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2월 |
|---|
[칼럼] 김대리는 티가나 #1 :
주말에 뭐했니?
생각지도 못한 기습이었다. 출근 첫날, 다시는 여성스럽다는 놀림을 받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결연한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지만, '주말에 뭐 했냐'는 질문에 내 얼굴은 불타올랐다. 아주 간단한 인사였다. 하지만 이 안부에 대답하기 위해, 난 매주 돌아오는 주말 그리고 몇 안되는 연애사와 태국에서의 뜨거웠던 G tour 등 나의 삶을 통째로 거짓으로 꾸며야 했다. 이후 수천번 듣고있는 이 물음은 매번 내가 동성애자임을 실감 나게 해줬다.

태국에서의 추억은 낮보다 밤이 더 강렬했다. 말해 주지 못해 안타까울 정도로.
처음엔 여기를 떠나면 해결될 줄 알았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 많은 영업의 특성상, 사생활은 업무의 활용도가 매우 높았다. 처음 보는 사람과 어색한 분위기를 푸는 데는 사실 주말에 있었던 일만큼 편한 게 없다. 특히나 영업맨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사생활은 세련되고 정교하게 가공된 것들이다. 남의 집 섹스 라이프가 내게 무슨 소용이 있겠냐마는, 듣고 나서 느껴지는 친밀감은 마치 마약과도 같았다. 중독적이었고 돌아오는 금단현상도 컸다. 사실에 가까울수록, 치부를 드러낼수록 고급 마약으로 취급되었다. 종로 포차 거리를 종각으로 이태원 게이힐을 글램으로 치환하는 수준에 그치는 나의 마약은 인기가 있을 리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 엉덩이를 씰룩대며 회사 복도를 걸을 만큼 여유가 생기자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생겼다. 어디를 가나 이 질문을 벗어나진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사생활의 마약은 영업뿐만 아니라 회사생활도 통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더 잘 팔렸을지도 모른다. 매일 보는 얼굴이지만 볼 때마다 처음 보는 사람같이 느껴지는 게 회사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회물을 먹어가면서 밖에서 배운 영업을 안에서도 하는 동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게이가 아닌 순간은 없었다. 중독된 듯 사원증을 목에 건 순간에는 외부 고객이든 내부 동료든 끊임없이 꾸며낸 사생활을 팔았고, 거짓은 곧 게이인 나 자신이었다.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입을 다물자 오히려 사회는 나에게 애원했다, 나를 더 알고 싶다고. 더 이상 완강히 버티면 팀에 유화되지 못하고 팀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으로 찍어버리겠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커밍아웃을 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더 좋은 마약을 팔아서 팀 사기를 진작시키고 회사의 수익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커밍아웃을 해야 한다. 얼마나 궁금해할까, 이성애자들은 못 보던 새로운 마약일 텐데. 나라에서 장려해 준다면 선보이고 싶은데 자꾸 기다리라 해서 안타까울 정도이다.

* 소식지에 관한 의견이나 글에 관한 피드백, 기타 문의 사항 등은 7942newsletter@gmail.com 으로 보내주세요.
* 소식지 정기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해당 게시판에서 신청해주세요. ☞ 신청게시판 바로가기
*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친구사이의 활동을 후원해주세요.
후원참여 바로가기
내 인생의 퀴어영화 #19 : <숏버스Shortbus>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두 개의 영화제가 열릴 때면 부산과 전주로 날아가고, 퀴어영화만을 상영하는 두 개의 영화제...
기간 : 3월
2017년 친구사이 2월 재정보고 *2월 수입 후원금 정기/후원회비: 9,485,165 일시후원: 761,630 (일시후원 해주신 반*님, 이*아님, 민*문님 감사합니다) 비정기사...
기간 : 3월
[알림] 2017 대선- GAY SUMMIT 300 신청 페이지가 오픈되었습니다!
2017 대선 GAY SUMMIT 300 박근혜는 가고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마침내 게이 커뮤니티가 모여 목소리를 냅니다. 게이 커뮤니티가 대규모로 모여, 대선에 대해 ...
