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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807284.html


“한국에 나같은 사람도 이렇게 살고 있다는 얘기죠”

 [짬] 자전 에세이집 펴낸 김현 시인

사진을 찍자는 말에 김현 시인이 활짝 웃으며 자세를 취했다. 그의 에세이엔 ‘온전히 나를 긍정하게 해주는 사람’인 친구 백미주 이야기가 나온다. “대학 때 그 친구에게 가장 먼저 커밍아웃을 했어요. 그는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그래’ 하며 저란 존재를 긍정해줬어요. 다름을 아무 차별이나 편견 없이 받아주었지요. 나의 다름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걸 가능하게 해줬던 친구입니다.”

사진을 찍자는 말에 김현 시인이 활짝 웃으며 자세를 취했다. 그의 에세이엔 ‘온전히 나를 긍정하게 해주는 사람’인 친구 백미주 이야기가 나온다. “대학 때 그 친구에게 가장 먼저 커밍아웃을 했어요. 그는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그래’ 하며 저란 존재를 긍정해줬어요. 다름을 아무 차별이나 편견 없이 받아주었지요. 나의 다름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걸 가능하게 해줬던 친구입니다.”

“네.” 지난해 문예지 <21세기 문학>을 통해 문단 내 성폭력과 성차별, 여성혐오를 폭로한 김현(37) 시인에게 ‘그 뒤 문단에 의미있는 변화가 있었나’라고 묻자 바로 나온 답이다.“이젠 문단 술자리에서 그 누구도 ‘여자가 술 따라야’ 그런 얘기를 못합니다. 문인들이 지금까지 젠더 감수성과 의식 때문에 혼나는 경험이 없었죠. 제 글이 문인들에게 ‘우리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글을 썼는지’ 돌아볼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지난 16일 김 시인을 그의 일터가 있는 서울 서교동 창비카페에서 만났다. 시인은 최근 영국 영화감독 켄 로치의 작품과 사유를 끌어와 자신의 지난 삶을 펼쳐보이는 에세이집 <걱정 말고 다녀와>를 펴냈다.그의 글이 나온 뒤 비슷한 폭로가 이어졌고 가해자로 지목된 작가들은 고개를 숙였다. 문단 성폭력 재발을 막기 위한 작가선언에 800명 이상이 이름을 올렸다. “문단 모임에 가면 놀림 반으로 ‘네 앞에서 말조심해야겠다’고 해요. 어르신 (작가)에겐 누군가 ‘요즘 그렇게 말하면 큰일 납니다’라고 이야기해주죠. 이게 변화입니다. (폭로 이후) 필터가 생겼어요.”글은 사실 자기고백이었다. “남성성 부족”으로 ‘미스 김’이라 불리며 놀림을 당했던 학창 시절과 선임들의 ‘대리여성’ 구실을 강요당한 군 복무 때의 아픈 기억을 불러냈다. “내가 속한 문학장이란 공동체에서 벌어진 일을 드러내기 위해선 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더 윤리적이라고 생각했죠.”지난해 문단내 성폭력·여성혐오 폭로 
‘작가선언’ 800여명 참여하는 등 반향 
학창시절·군복무 때 아픈 기억 드러내 
“문인들 스스로 돌아볼 필터 생긴듯”
로치 영화 계기 ‘걱정 말고 다녀와’ 펴내 
‘성소수자 김현의 일상과 사유’ 고백
자신의 지난 시간과 공간을 솔직히 드러낸 이번 책에서도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성소수자 김현의 일상과 사유’이다. 그는 올해 설날에 부모님에게 아들이 성소수자임을 정식으로 밝혔다고 했다. “부모님이 그 사실을 안 건 제가 대학 때였어요. 친척 누군가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때는 부모님이 준비가 안 된 상태라 충격이 크셨을 겁니다.” 오랜 세월 알고도 모른 척해왔던 부모님은 연초 아들의 직접 고백을 듣고 우셨다고 했다. “원망보다는 아들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 마음이셨겠지요.”에세이엔 강원 철원이 고향인 ‘가진 것 없는’ 30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도시 서울에서 버티며, ‘자기실현’을 해나가는 행로가 그려져 있다. 그는 지난 1월부터 창비학당에서 정규직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앞서 출판사 세 군데에서 일했는데, 대부분 월 급여가 120만~140만원이었다. 