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재밌어요.
이 영화를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는 주목 받는 감독입니다. 'Heavy'로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이후 '처음 만나는 자유'를 연출했을 때, 사람들은 그가 뭔가 해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만나는 자유'는 위노나 라이더가 나오는 정신병동에 관한 영화인데, 재미로 보면 재미 없겠지만 마음을 열고 보면 무척 재밌는 영화입니다. 레즈비언 코드로 읽어도 충분히 재밌고요. 우리의 위노나 양은 이 영화 이후로 '죽'을 쑤더군요.
맨골드 감독은 영화 '아이덴티티'와 더불어 자신의 2001년 연출작 '케이트 & 레오폴드'랑 같은 날 국내에서 개봉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케이트 & 레오폴드'는 그리 세지 않은 영화입니다만, 연인과 함께 이성애 멜러에 생각 없이 전이되고 싶은 호모라면 마음 비워놓고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아이덴티티'.
맷 데이먼의 첩보 영화와 헷갈리지 마세요. 제목이 같긴 하지만 전혀 다른 영화이니까요.
심리호러극이라고 장르를 붙여야 할까요.
폭풍이 몰아치던 날 여러 사람들이 길이 막혀 외딴 모텔에 묵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입니다. 여기까지는 흔하디 흔한 헐리우드 영화의 내러티브를 취하고 있지만, 이 영화의 미덕은 후반부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후반부에까지 전 왜 이 영화 제목이 '아이덴티티'일까 한참을 고민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연결 고리가 생기더군요. 더 이상 이야기하면 스포일러일테니 말하지 않을께요.
뭐 개인적인 평가를 내리자면 걸작이거나 수작은 아닙니다만, 헐리우드에서 이렇게 '비틀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보는 즐거움은 나름대로 있는 영화입니다. 글쎄요, 존 쿠삭이 아니라 에드워드 노튼이었다면 조금 더 실감나게 무서웠겠죠. ^^ 또, 왜 히치콕을 베끼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고요. 그랬더라면 더 재미 있었을 것 같아요.
에드워드 노튼이 좀 어울려 보이긴 하지만....난 쿠삭만 보면 가슴이 떨린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