려지고 유행하던 시절에 가까운 지인이나 생면부지의 성소수자의 죽음을 겪었고 함께 애도해왔다.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도 HIV감염인과 게이 커뮤니티를 분리시켜 HIV감염인은 부주의하고 부도덕한 사람으로 낙인찍는 문화가 있었고, 여전히 그런 문화가 잔존하지만, 한편으로 HIV감염 문제가 게이 커뮤니티의 문제이고 당장 친구사이 회원의 문제이기에, HIV감염인에 대한 낙인과 혐오에 단호하게 맞서 싸워온 역사가 존재한다. 아직도 친구사이 사무실에 걸려오는 상담전화의 상당수가 HIV감염을 둘러싼 걱정과 좌절감에 대한 이야기고, 친구사이는 주기적으로 HIV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오픈테이블을 진행해오고 있다.
매주 이태원을 나가 게이클럽을 나가 춤을 추고 친구들과 만나 노는 것도,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 지인에게 감기 조심하라며 생강차를 끓여 나누는 것도, 야근하는 친구에게 박카스 기프티콘을 보내는 것도, 남자친구와 헤어진 친구의 밤새 말동무가 되어주는 것도, 알지 못하는 HIV감염인이 죽어 가족들에게 버림받을 때 함께 장례 치루는 일을 돕고, 내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 함께 합창하고, 그냥 책을 읽으며 서로 감상을 나누는 그 순간 모두가, 우리가 서로 돌보며 우리의 둥지를 지어 사는 것 자체가 사회를 바꾸는 씨앗이 된다. 합헌판결이 이뤄지던 어제도 성소수자자살예방 프로젝트 마음연결의 한 팀원은 묵묵히 늦은 저녁 친구사이 사무실에 나와 전화상담을 진행했다. 친구사이는 그런 힘으로 성소수자 차별에 맞서왔다.
우리가 존엄한 존재임을 서로 확인하고 지탱해주는 마음은 모여서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 지금 그 힘이 결코 작지 않다고 느껴진다. 시대착오적이고 분노스러운 헌법재판소 합헌 판결에도 크게 절망스럽지 않은 이유다. 아마 많은 성소수자 커뮤니티 일원들과 친구사이 회원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위헌의견들의 진전들 역시 그 힘이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가 이 힘으로 낙인과 혐오를 굴복시킬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 확신을 나누자. 결국 우리가 헌법재판소의 반인권적 합헌 판결을 함께 넘어설 것이니까.
2023년 10월 27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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