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커플의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재판부를 규탄한다!
27일 인천지방법원 제2가사부가 20년 이상 동성과 실질적인 부부관계로 살아 온 여성이 상대여성을 상대로 낸 재산분할 및 위자료 청구소송에 대해 기각판결을 내린 것은, 동성애자의 인권을 후퇴시키는 반인권적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소송을 제기한 여성은 20년 넘게 다른 부부들과 마찬가지로 살아왔으며, 부동산 등 재산을 상대여성 명의로 했을 뿐 함께 모으고 관리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대가 폭력을 휘두르자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다고 판단해 20년간의 동거관계를 청산했으며, 사실혼 관계 해소로 인한 재산분할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낸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의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재판부는 우리 사회의 혼인이라 함은 일부일처제를 전제로 하는 남녀의 정신적, 육체적 결합을 의미하며, 동성간의 동거관계는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도 용인될 수 없기 때문에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수 없다 고 기각의 이유를 밝혔다.
사실혼은 커플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법적으로 혼인하지 않았더라도 성 관계와 공동 재산 관리 여부 등을 따져 결혼에 준하는 관계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부부나 마찬가지로 살아왔는데 법적으로 혼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인천지법 제2가사부는 커플관계에 있는 사람이 이성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20년이나 함께 살아왔는데도 사실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우리는 재판부가 과연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는 법의 취지가 무엇인지, 법이 수호해야 할 정신이 무엇이고, 헌법정신과 법 테두리 안에서 지켜져야 하는 인권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재판부가 스스로의 편견에 사로잡혀,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법이 명시하고 있는 성적 지향으로 인해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무시했다고 판단, 이번 판결에 대해 규탄하는 바이다.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체적, 경제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사회적 신분에 의해 차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에서도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동성애자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논의가 점차 많아지고 있으며,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동성결혼과 입양, 동성간 파트너십을 인정하는 법과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도 갈수록 다양해 지는 현대인들의 가족관계를 인정해, 가족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제도적으로 수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런 시점에서, 법원이 사회관념을 들먹이며 동성애자 인권향상에 찬 물을 끼얹는 시대착오적인 판결을 내렸다는 것에 항의한다.
동성애자 커플도 이성애자 커플이 사실혼 관계로 인정 될 만큼의 혼인의사와 혼인실체가 존재했다면,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고 재산분할청구권 및 위자료청구권을 인정해야 마땅하다. 그렇게 할 때만이 우리 법원이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권, 행복추구권, 그리고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2004. 7. 29. 한국동성애자연합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부산여성성적소수자인권센터,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또하나의 사랑, 변태소녀하늘을날다, 푸른마을사람들, 지지단체 러브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