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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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7년 4월 15일, 종로3가와 가까운 운현궁 앞의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2017 대선 : GAY SUMMIT 300"이 성대하게 개최되었습니다. 천도교 중앙대교당은 일제 시기인 1921년에 준공된, 한국 근대 건축물의 대표격인 건물로 고풍스러운 내외관을 자랑합니다. 이 자리에서 한국 근현대사 속 숱한 행사들이 열린 바 있는데, 그런 유서깊은 장소에서 성소수자가 참석하는, 대선 관련 행사가 열리게 된 것입니다.
행사는 3시부터 6시 20분까지 약 3시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신청인원은 203명이었고, 스탭 수십명을 제외하고 실제 행사장 라운드테이블에 앉은 인원은 총 117명이었습니다. 이 117명은 한 명도 빠짐없이 성소수자로 살아가면서 힘들었던 점과, 차기 대선후보에게 바라는 점을 각 테이블별로 나누었고, 각 테이블에 앉은 20명의 퍼실리테이터들은 참가자들의 말을 최대한 충실히 타이핑해 의제분석팀으로 전달했습니다. 의제분석팀에 전달된 의견은 총 235건이었고, 이 의견들 모두에 대해 의제분석팀은 총 621건의 키워드를 추출하여 태그 클라우드 형태로 보여주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대선후보에게 전달할 "2017 대선 게이 커뮤니티 요구안"의 초안을 성안했습니다.

2.
시간을 거슬러 2017년 1월 14일, 친구사이의 한해 사업방향과 계획을 결정하는 LT 자리에서, 운영위원들은 2017년에 있을 대선에 발맞춰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립니다. 즉 친구사이의 핵심과제 중 첫번째를 '대선'으로 놓고, 그 대선에 대한 사업방향을 "대선에 대한 대중적이고 커뮤니티 참여적인 개입"으로 설정하였습니다. 이윽고 이 핵심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2-3월간 운영위원들은 활발히 회의에 참석하였고, 이 과정에서 몇 가지 방향들이 결정됩니다. 첫째, 행사의 참가자를 게이라는 '정체성'으로 놓기보다, 게이 커뮤니티라는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할 것, 둘째, 성소수자 친화적 정책이나, 이를 수용할 기성 정치인에 대해 높은 기대를 안고 가기보다, 우리 스스로를 포함한 게이 커뮤니티 내에서 정치에 대한 최소한의 욕구와 문제의식을 쌓아나가는 것을 목표로 할 것.
행사가 처음부터 '낮은 레벨'로 눈높이를 맞추고자 한 데엔 그만한 까닭이 있습니다. 2월 13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보수 개신교 단체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해 성소수자들의 공분을 샀고, 2월 16일 문재인 전 대표의 성평등 포험 현장에서 한 여성 성소수자가 "저는 여성이고 동성애자인데 제 인권을 반으로 자를 수 있습니까"라고 항의한 데 대해, 그 자리의 청중들이 "나중에"를 외치며 이를 제재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성소수자들이 이렇게 선거를 앞두고 정책대상으로서 최소한의 존재감을 갖지 못하는 상황, 종교인의 표심을 사기 위해 성소수자의 존재가 쉽게 삭제되고 매매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분노와 낙담, 그리고 환멸이 따라붙는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감정들 위에, 바로 그날 열린 친구사이 임시운영위원회에서는 행사의 골자를 다음과 같이 결정합니다. 첫째, 게이 커뮤니티의 300명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참가자와 함께 우리의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할 것, 둘째, 200명이 모이면 행사 개최를 확정할 것.
나아가 3월 10일, 고대하던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 인용이 드디어 결정되고, 이날부로 대통령 박근혜가 파면되었습니다. 수달 동안 이어졌던 촛불문화제에 당당히 한 힘을 보탰던 성소수자들은, 이 날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성소수자 촛불문화제를 통해 서로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GAY SUMMIT 300의 4월 15일 개최가 확정되었습니다. 만약 박근혜가 파면되지 못했다면,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계획한 이 행사 또한 열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한편 행사가 개최되기 이틀 전, 군인권센터는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 내에 참모총장의 명령으로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 조항에 의거 동성애자 군인의 색출 및 형사처벌 지시가 하달되었음을 공표하였습니다. 그 이튿날, KBS는 이에 대해 악의적인 보도를 내보냈고, KBS 페이스북 관리자는 사건에 대해 "포르노 영화 찍냐", "우웩" 등 혐오적인 포스팅을 올려 성소수자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을 지녔다는 것만으로 비도덕적인 낙인이 씌워짐은 물론 군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 이 사건이 알려진 바로 그날, GAY SUMMIT 300의 등록인원수가 행사 개최 하한선인 200명을 넘겼습니다.

