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때문인지 밤에 잠을 설치고 낮에 잠깐잠깐 졸게 되는 경우나 잠시 낮잠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은 요즘이다.
대부분이 단잠임에도 불구하고 그 짧은 시간에 꿈을 꾸게 되는 경우도 왕왕있다.
오늘 꿈에선 국민학교 동창인 영희를 보았다.
5학년 6학년 내리 2년을 같은 반에서 보냈는데 무슨 이유인지
그녀와 난 사이가 너무 좋지않아 친구들이 모두 앙숙지간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주먹다짐 직전까지 가기도 여러번 했었다.
졸업을 앞둘 즈음엔 소심한 마음 때문이었는지 영희와 화해라는 걸 하고 싶었다.
사실 내가 더 속좁게 굴고 성질을 부린 것이 사실이었기에..
그래서 무슨 선물인지는 기억나진 않지만 조그만 선물을 준비하고 졸업식날을 기다렸다.
얼추 졸업식을 마치고 가족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영희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런데 나의 인기척을 느낀 영희가 먼저 다가와 중학교에 가면 좀 어른스러워져 라며
웃으며 악수 포즈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난 잠시 망설이다 이내 그 손을 외면하고 말았다.
물론 선물은 옷춤에서 나오질 못했다.
졸업 후 영희는 무슨무슨 여중에 입학했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지나치다가도 한 번도 본 일이 없었다.
지금쯤 영희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꿈 속에선 국민학교 시절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을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관성대로라면 시집이라는 걸 갔을 가능성이 크긴한데,
어디서 무얼 하든 잘 지내고 있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그리고 날 용서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