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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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11
: 정유정, <종의 기원>

(출처 : 은행나무 출판사)
*해당 글은 정유정 작가 <종의 기원>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종의 기원>을 읽은 많은 책읽당원들은 에필로그에 쓰인 작가의 규정을 아쉬워했다. 작가는 주인공 유진을 “상위 1퍼센트에 속하는, 정신의학자들 사이에선 ‘프레데터’라고 부른다는 순수 악인”이라고 못박았기 때문(382p). 하지만 우리가 책에서 읽어낸 유진의 모습은 보다 여지가 있었다. 얼마든지 다르게 자라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았다. 날 때부터 마땅히 본모습을 억압받으며 살아야 할 존재가 있다는 식의 서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탓일 수도 있다. 우리도 비슷한 것과 싸워본 적 있으므로.
논쟁도 그 부분에서 일어났다. 형제를 죽인 아이를, 의학적으로도 그렇게 진단받은 아이에게 부모 입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더 할 수 있었겠느냐는, 지극히 합리적인 생각이다. 논의 중에 개인적으로는 소년범 감형이나, 잔인한 시를 썼던 아이를 놓고 벌어졌던 그런 논쟁들이 겹쳐지기도 했다. 아래는 주요 발언 정리.

-다들 책을 어떻게 읽었나.
플로우: 재미있게 읽었다. 스토리를 끌어가는 특별한 힘이 있는 듯하다. 처음에는 ‘이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읽으면서 생각을 계속 했다. ‘이사람을 애초에 막을 수 있었나?’ 싶었고. ‘어디까지 이해해줘야 하나’ ‘막지 못한 가족의 잘못인가, 이모의 잘못인가?’ ‘아니라면 태어난게 잘못인가’ 이런 질문을 계속 하게 만들었다.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추리소설 읽듯이 읽는 방식으로 가치판단을 안 하고 읽으니 마음은 편해졌다.
멧비: 묘사들이 놀라울 정도로 생생했고. 마지막에 형과 싸우는 것을 묘사한 부분은 여성 작가인데도 실감나게 잘 그려냈길래 놀랐다. 주인공에서 악한 면과 선한 면 모두를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주인공을 맹수라고 정의하고 쓰인 소설이라는 게 의미도 있는 것 같고 아쉽기도 하고 그랬다.
-이모가 죽으면서 유민의 이름을 말한 이유는?
종하: 이 질문은 내가 준비했다. ‘왜 갑자기 죽은 유민의 이름을?’ 작가가 분명히 생각을 해보려고 넣은 게 아니겠나, 싶어서. 내 의견을 말하자면, 이모 마음 안에는 처음부터 유진의 존재가 없었던 것 같다. 조카가 둘이 있었음에도 유진이라는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았던, 억제해야 할 짐승처럼 대했던 것은 아니었나.
우석: 의사이자 학자인 입장으로서 품은 호기심이 아니었을까. 유민과 해진 같은 이들은 유진에게 조금 더 인간적인 감정을 불어넣는 관계들로 비춰졌을테니까. 유진이 그들을 왜 죽였는지 궁금하지 않았을까? 죽는 순간에도, 이모의 일종의 호기심이나 진실을 알고자 하는 찝찝함 같은 것이 있어서 유민에 대한 의문들이 남았던 것은 아닐까. 유진의 성향을 가장 먼저 포착해낸 사람이 바로 이모이기도 하고.
플로우: 소설이 전지적 작가 시점 아닌 유진 시점이니까. 유진 시각에서는 ‘이모가 유민이라고 말했다’고 인식한 것 아닐까. ‘저 이모는 죽으면서까지 유민을 찾아’ 라는 유진의 생각을 드러낸 것 같기도 하다. 유진의 내면에 그런 열등의식이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이모는 유진을 부르려다 ‘미음’으로 발음이 샌 것일 테고.
-누구의 책임일까? 유진은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을기: 유진이 유민을 가해하는 것을 본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약으로 억누르고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가장 잘못한 것은 유진이 맞다. 밤에 나가서 사람들을 습격해서 죽이기도 했으니까.
성민: 작가가 분명히 유진은 사이코패스라고 사실을 제시했다. 진단 결과가 ‘상위 1% 포식자’라고 결론이 났기 때문에, 어머니와 이모 입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까? 살인이 난 건 부모가 너무 소극적으로만 대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석: 우선 유진 어머니의 행동을 되짚어봤을 때. 열살 때 그 사건이 있고나서 유진이를 무서워만 하고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때부터라도 어떤 아이인지 파악하고 대화하려고 해야 하지 않았을까. 계속 단절돼 있었던 것은 아닐까. 26살까지 자신이 먹는 약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라난 것도 굉장히 폭력적인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결말이 나지 않을 수 있었고 이렇게 결론나지 않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잘못이 어머니에게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양한 인물, 다른 요소들도 유진의 성향을 극대화시켰을 것.

