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ck 하룻밤 상대'라는 퀴어 영화, 지하철 안에서 첫눈에 반해 섹스하고픈 가난한 연인이 등장한다. 허나 그들의 체온을 나눌 단 한 칸의 침대마저 없다. 그들은 밤새 섹스할 곳을 찾아 돌아다니지만 어디에도 그들을 위한 거처는 없다. 아침에 그들은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며 헤어진다.
토마스 하디의 '주디', 꿈을 가진 가난한 부부가 나온다. 아이들이 배고파서 엄마를 채근한다. 케터 콜비츠 판화의 그 장면. 아빠는 그런 아이들이 밉진 않지만, 채근하지 말라고 한다. 큰 아이는 자신들이 부모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의 자살. 두 부모의 꿈은 그렇게 망그러지고 만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 가난하지만 몽상가인 남자와 가난이 죄인 여자의 이야기. 그들의 데이트 장소는 강이 흐르는 다리 위. 서로 속고 속이는 사랑의 배반을 거듭한 끝에, 남자는 여자가 자신을 이용했음을 알게 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람들', 가난한 연인은 멀리 떨어진 채 편지를 주고 받는다. 소설은 편지체다. 사랑하는 마음과 정열이 편지에 담겨 절절하다. 하지만 가난한 운명은 그들을 파산 직전으로 몰고 가고 결국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끝을 맺게 된다.
어제 아침에 누군가와 전화를 했다.
누군가 : 넌 용기가 없어.
나 : 아냐. 상처 받기 싫어서 그런 것뿐야. 난 이제 마음 아픈 거 싫어.
누군가 : 거짓말 마.
나 : 그래, 난 가난해서 그래.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생각해보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의 가난을 그 탓으로 돌린 죄, 크다.
쇠주 마시며 나타샤를 기다리던, 나귀 흥엉흥엉 울던 그 밤의 청승 이미지를 좇는 죄, 크다.
용기 없는 죄, 크다. (2004/04/29)
노래 : 김광석 | 회귀
트릭 하룻밤 상대....란 영화줄거리 비슷한 경험이 적지않을 이 동네에
오래전 파고다 극장의 분위기가 떠오르고
지금은 내가 아니다...는 맘으로 감출만큼 가리고, 필요하다면 튀길만큼 튀긴채,
그렇고 그런자 와
우연인듯 위장하여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헤어졌던, 가난한 마음들이...
그런 하찮은 짖거리 속에 스며든 사람의 정감을, 차마 사랑이라고 말할순 없었지만
바보같이
그렇게 스친사람을 잊지못해, 생각하고 생각하며 서성이던 시절이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