기간 : 3월
[성명] 성소수자들의 존엄한 삶을 위한 변화의 첫 걸음은 이제 시작이다. 박근혜 탄핵 인용을 환영하며
[성명] 성소수자들의 존엄한 삶을 위한 변화의 첫 걸음은 이제 시작이다 박근혜 탄핵 인용을 환영하며 지난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존엄과 ...
2017년 2월 18일에 있은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 제16차 범국민행동의 날, 무대에 선 김찬영 친구사이 대표의 모습이다. 탄핵정국 아래 개최된 촛불...
기간 : 2월
올해 친구사이 새 조직도 보셨나요? 올해의 친구사이 새 조직도 구경해보셨나요? 김찬영 대표 취임 이후 올해 새 운영위원들이 1월 정기모임 때 회원들에게 인사...
기간 : 2월
[커버스토리 '중독' #1] 대만 게이커뮤니티 약물 이슈 강연 방청기
▲ (왼쪽부터)동시통역을 맡아주신 술래님, 대만성소수자핫라인협회(台灣同志諮詢熱線協會)의 활동가 두쓰청(杜思誠)님, 같은 단체의 활동가 레오(Leo)님. 1. 인...
기간 : 2월
[커버스토리 '중독' #2] 중독에 대한 짧은 생각 음주와 알콜중독, 흡연과 니코틴중독, 성관계와 성중독은 다릅니다. 마약복용과 마약중독 역시 다르지요...
기간 : 2월
다큐 <위켄즈>가 대한민국 국회에 입성했습니다. 지난 2월 9일 정의당 성평등부,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이정미 의원실의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기간 : 2월
[활동스케치 #2] 성소수자 차별 조장하는 ‘학교, 성교육 표준안’폐기 촉구 기자회견 현장
지난 2월 8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성소수자 차별 조장하는 ‘학교, 성교육 표준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그 날 현장에는 기자...
기간 : 2월
[칼럼] 김대리는 티가나 #1 : 주말에 뭐했니? 생각지도 못한 기습이었다. 출근 첫날, 다시는 여성스럽다는 놀림을 받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결연한 발걸음으로 ...
기간 : 2월
1. 가끔 내 삶의 조건들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다. 굳이 그런 걸 생각해야 할 때라면, 삶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때가 분명하다. 그럴 때 일견 굳건해보였던 삶...
기간 : 2월
* 소식지에 관한 의견이나 글에 관한 피드백, 기타 문의 사항 등은 7942newsletter@gmail.com 으로 보내주세요. * 소식지 정기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해당 게시판...
기간 : 2월
[에세이] 내 인생의 퀴어영화 #18 - <란위> * 수만 개의 삶과 사랑, 아픔과 감동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매력에 빠져,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즐겨봅니다. 특히 영...
기간 : 2월
2017년 친구사이 1월 재정보고 *1월 수입 후원금 정기/후원회비: 9,207,095 일시후원: 3,199,577 정기사업 친구사이LT: 36,000 비정기사업 음원: 179 기타 이자:...
기간 : 2월
키씽 에이즈 쌀롱 STEP 1. 찔러보기가 3월 4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진행됩니다. 5명의 패널과 함께 우리가 왜, 지금, 여기서 에이즈를 말해야하는지 이...
기간 : 2월
친구사이 소모임 게이코러스 '지_보이스'의 활동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위켄즈>가 지난 2016년 12월 22일 개봉했다. 사진은 12월 24일 <위켄즈> 상영...
기간 : 1월
즐겁고 열심히 일하는 친구사이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대선의 해입니다. 또한 2007년 긴급행동이란 이름으로 성소수자들이 올바른 차...
기간 : 1월
[활동스케치] 2017 상반기 LT 후기 -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활동스케치] 2017 상반기 LT 후기: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친구사이는 1월과 7월 이렇게 일 년에 두 번 운영진 LT를 개최한다. 여기는 친구사이의 운영진뿐만 아...
기간 : 1월
화가 나기도 하고
잘 버티내 아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