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 Fly Me To The Moon, Frank Sinatra
정말 그럴까요?
도킨스 이래 유전학자들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이 그리 아름다운 것은 라흐마니노프의 아랫도리, 즉 자기 유전자를 전승하려는 '이기적 유전자'의 보이지 않는 손 때문이라더군요. 요컨대 성적 욕망이 예술을 만들어낸다는 거죠. 그의 왕성히 부풀어오른 말초 신경이 피아노 건반을 내달리는 꼴입니다.
얼마 전에 걔네들은 지금은 죽어 버린 위대한 음악가들의 아랫도리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지요. 요는 성적 욕망 때문에 예술이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남자든 여자든, 돈이든 자가용이든, 고가의 화장품이든 세련된 양복이든, 예술이든 정치든 모든 것이 대대 손손 전승되려는 '유전자의 보이지 않는 손' 때문에 그리 치장하고 축적한다는 거죠, 섹스 때문이라는 거죠. 마치 파트너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화려한 색색깔의 깃털로 치장한 채 우아하게 춤을 추는 새들처럼.
정말 그럴까요?
방금 전 기차 시간을 기다리며 본 어떤 영화에서 주인공이 그러더군요.
'인생은 결국 섹스 코메디라니까!'
그래요,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요. 오늘 기차 탔을 때 제 옆에는 또 누가 앉을까요? 영원을 약속하는 달짝지근한 속삭임, 사랑의 밀어, 요거들 대부분 인생이라는 섹스 코메디 영화를 위한 반주곡이 아닐까요? 니미랄, 사랑에 빠져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던, 혹은 지금도 울고 있을 모든 이들의 진정성은 섹스 코메디를 위한 서비스 프롤로그였던 거지요.
그럼 이미 결혼한 사람들은 어찌 하냐고요? 알게 뭐예요. 흐흐.... 톨스토이에게 누군가 물었습니다. 결혼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거 말인가, 관에다 발 한짝을 담그는 일이지. 예? 저기 아내가 잔소리를 하기 위해 좇아오면 관 속에 숨어버리면 되잖아. (톨스토이는 결혼 후에 어떤 영주의 딸과 썸씽이 있기도 했어요)
아마도, 늘그막이 흔들 의자에 앉아 흔들거리면서 내 인생은 섹스 코메디였어, 하고 멋쩍게 웃으며 휑뎅그레한 이마빡으로 나른히 가을 햇빛 집열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정말로 인생은 섹스 코메디일 거예요. 어쩌면 그 순간에도 젊은 정원사의 근육을 훔쳐보며 틀니를 손가락으로 매만질까요?
근데 전 전혀 웃기지 않은데 어떻게 하죠? ㅎㅎㅎ
p.s
분명 치매예요. 작년 여름에 쓴 건데 여기다 다시 올리는 것 같은 치매성 데자뷔 현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