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독일 정부는 30일 동성애자들에게 아이 입양
을 허용하는 등 이성애자와 거의 동등한 권리를 누리고 책임을 지도록 한 `삶의 동
반자법' 개정안을 각의에서 가결했다.
이 개정안은 무엇보다 동성애자 부부 또는 파트너들이 상대가 과거 이성애자와
의 사이에서 얻은 자녀들을, 과거 이성애 부부 또는 파트너였던 사람의 동의를 얻어
공동 입양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동성애자가 다른 사람의 자식을 받아들이는 `일반적 입양'은 여전히 금
지하고 있다.
개정안은 또 법률 상 `등록된 커플'인 동성애자들이 헤어졌을 때에도 과거 파트
너에게 생활비 지급을 요구하고 연금을 받을 권리를 주고 있다.
아울러 동성애 파트너 가운데 어느 한 파트너가 다른 파트너와 관련된 일에 대
해 법정에서 증언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2001년 `삶의 동반자법'을 제정해 동성애자들도 관청에 혼인등록
또는 삶의 동반자로서 법적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길을 텄으나 이성애자들에 비해
제한적인 권리만 인정해왔다.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으로 구성된 적녹연정과 달리 보수야당들은 동성애자 결혼
허용을 못마땅하게 여겨왔으며, 특히 입양 허용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오는 2일 하원의 첫 심의 과정부터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법 개정안은 야당이 장악한 상원 동의가 필요 없어 적녹연정이 과반
을 차지한 하원에서 통과돼 내년 1월1일 자로 발효될 전망이라고 공영 도이체벨레
방송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브리기테 쥐프리스 법무장관은, 헌법재판소가 지난 2002년 동반자
법에 대해 합헌이라고 결정함으로써 동성애자들에게 더 많은 권리를 부여할 수 있도
록 했으며 이제 자녀 양육에서도 동등한 권리와 책임을 부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폴커 백 녹색당 원내총무는 "개정안이 동성애 부부에게 아이 입양에 관한 `백지
수표'를 주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아이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는 것이 우선
되도록 법규 내용을 구성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에드문트 슈토이버 기독교사회연합 당수는 "이는 기족이라는 가치와 기독
교적 전통에 대한 공격이라고 반발했다.
제1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의 노르베르트 뢰트겐 원내 대변인은 "개정안은 아이
의 행복이 아니라 어른들의 필요성에서 나온 것"이라며 헌법에 명시된 결혼과 가정
에 대한 보호와 어린이의 부모 선택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베아테 메르크 바이에른주 법무장관은 "어린이는 동성애자 공동체가 아니라 가
정에 있어야 한다"고 비판하며 법안 통과를 저지하겠다고 말햇다.
한편 쥐프리스 장관은 공식 통계 상 동성애자와 함께 사는 아이들이 약 8천3백
명이지만 실제로는 16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고 일간 디벨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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