요즘 부모 품을 벗어난 뒤 처음으로 ‘경제적 안정’을 경험하고 있다.학당 기획자로 처음 한 일은 ‘한국 여성의 전화’와 함께 페미니즘 연속 강좌를 연 것이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2006년부터 ‘한국 여성의 전화’가 여는 여성인권영화제 스태프로 일하고 있다. 대진대 국문과 재학 땐 여성학 강좌를 듣기도 했다.“페미니즘은 나에게 가해진 억압을 되돌아보게 했어요. (페미니즘이) 여성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가부장제나 군사주의와 같이 여성을 억업하는 구조를 살펴보면 남성들도 피해자임을 알 수 있어요. 남성다움이나 또는 가부장제에서 남성은 이래야 한다고 강요당하는 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려주었지요.”재작년부터 2년 가까이 청소년 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인 띵동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기도 했다. 자신의 학창 시절과 견줘 요즘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희망차고 에너지가 있다”고 했다. “어디를 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여전히 변하지 않은 건 ‘차별과 놀림’이다. “예전엔 ‘여자 같다’고 놀렸죠. 지금은 직접적으로 ‘너 게이지’라고 합니다. 가해자들도 용어를 알고 있으니 언어가 직접적이죠.” 이런 말을 들으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성소수자란 사실이 노출될까 봐 아이들이 공포를 느낀단다. “성소수자 쉼터엔 부모 폭력을 피해 피신한 아이들도 꽤 있어요.”여성과 성수소자 인권의 진전이 우리 사회에선 다소 불균등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페미니즘이 이슈화되면서 성소수자 인권도 나아집니다. 퀴어 축제가 성대하게 열리고 성소수자임을 밝히는 활동가들이 늘어나는 걸 보세요.”이번 책은 지난해 본 로치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가 고리가 됐다. 그가 이 영화 후기를 페북에 올리자 출판사 쪽에서 집필 제안이 왔다. “감독이 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면 어떻게 찍을까 생각하면서 썼죠.” 자신의 삶이 영화화될 수 있다는 생각을 아무나 하기는 힘들 것이다. “로치의 영화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죠. 한국이란 곳에 나 같은 사람도 이렇게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가장 좋아하는 감독과 영화는 따로 있다. 데이비드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다. 노동자 입장에서 세상을 구조적으로 살피는 로치와 달리, 린치의 영화는 무의식에 기대며 현실과 환상을 섞는다. 김 시인의 2009년 <작가 세계> 등단작(블로우잡Blow Job)도 로치가 아닌 린치의 예술을 닮았다. 실제와 가짜가 뒤섞인 각주가 들어간 등단작의 스타일과 한묶음인 시들을 모아 2014년 첫 시집 <글로리홀>(문학과지성사)을 냈다. “영화와 사진, 영미소설을 좋아해 여기서 텍스트를 갖다 썼지요. 지금은 저만의 텍스트로 시를 쓰죠. 각주도 줄고 조금 더 서정적으로 바뀌었지요.”리얼리즘 진영에선 요즘 젊은 시인들이 ‘감각의 노예’가 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저는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시를 리얼리즘이라고 생각해요. 송경동 시인은 구호의 시를 쓰지요. 전 그렇지 않아요. 최근 ‘형들의 사랑’이란 시를 썼어요. 형 두명이 서로 사랑하는 얘기죠. 현실 얘기입니다. 노동만 리얼리즘인가요? 성소수자, 페미니즘은 리얼리즘 아닌가요?”글·사진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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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