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옛말이 별로 틀리지 않네요.
심의 문제 때문에 꽤나 호러 매니아들한테 관심을 불러 일으켰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별로 먹을 게 없습니다. 식상한 헐리우드 슬래셔 장르를 대충 버무린 정도의 요리 실력으론, 언감생신 저 같은 호러 매니아들의 눈을 즐겁게 하지는 못하는 법이지요. ^^ '지퍼스 크리퍼스'에서부터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등 긁어 써 먹을 건 죄다 긁어 놓은 누더기 영화입니다.
엑스텐션은 퀴어 코드를 중요한 반전 장치로 쓰고 있습니다. 살인자로 나오는 뚱뚱한 남자는 레즈비언 소녀 메리의 내면에 간직된 호모포비아가 빚어낸 악의 화신이지만, 정작 자신은 자기가 좋아하는 알렉스를 구원하는 착한 여전사인 것처럼 굴고 있는 거죠.
호모포비아/동성애로 분열된 다중인격자들이 연쇄살인마로 등장하는 영화는 이미 쌔고 쌨습니다. 알 파치노의 '쿠르징'이라든지 키아누 리브스의 최대 졸작 중에 하나인 '왓쳐'라든지 일본 영화 토미에 시리즈가 그 대표적인 영화들이죠.
다만, 머리를 짧게 자른, 요즘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등으로 관객들에게 차츰 얼굴이 알려지고 있는 세실 드 프랑스라는 이쁜 여배우 이미지와 슬래셔 호러라는 장르가 맞부딪혀 만들어낸 그나마 독특한 분위기는 봐줄만하군요.
암튼... 초반에 깔려져 있는 단서들이 너무 뚜렷해서 센스 있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반전을 예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p.s
아쉽긴 해요. 정작 퀴어 웹진, 뭐 이런 게 있었다면 이런 영화들을 누군가 사전에 다룰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이 영화는 퀴어영화 혹은 호모포비아를 소재로 써먹은 호러 영화, 둘 모두에 포함될 요소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여전사 이미지, 특히나 레즈비언 코드를 지닌 여전사 이미지를 좋아하는 게이라면 도전해도 좋을 법한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