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스케치 #3]
2019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아이다호(IDAHOBIT) 대행진
2019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을 포함한 총 24개 공동주최단위)은 5월 17일 2019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아이다호 대행진을 진행했습니다. 사전집회와 행진, 마무리집회로 구성된 이번 집회의 슬로건은 <“무지개가 광:(光, 狂) 나는 밤”: 평등과 안전이 빛나는 무지개 은하수를 놓아라> 였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선동과 차별조장이 극심한 현실이지만, 성소수자로서 자신을 드러내고, 자유롭게 표현하며, 소수자로 배제당하지 않는 것이 평등하고, 안전한 사회임을 알리고 국가에 당당하게 요구하자는 취지 아래, 레인보우 스페이스 캠페인과 대행진을 진행했습니다.
각 단위의 대표들이 연단에 서서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선언문을 낭독하였습니다. 선언문의 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하나, 모든 사람은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성별표현, 성특징 등에 무관하게 안전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우리 모두는 위험을 알고 이에 맞서 행동하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주체들이다.
하나, 평등이야말로 안전의 기초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안전을 이유로 성소수자, HIV감염인 등 소수자를 문제로 지목하고 배제하는 모든 시도를 거부하며, 평등이야말로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위한 길임을 재차 강조한다.
하나, 국가와 지자체는 평등과 안전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군형법 추행죄의 폐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 증오범죄, 젠더폭력의 근절, 성소수자의 교육, 건강, 노동권 등의 보장을 위한 제도 및 정책 마련, 무엇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한다. (전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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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진행된 행진은 광화문 광장, 종로1,2,3가를 지나 성소수자 커뮤니티들의 공간 낙원동 일대를 행진하며, <우리는 여기 있다! 성소수자 삭제 말라!>, <평등해야 안전하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광화문에서 종로로 진입하는 대열의 모습입니다.
친구사이 사무실이 위치한 종로3가 주변을 무지개깃발을 든 대열이 행진한 것은 지난 2014년 8월 개최된 친구사이 20주년 행사 '친구사이 20' 이후 오랜만의 일이었습니다. 참가자로 가득한 종로3가 차도의 모습입니다.
종로3가 지하철역 8번 출구 앞에서 대열은 잠시 정지하였고, 이 때 친구사이 대표가 이 지역에 묻어있는 성소수자의 과거와 오늘에 대해 발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발언의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대표 김기환입니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언론이나 기관의 장들, 주변 지인 분들이 그래도 세월이 지나 변하지 않았냐고 말이지요. 성소수자로서 사는 삶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냐고. 요모조모 따져보면 변화하고 있지요. 오늘 같이 좋은 날 이렇게 종로 낙원동 일대에서 행진도 하고 있고요. 그렇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상황을 알리고 싶습니다.
지난 2013년부터 친구사이는 아이다호를 알리고 기념하기 위해 종로 낙원동 일대에 현수막을 게시했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어제 현수막을 게시했는데, 오늘 아침 현장을 가보니 현수막은 철거되었습니다. 물론 구청이 허락한 게시대가 아닌, 단체가 자체적으로 게시한 현수막이기에 철거 대상이긴 합니다만, 저희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게시한 현수막인데 하루만에 철거되다니 많이 속이 상하더라고요. 기념하는 날짜와 단체가 명시되어있으면, 적어도 어제 목요일에 게시했으면 주말까지는 버텨 주는 것이 인지상정일 텐데. 그러한 감정적인 호소가 저희 현수막에서 느껴지지 않았나 봅니다.
물론 현수막 하나로 판단할 것은 아니지요. 그렇지만 지난 30여년간 이 종로 낙원동 일대에서 인생을 보내며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수많은 성소수자들의 이야기에 대해 도대체 누가 얼마나 관심이 있는 것일까요? 지금 우리가 서있는 이 지역은 서울시가 주도하여 진행하는 서울도시재생사업의 성공 모델로 알려지고 있지요. 이해와 소통을 통한 지역공동체 육성이 목표라는데, 정작 이 지역을 활성화하고자 노력하는 수많은 성소수자들의 시도는 지워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오늘 평등하고 안전한 공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되묻고 싶습니다. 지역에서 말하는 공존과 상생이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배제당하는 사람들을 특정 공간에 가두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드러내고 지지를 표현하여 긍정하는 것. 그것이 곧 우리 사회의 모범이 되어 전국적으로 당당히 자랑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또한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작년 12월 1일 세계에이즈의날을 맞아 친구사이가 소속되어 있는 HIV/AIDS 인권활동가네트워크는 종로에 위치해 있는 90여개에 가까운 게이업소에 홍보포스터를 부착했습니다. 종로 포차거리에서, 이태원 클럽에서, 퀴어문화축제에서 HIV 감염인들은 함께 자라고, 살아가고 있다는 내용의 포스터입니다. 친구사이에는 “HIV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임 가진사람들”이 있습니다. 감염인들의 모임입니다. 지금 국가와 사회는 다수의 안전을 이유로 HIV감연인을 차별하고 통제하며 관리하고 있습니다. 감염인들도 우리와 함께 사는 사람들입니다.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이 낙원동 거리에서 울고 웃으며 함께 사랑한 사람들입니다. 바이러스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무지와 불안과 공포심이 사람들 사이를 힘들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다호 기념일의 취지처럼 우리에게 있는 이 원인 모를 두려움과 공포, 불안을 증폭하는 것. 혐오를 선동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세력들의 거짓 정보에 귀기울이지 말아야합니다. 오랜 시간동안 성소수자와 HIV 감염인들이 이 낙원동일대에서 공존의 목소리를 외치고 있는 만큼 이 지역에서 더 이상 우리들의 목소리는 지워지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평등과 안전은 결국 힘없는 시민들이 함께 연대하여 국가와 사회에 강력히 요구하며 외쳐야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우리 시민들이 앞으로의 역사에 끝까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친구사이 대표 김기환이었습니다. 에브리바디 콩그레츄, 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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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대표님 발언에 등장한, 철거되기 전 친구사이 아이다호 현수막의 모습입니다. (촬영 : 경향신문 강윤중 기자)
종로3가 포차골목을 지나면서, 이곳에 위치한 아이샵 사무실과 여러 게이바들이 무지개색 깃발을 내걸어 대열의 행진의 축하해주기도 했습니다.
탑골공원을 돌아 낙원상가로 진입하는 대열의 모습입니다.
남인사 마당에 모여 마지막 발언을 듣는 것으로 아이다호 대행진은 마무리되었습니다. 금요일 저녁 천여명에 가까운 참여자들이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성소수자의 평등과 안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뜻깊은 순간이었습니다.
(사진 : 터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 이종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