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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호][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33 : 이브, 프시케, 그리고 천 개의 긴긴밤
2023-08-03 오후 19: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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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7월 

 

[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33

: 이브, 프시케, 그리고 천 개의 긴긴밤

 

 

 

1. 『긴긴밤』 (7.8 책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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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토) 책모임에서 함께 읽은 루리 작가의 '긴긴밤(문학동네)'은 동화다. 올해 처음으로 읽은 동화고, 책읽당에서 동화를 읽은 것도 내 기억으론 처음이었다. 동화 치고는 분량도 길고 담고 있는 메시지도 꽤 깊다. 책읽당에서는 이것이 정말 동화가 맞느냐는 논의가 얼마간 이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동화든 아니든 상관없다는 쪽이었다. 어린이들은 어린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이야기에 담긴 의미를 깊이 느끼면 된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몰랐던 동화 속 내용의 의미를 어른이 되고 다시 읽으며 깨닫게 되는 경우도 흔하니까.

 

  제목 '긴긴밤'의 의미에 대해서도 토론이 이어졌다. 밤의 의미는 무엇이냐, 왜 하필 긴 밤도 아니고 '긴긴' 밤이냐, 각자의 질문과 해석을 주고받았다. 동화 속 동물들은 많은 밤을 함께 보낸다. 과거의 아픈 기억을 소화하느라 힘들어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서로를 돌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잠들기 아쉬워 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 개인적으로는 '돌봄의 시간'이라고 정리해서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돌봄의 방식은 길고 긴 밤에 그들이 주고받는 따뜻한 말들이었다. 밤에 동물들이 주고 받는 넉넉한 말들이 마음을 채우는 기분이었다. 누군가의 곁에 있을 때 마냥 안심이 되는 기분을 느껴본 지가 오래되었는데, 벽난로에 불을 지펴놓고 두런두런 얘기하는 편안함을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7월 8일 모임은 올해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25명) 책모임이기도 했다. 그것은 확실히 읽기 쉬운 동화의 위력인 듯했다. 4년째 책읽당을 겪으며 느낀 것은, 확실히 무슨 책을 읽는지에 따라 참가 인원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나도 평당원이었을 때는 맘에 드는 책이면 가고 아니면 안 가곤 했다. 쉽고 재밌는 책이면 다 읽고 갔다. 재미있고 접근이 쉬운 책을 고르는 것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모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 만화책을 한 번 같이 읽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어떤 만화책을 하느냐에 합의하는 게 쉽지 않을 듯하다. 사람이 많이 오는 모임이 꼭 좋은 모임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들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2. 『천 개의 파랑』(7.22 책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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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2(토) 책모임에서는 천선란 작가의 소설 '천 개의 파랑'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엔 경마 이야긴가 했는데, 로봇 이야기기도 했고, 그 근처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기도 하다. 사람과 사람 아닌 동물, 사람을 닮은 기계 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다. 빨리 달려야 살아남는 경마장에서 고통을 참으며 달리는 말, 그 말의 고통을 줄여주고자 낙마한, 이상한 기수 휴머노이드, 폐기 직전의 휴머노이드를 집으로 데려와 고쳐 함께 살아보려는 소녀... 이러한 돌봄의 연쇄를 관찰하며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그러다보니 장르는 SF 소설인데 SF 소설 같지 않았다. 마치 긴긴밤이 동화인데 동화같지 않다고 느껴지는 점이 있었던 것처럼. 

 

  제목에 대한 당원들의 논의는 이 책에서도 이어졌다. 한 당원은 '천 개'를 '많은', '파랑'을 '파도'로 해석하여, 수많은 파도를 겪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 같다고 했다. 다른 당원은 주인공 휴머노이드가 천 개의 단어밖에 학습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하여, 그가 바라보는 파란 하늘을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이 '파랑'을 천 번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고 했다. 내 경우 제목에 대해서 적절한 해석이 특별히 떠오르지는 않았고, 다만 파란 종이가 끝도 없이 이어져 있는 것 같은 하늘을 연상되었다. 그 이미지가 소설의 배경색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라는 소설의 첫 문장은, 한국에서 열심히 살아보려고 발버둥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떻게 천천히 달리는지, 천천히 달려서 뭘 할 것인지, 천천히 달리면 무엇이 보이는지를 나는 잘 모른다. 단순히 바쁜 일상을 보내는 와중에 휴가를 내면 되는 건가? 동남아의 화려한 휴양지에 가서 풀 빌라에 하루종일 드러누워 망고 스무디를 마시면 되는 것인가?  그건 천천히 달리는 것이라기보단 다음의 폭주를 위한 휴식일 것이다. 천천히 달리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단, 그 완행을 통해 살게 되는 삶이 의미가 있다. 소설은 그렇게 천천히 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듯 보였다. 모두가 자신의 원함에 따라 천천히 달리는 것은 아니고, 누군가는 더 빨리 달리고 싶어도 불가피하게 그 속도밖에 낼 수 없는 환경이지만, 어쨌든 각자는 자기의 속도에 만족하는 법, 언제든 멈출 수 있는 법, 다른 이의 속도에 때로는 천천히 맞추는 법을 연습하고 있다.