▲ GAY SUMMIT 300의 사회를 맡은 한가람 변호사.

▲ GAY SUMMIT 300 당일 라운드테이블의 의견들에서 추출한 키워드 통계.
3.
GAY SUMMIT 300에 참가한 게이 커뮤니티의 일원들은, 성소수자로서 살아가는 고통에 대해 저마다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게이 커뮤니티 속에서 얻는 위안과 행복, 즐거움에 대해 언급했고, 국가와 일반사회, 게이 커뮤니티, 개인에게 부족하고 또 필요한 점을 각자의 목소리로 지적했습니다. 대선후보에게 바라는 점으로는 차별금지법, 동성결혼, 보수개신교 혐오 문제, 인권교육, 성소수자 정치세력화, 군형법 92조의6 폐지, HIV/AIDS에 대한 낙인 감쇄 등, 게이 커뮤니티를 둘러싼 대부분의 의제가 망라되었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의견들을 취합해 초안을 잡은 "2017 대선 게이 커뮤니티 요구안"에 대해, 참가자들은 내용에 대한 활발한 수정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 그 중 인상에 남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게이 커뮤니티를 "퀴어 커뮤니티"로 수정할 것, 둘째, 동성결혼 외에 "다양한 가족구성권" 보장에 대한 문구를 존치시킬 것, 셋째, 요구안 전문의 성소수자 억압에 대한 내용에 "폭력과 증오범죄"를 삽입할 것, 넷째, 보수 개신교의 반인권적 로비를 규탄하는 요구안에서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을 정부가 따라야 한다고 명시할 것, 다섯째, 성소수자 인권 보장이 필요한 사회 각 분야에 "군대"를 추가로 명기할 것, 끝으로 이 요구안에 대해 각 대선후보들이 반드시 답변하도록 답변 기한을 명시할 것.
이러한 수정사항들을 즉석에서 반영해 행사 당일인 4월 15일, "2017 대선 게이 커뮤니티 요구안"이 성안되었고, 참가자들 모두가 이 요구안을 낭독하는 것으로 GAY SUMMIT 300은 완료되었습니다. 이후 간단한 자구 수정을 거쳐 4월 19일, 이날의 요구안은 각 대선후보에게 최종 전송되었습니다.

4.
폭풍과 같던 올해 상반기였습니다. 대통령이 탄핵되었고, 새로운 대통령의 후보들이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하고, 군대 내 죄없는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이유로 취조받고 기소당하는, 냉탕과 열탕을 동시에 맛보는 듯한 열패감과 희망에 동시에 젖어야 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절망을 이기는 방법은 그 절망을 커뮤니티와 함께 나누고, 그 커뮤니티를 통해 일상을 살고 꿈을 꿀 힘을 얻어가는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 확신의 힘은 때로 너무 쉽게 무너지고, 때로는 우습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GAY SUMMIT 300이 열렸던 이날, 장내에서 서로를 확인하던 얼굴들과, 그 얼굴들을 통해 길어올려지던 힘들은 적어도 진짜였음을 기억합니다. 성소수자의 존재와 삶이란 모쪼록 허황되고 덜 중요하며, 결국은 쉽게 망가지고 말리라는 참언이 안팎으로 울려대는 이 때, 그 진짜배기의 기억이 여러분들의 마음 속에 오래 자리하기를 기원합니다. 변화의 시작은, 바로 그렇게 둥글게 다져진 기억 하나로부터 출발할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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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4. 2017년 상반기 LT에서 2017년 친구사이 핵심과제 중 하나로 "대선에 대한 대중적이고 커뮤니티 참여적인 개입"을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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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길호, 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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