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7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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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휴가' #1]
낯선 곳에서 게이 스팟 찾기
엉덩이에 일렁이는 바람 따라
낯선 곳에서는 여러분의 마음도 설렐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커버스토리는 낯선 곳에서도 알차게 보내시려는 여러분의 마음을 담아
게이스팟에 찾아가는 여정을 담아 보았습니다.
#1. 나의 섹스 도우미, Fake Location (제니)

가끔씩,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 때가 있다. 평소 집돌이로 살면서 이동반경이 크지 않은 나에게 섹스를 할 수 있는 사람이란 항상 주변 동네에서 둥둥 떠있는 ‘익숙한’ 얼굴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여행을 떠난다. 지루하고 익숙한 어플 속 사람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물들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나에게는 일상에서의 유일한 탈출이라고나 할까. 그래, 어쩌면 ‘퀴어’라고 정의되는 내 정체성 삶 속에서 유일한 ‘퀴어’함은 여행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내가 가진 이 지루함이 퀴어가 될 수 있을까.
여행을 떠나기 전, 꼭 설치하는 어플이 있다. Fake Location. 핸드폰의 GPS를 내가 원하는 위치로 조정해주는 것이다. 이 어플을 통해 나는 내가 여행갈 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물과 미리 마주할 수 있다. 그렇게 ‘어디서 왔는가?’, ‘언제 볼 수 있는가?’ 등의 대화 속에서 가상의 인물을 통해 때로는 게이바를 소개받기도, 때로는 쉽게 섹스를 즐길 수 있는 은밀한 공간들을 소개받기도 한다.

몇 년 전, 훌쩍 일본에 있는 오사카로 떠난 적이 있다. 어느 날 갑작스러운 우울감에 사버린 비행기표만 ‘달랑’ 들고 찾아간 오사카는 미지의 공간이었다. 미리 관광지를 조사하지도 못했다. 관광지를 보고 싶어서 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호텔을 미리 예약해서 오지도 않았다. ‘그냥 어떻게 되겠거니..’라는 생각에 떠난 곳이기 때문이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 떨어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어플 덕에 기분 좋은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예약한 호텔과 사진 찍을 관광지만 없었을 뿐, 하루는 일본인 회사원의 집에서, 또 다른 하루는 유학생의 집에서 머물면서 대화를 나누고, 몸을 나눴다. 그렇게 6일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이후, 지독한 집돌이인 난 가끔씩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는 한다. 물론 떠나기 전에 어플을 설치하는 것은 선크림만큼 중요하다. 한편, 만남을 위한 어플이 이렇게 세계화적으로 보편화된 상황에서, 밀집된 형태의 게이 스팟은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 것이 사실이다. 혹자의 말처럼, 급격하게 온라인화된 게이들의 네트워크는 전통적인 형태의 게이 스팟들을 가차 없이 무너뜨렸다. 어플이 있기에, 우린 터미널에 가지 않아도, 음습한 공원 화장실에 가지 않아도 된다. 어플이 있기에, 우리는 이태원 클럽에 가서 밤을 새우며 몸을 비비고, 종로3가 포차 근처 낡은 모텔에 가서 섹스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로3가에 가고, 이태원에 가고 있다. 해외에 나갈 때도 굳이 태국에 가고, 상해에 가며, 샌프란시스코에 찾아간다. 굳이 구글 핑크맵을 통해 게이바를 찾아가고, 조금이라도 내 정체성과 관련된 축제를 찾아가기 위해 알아본다. 왜일까?

Airbnb에서 서비스 중인 ‘지역활동가와 함께 여행하는 LGBTQ의 역사공간’ 서비스
(좌측부터 뉴욕(https://www.airbnb.co.kr/experiences/77764 ), 암스테르담(https://www.airbnb.ca/experiences/128319 ), 암스테르담( https://www.airbnb.co.kr/experiences/83901 ))
도시를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는 가장 익숙하지만, 아직까지도 그 뜻을 모르겠는 단어가 두 가지 있다. 바로 ‘지역성’과 ‘역사성’이라는 단어다. 도대체 이러한 공간들에는 어떤 역사가 담겨있길래, 어떤 기억이 담겨있길래 우리는 입과 입을 통해 전달받은 그곳들에 끊임없이 찾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나에게 다음 여행이라는 것이 있다면 한번 가서 들어보고자 한다. 그네들은 왜 자신들의 공간을 기념하고 기억하고자 하는지. 꼭 들어봐야지.
#2. 구글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아론)

한참을 스마트폰만 보면서 걸어가고 있었다. 시내 중심의 호텔에서 벗어나, 러브호텔촌을 지나고 나니 구글은 이곳이 내가 찾던 곳이라 알려주었다. 높은 빌딩, 북적이던 사람들, 밤새 빛나던 네온사인은 온데간데없고, 가로등마저 드문드문 있는 어수룩한 주택가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인구 200만, 일본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인 나고야의 이반업소는 그런 곳에 있었다. 문제는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간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혹시 잘못 찾아온 건가 해서 느려터진 폰만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구글이 할 수 있는 것 딱 거기까지였다. 이제부턴 내 몫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간판 없는 매끈한 빌딩을 나는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간판은 없지만, 외관과 건물 주변이 매일 청소하는 것처럼 매우 깨끗했다. 이상했다. 그리고 그 건물의 입구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이상했다. 그 건물 외벽을 따라 두세 바퀴 돌다 보니 발견한 것인데, 건물 옆 정원이 마치 정원 속 미로의 입구처럼 식물과 식물 사이에 길이 있었다. 이상했다. 하지만 그 미로에 들어서자 여기가 내가 찾던 곳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미로를 지나니 건물 입구에 당도하니 거기엔 익숙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마침내 찾은 것이다.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나의 첫 경험은 범일동이었다. 친구들과 부산에 놀러 가면서 범일동을 찾아가 보기로 했는데 이반시티와 친구들에게 정보를 얻었지만, 왠지 자신이 있었던 건 부산이 내 고향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 자신감은 부산의 중심인 서면에 멀어지자 이내 곧 떨어졌다. <이런 곳에 이반바가 있어?>라는 의문이 드는 곳에 당도하자, 술집 간판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이상한 건 간판이 켜져 있지만, 문은 모두 닫혀있고 가게 안을 볼 수가 없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문을 하나씩 열어 확인해 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영업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술집거리에서 한참을 헤매다, 간판 밑 조그마하게 적힌 <멤버십클럽>이란 글자를 보곤 안도하게 되었다.

우리의 장소는 우리를 닮았다. 우리와 일본의 그곳은, 중심부에서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외부인의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숨어있지만, 오히려 그러한 은폐엄폐가 그곳을 눈에 띄게 만든다. 일반인척 애써보지만, 되레 그것이 더 어색한 것처럼, 아직 동성혼이 법제화 단계까지 오지 않은 우리와 일본의 현실과 닿아 있다. 언젠가는 우리의 문을 활짝 열어도 안전한 그 날이 오지 않을까? 찾아오는 관광지로 발전한 샌프란시스코의 카스트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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