 

  7월에 책읽당에서 함께 읽은 두 책은 내게 '돌봄'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간 독립된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명분 아래,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 없는 존재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 누군가가 나를 돌본다는 것은 그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누군가를 돌볼 수는 있어도,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아쉬운 소리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책들을 통해 느낀 것은, 돌봄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은 결국 다른 누군가를 돌볼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긴긴밤을 혼자 버티는 사람은 넉넉한 말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줄 수 없다. 경마장에서 전력을 다해 뛰고 있는 말은 다른 이는 고사하고 자기 몸조차 돌보지 못한다. 때로는 나보다 더 나의 고통을 잘 감지해주는 타인이 있을 때 나는 그 경마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그 도움의 손길을 받을 줄 알아야 비로소 나도 기운을 차리고 다른 이를 돌볼 수 있다.

 

 

 

3. 소소한 공지사항과 책읽당 FAQ

 

 

<공지사항>

 

책읽당은 8월 한 달 간 내부 행사 일정으로, 기존 책모임은 쉬어갑니다.

책읽당에 관심이 있었으나 아직 인연이 닿지 못하셨던 분들은,

9월 9일 토요일 오후 4시에 책모임이 다시 열리니 그때 찾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9월 9일에 함께 읽을 책은 『아픈 몸, 더 아픈 차별』 (김민아 지음, 뜨인돌, 2016) 입니다.

 

장소 등 상세한 공지는 8월 말에 올라갈 예정이니, 

책읽당 소모임 게시판(링크)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문의 : 7942bookparty@gmail.com )

 

 

 

또한, 2023년 상반기를 마무리하고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 책읽당에 자주 묻는 게이 커뮤니티 안팎의 질문들을 정리해서 답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래 FAQ는 책읽당 대표메일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받은 질문을 정리한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책읽당 회원이 될 수 있나요? 

 ☞  책읽당 책모임에 3회 참석하시면 당원 자격이 주어집니다. 

      책모임 공지는 책읽당 소모임 게시판(링크)에, 보통 모임 2주 전쯤 올라갑니다.

      모임 공지에 있는 구글닥스로 신청서를 제출하시고, 안내에 따라 모임에 나오시면 됩니다.

      오프라인 모임에 한 번 나오시면 책읽당 오픈카톡방에 입장하실 수 있으며, 그 방을 통해서 이후 책읽당 관련 공지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책모임 참석 → 예비당원(1, 2회 참석인원: 오픈카톡방 참여 가능) → 3회 참석시 당원 자격 획득 → 밴드 가입, 당비 납부(분기별 15,000원) → 정식 당원!  

 

 

 책읽당은 언제, 얼마나 자주, 어디서 모이나요? 

 ☞ 책읽당 모임은 월 2회, 매월 둘째/넷째주 토요일 오후에 모이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공간 대관 등 내부 사정에 따라 조금씩 변동 가능).

     정확한 모임 날짜 공지는 위에서 언급한대로 모임 2주 전쯤에 올라가니, 궁금하실 때마다 책읽당 소모임 게시판(링크)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이는 장소는 주로 친구사이 사무실(사정전)이며, 사무실에서 하지 않는 경우에도 종로3가 인근(스터디룸 등)에서 진행합니다.

 

 

 모임에서 읽는 책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아무 책이나 상관없나요? 

 ☞ 발제자가 책을 정합니다. 보통 매 모임마다 발제자가 다르며, 당원이어야 발제가 가능합니다.

     발제자는 자원하거나 (보통은) 총재 등 운영진의 권유로 선정됩니다.

     책 종류는 상관없습니다만, 보통 300페이지 내외의 단행본을 많이 읽게 됩니다. 장르는 소설, 에세이, 비문학 등 다양합니다.

 

 

 책을 다 읽지 않으면 모임에 참석할 수 없나요?

 ☞ 그렇지는 않지만, 가급적 다 읽고 오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구글 폼으로 모임 참가를 신청하실 때, 책을 읽고 난 후기를 두 문장 이상 적어달라는 설문에 응답하셔야 합니다.

     불가피하게 다 못 읽어오시는 경우에도, 본인이 읽은 부분에서 어떤 것을 느꼈는지를 성의 있게 나누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책읽당에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 책읽당으로부터 책을 추천받고 싶습니다

 ☞ 책읽당은 공식적으로 책을 추천하거나 받지 않고 있습니다.

     발제자가 자발적으로 선정한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며, 특정 작가나 출판사 등과 무관합니다.

 

 

 보통 모임에 몇 명 정도 참석하나요?

 ☞ 매 모임마다 평균 15명-20명 가량 참석합니다.

 

 

 나이 제한이 있나요? 보통 연령대가 어떻게 되나요?

 ☞ 나이 제한은 없습니다. 현재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게이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미성년자, 청소년 성소수자도 참석이 가능한가요?

 ☞ 가능합니다. 전례가 없었으나, 오신다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당원들과 함께 논의해볼 예정입니다.

 

 게이(남성 동성애자)만 참석이 가능한가요?

 ☞ 아닙니다. 매 공지에 밝히고 있듯, 책읽당은 게이를 포함한 모든 성소수자와 인권감수성을 가진 비(非)성소수자 모두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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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당 총재 / 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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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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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짜 2023-08-05 오전 08:35

책읽당의 자랑스러운 총재 플로우 형~ 아주 맞는 말만 골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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