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2.03 22:00:02 수정 : 2017.12.03 23:11:31
ㆍ‘학생 성 권리 인식·경험 실태 조사’ 결과 발표
ㆍ중학생 10명 중에 8명이 “친구가 동성애자라도 무관”
ㆍ“성적 지향 고민 경험” 13%…79% “성평등 사회 아니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정모양(15)은 지난달 친구 6명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자신이 ‘퀴어’(성소수자)라고 밝혔다. 정양은 친구들에게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좋지 않은 시각으로 얘기하는 게 너무 불편하다. 너희들은 나쁘게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걱정과 달리 친구들은 정양이 퀴어라는 사실에 개의치 않았다. 친구들은 “그럴 수 있다, 너를 지지하고 연대한다. 말해줘서 고맙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친구는 “그래서 뭐 어쩌라고. 네가 퀴어이든 아니든 상관없다”고 답했다. 정양은 “친구들과 연락이 끊길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하고 말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인 친구들이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정양은 “익명으로 제게 트윗을 보내 ‘언니, 저도 성소수자예요’라고 밝힌 같은 학교 친구들도 10명 남짓이다. 성소수자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다”고도 했다.
정양의 친구들처럼 중학생 10명 중 8명은 자신의 친구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아도 개의치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3일 김애라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위원이 서울의 중학교 3학년 6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의 성 권리 인식 및 경험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 응답자의 81.2%는 친구가 동성애자인 것을 알아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38.4%는 ‘전과 다를 바 없이 지낸다’고 했고, 29.5%는 ‘조금 불편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했다. 13.3%는 ‘해당 친구가 학교 생활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없는지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다’고 했다. ‘절교한다’나 ‘거리를 둔다’고 답한 학생은 18.8%에 그쳤다. 동성애자를 트랜스젠더로 바꿔 질문했을 때도 결과는 비슷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4.1%)은 자신의 외모나 행동에 대해 ‘여자답지 않다’ ‘남자답지 않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13.3%는 자신의 성적 지향을 고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40.0%는 특정 성별이나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말을 쓴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 이유는 ‘친구들 사이에서 자주 쓰는 말이어서’라거나 ‘별 뜻 없이 습관적으로’ 등의 답변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학생들은 학교의 성평등 교육이나 성교육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8.9%는 성평등한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성평등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고, 43.3%는 학교 성교육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로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는 답변이 54.2%, ‘알고 싶은 내용은 가르치지 않는다’는 답변이 35.6%였다. 한 학생은 “지금까지 성교육을 받으면서 콘돔을 실물로 볼 기회가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