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도 많고 생각도 많을 백수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친구사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용이를 보고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육 년 전... 화려했던 연남동 시절을 마감하고 뚝섬으로 사무실을 옮긴 후 처음 맞았던 겨울.
연남동에 사무실에 있었던 시절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며 인권운동을 외치던 사람들은 이런 저런 이유들로 하나둘 빠져나가고...
재정도 힘들어졌고 당시 대표였던 동갑내기 친구는 점점 의욕을 잃어갔다.
든 자리는 표시가 안 나도 난 자리는 금새 표시가 나는 거라고. '형들 혹은 언니들(?)'이 있어서 늘 든든했었고 그들을 바라보며, 그들을 믿으며 일을 해왔었는데 갑자기 눈 앞에 있던 산이 사라져버리니... 그 때 난 친구사이 사무실이 가깝다는 이유, 또 게이 친구들이 근처에 산다는 것만 믿고 집까지 근처로 이사까지 간 후였다.
혼자 혹은 둘이서 지키는 뚝섬의 지하 사무실은 얼마나 넓었던지, 또 얼마나 춥고 음습했던지...
하지만 빠진 사람들의 공백이 커져 갈 수록 남은 사람들이 해야할 일들이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이런 저런 일을 해보자고 우기기도 하고, 일부러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를 친구사이 사무실로 잡기도 하고...(요즘 용이가 회의 때 자주 딴지를 걸기도 하고, 사무실에서 번개를 때리기도 하는 것처럼...) 그러다가 더럭 커밍아웃을 하는 바람에 어머니 손에 끌려 강제로 이사도 가게 되고... (하지만 어머니가 선택한 동네 역시 주변에 흑장미를 비롯한 게이 친구들이 무더기로 사는 곳이었다는...^^)
용이를 보면, 줌을 보면, 라이카를 보면, 또 막내 영로를 보면 힘이 난다.
게다가 며칠 내로 용이가 전기 온풍기를 설치할 거라니... 올 겨울은 참 따뜻해질 것 같다.
* ps : 일요일 챠밍스쿨 끝나고 용이 생일파티 있습니다...
p.s
마님이 아까 전에 전화해서 프린트 안 된다고 어찌나 쌀라쌀라 이상한 소리를 해대던지.
쌀라쌀라 이상한 소리들, 연대된 삶의 무르익는 소리들.
흠.... 대체 내가 뭔 소리를 하고 있댜. 민정호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