(<종의 기원> 영문판, <The Good Son>(2018))
-소설 속 싸이코패스는 현실반영이 충실히 된 편일까?
제이미: 싸이코패스의 정식명칭은 ‘안티소설 PD(반사회적 인격 장애, 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다. 소설 속 유진을 그 증상에 대입하긴 어렵다. 정말 안티소셜 PD라면 이모의 진단과 부모의 개입도 그런 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해당 성향을 진단내리는 것은 사회적 낙인을 동반하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일정 나이가 차야 진단이 허용되기도 한다. 외려 유진은 미디어에서 흥미 위주로 묘사하는 싸이코패스에 가깝다. 유영철 같은. 작가가 그려낸 이 친구는 작가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만들어낸 캐릭터라 생각한다. 물론 이런 싸패도 있고 저런 싸패도 있겠지만.
멧비: 작가가 설정해서 만든 인물이라는 것이 많이 드러났다. 영화 <위플래시>를 볼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당시 악랄한 스승인 플레처를 보면서 세상에 저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없겠지, 생각했다. 그렇지만 누구나 ‘악’하면 떠오르는 그런 존재라고 이해했다. 유진 역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악을 묘사하기 위해 작가가 만들어낸 캐릭터가 아닐까.
모쿠슈라: 작가가 간호사 출신이고 조사를 철저히 오랜 시간에 걸쳐 한다고 들었다. 의학지식을 오독해서 그랬다기보다는 이야기꾼으로서 서술가로서 욕심이 있어서, 전형적 사패보다는 본인만의 인물을 만들어내려고 했던 것 같다. 인물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조금 과욕을 부른 것 같다.
-책에서 의미를 찾아보자면.
우석: 전쟁이 나거나 끔찍한 학살이 벌어지면. 보통 사람들은 개인적인 성격과 요소를 비난한다. 그러면 쉽다. 사회적인 문제임에도 개인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 작가는 그렇지 않은 방식의 무언가를 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 유진이라는 사람의 유전적 특질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데. 개인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사회나 구조가 어떻게 배경이 되는가, 라는 것을 작가가 이야기하지 않았나 싶다. 제목이 종의 기원이 되었던 것도. 적자생존과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을 이야기하는 종의 기원, 그것에 대한 비판 아닐까.
플로우: ‘뭐가 달랐으면 이 사람이 그렇게까지 가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순진한 답을 내리자면 ‘엄마가 좀 더 본능적으로 사랑해 줬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스킨십을 많이 하고 따뜻함을 많이 줬다면. 달라졌을지 장담은 못하지만 그랬으면 어땠을까 많이 궁금하다. 엄마는 공식대로 행동했다. 공식에 맞게 행동해서 마음의 혼란을 무마하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게 틀린 것은 아니겠지만 그게 최선이었나, 싶다. ‘어쩔 수 없었다, 최선이다’ 라는 분들도 계신 것 같은데 계속 ‘이랬다면 어땠을까’가 이어지는건 우리의 마음이 개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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