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김광수 청년필름 대표가 광화문 집회에서 읽은 편지글입니다.
저는 <청년필름>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광수라고 합니다. 제가 임종석 의원에게 공개적으로 편지를 띄우는 것은 전대협 3기 의장이었던 임종석 의원이 더 이상 불의의 편에 서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저는 임종석 의원이 한양대총학생회장을 역임하였을 때, 한양대 인문대학생회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전대협 6기 문화국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임종석 의원과 함께 아파하고 함께 투쟁했던 한 사람으로서 임종석 의원이 정의의 편으로 돌아오길 기대하면서 그리고 이런 현실을 가슴 아파하면서 공개편지를 띄웁니다.
이글은 단지 임종석 의원 개인에게만 전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전대협 출신' 혹은 '386출신' 국회의원들 중에서 파병에 찬성한 분들 모두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그분들이 다시 '우리의 동지'로 돌아오길, 부끄러운 국회의원으로 남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랍니다.
사랑하는 후배 종석이에게
종석아.
15년 전, 넌 구국의 강철 대오 전대협의 의장님이었다. 조국을 사랑하는 많은 국민들과 백만 청년학도가 너를 아끼고 존경했으며 나또한 그랬다.
기억하지? 밤새워 토론하고 학생회관 구석에 쪼그리고 잠을 청했던 수많은 날들을 말이야. 전대협 의장이 되어 전국 방방곡곡을 뛰어 다니며 백만 청년학도의 가슴에 투쟁의 불길을 지펴 올리던 너의 모습이 선하구나.
나는 네가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 너무 기뻤다. 진심으로 기뻤다. 나뿐만 아니라 너를 믿는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기뻐했고 축하를 해주었지. 너는 나의, 아니 너를 믿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너는 누구보다 더 열심히 일했고, 훌륭한 국회의원이 되어 “역시 전대협 의장이야”라는 칭찬을 받기에 충분했다.
특히 네가 이라크에 전투병을 보낼 수 없다며 그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며 단식농성을 했을 때는, 안쓰러운 얼굴을 보는 건 가슴 아팠지만 정말 뿌듯했었다.
그런데 오늘 난 너에게 독한 말을 해야겠다. 이건 나의 후배 종석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열린우리당의 대변인인 임종석 의원에게 하는 말이기도 해.
종석아 이라크에 파병하는 것만큼은 막아내자. 명분 없는 침략 전쟁에 우리 군인들을 보내지는 말자. 지금 이라크에서 미군과 연합군이 벌이고 있는 수많은 만행을 알고 있잖니?
이라크인 민중들의 절규는 우리가 한 목소리로 외쳤던 “반전반핵 양키고홈”과 다르지 않고, 베트남전쟁에서 한국전쟁에서 미군에 의해 학살당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절규와 같아.
종석아. 난 너를 믿는다. 너의 조국과 민중에 대한 사랑, 반전 평화 정신을 알고 있기 때문이야.
지금도 늦지 않았어.
월요일 뉴스에서 이라크 추가 파병 반대는 물론이고 파병 철회를 위해서 뛰고 있는 너의 모습을 기대할게.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란다.
그런데, 그런데 만약, 네가 최근에 보여준 모습처럼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파병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한다면 난 너를 계속 지지할 수 없다. 아니, 너와 싸울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이 나라와 이 나라의 민중들, 그리고 이라크민중들 더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야.
우리의 동지 임종석에게 다시 한번 간절하게 바란다. 네가 우리와 같은 편에 서서 정의를 위해 싸워주기를 말이야.
훗날 우리의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었을 때 너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만 줄일게.
2004년 7월 3일.
임종석을 사랑하는 선배 김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