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11월 |
|---|
[활동스케치]
2016 책읽당 4회 낭독회 & 문집발간회 참여기
예능보다 뉴스가 재밌어지던 11월 5일, 책읽당 낭독회가 있었답니다. 작년에는 보기만 했고, 그날 처음으로 낭독회에 참가했었죠. 보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느긋하게 낭독회를 바라볼 때와는 달리, 직접 참가해 글을 쓰고 글을 읽어야 하죠. 뭘 써야 할까, 2주 동안은 고민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쓰고픈 얘기는 많지만, 막상 써내려가다 보면 마음에 들지 않더라구요. 그러다 글을 잘 쓰려면 자신의 가장 숨기고 싶었던 것을 꺼내보라는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효과가 있었던 걸까요? 창피한 기억들을 픽션으로 재구성해 거침없이 써내려 갈 수 있었습니다.
마감 날 새벽까지 글을 써서 보내고 나니, 속이 후련해졌습니다. 다시 읽어보기는 괜히 싫었어요. 오타도 체크해야 하고 이상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해야 했지만, 오글거리고 숨기고 싶은 창피한 이야기라 더는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수정기간은 지나버렸고, 낭독시간 3분에 맞게 글을 다시 줄여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중복된 단어와 부자연스러운 문장들이 뒤늦게 눈에 들어오네요. 안타깝지만 게으른 저를 탓해야죠. 이미 인쇄에 들어간 문집은 손 못쓰니, 낭독용 원고나 잘 쓰기로 했습니다.

글에 딱 맞는 음악을 고르고, 기준에 맞게 글의 내용을 줄이니 글이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1분을 추가로 얻고서야 만족할 만한 길이로 글을 줄였지만, 이번엔 음악이 너무 짧네요. 도입부를 반복, 그 다음 마디에서 다시 처음부터 반복한 걸로 음악을 길게 편집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편곡하느라 시간을 좀 썼는데 눈치 채셨을까요..?
글도 다 썼고, 딱 맞는 길이의 음악까지 구했습니다. 이제 낭독 연습만 하면 되는데, 연습 횟수가 너무 적어서였을까요? 낭독회 당일. 집결 장소인 사무실에 오자마자 드는 생각은 ‘연습을 더 할 걸’ 이었습니다. 자신이 없었거든요. 리허설에서 연습이 더 필요할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아서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매일 밤 몇 번 읽긴 했지만 모자란 느낌이었습니다. 읽다가 떨거나, 목소리가 기어들어가 잘 안 들릴까? 음악이 끝났는데도 아직도 내가 글을 읽고 있다면? 생각하기도 겁났습니다.

성평등도서관에 도착하고 사람들이 하나 둘 입장합니다. 7시, 친구사이 소개영상이 끝나자 책읽당에서 준비한 순실한 소개영상이 재생되고 긴장되기 시작합니다. 재생이 끝나면 낭독이거든요. 당원들이 정해진 순서에 맞게 낭독을 마치고 돌아옵니다. 후련한 표정과 상반되게 저는 점점 더 긴장되네요. 떨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이것밖에 못하나.‘ 속으로 화도 내보고, 심호흡도 하고, ‘관객은 다 돌이다.‘ 마인드 컨트롤 해보지만 어째 스멀스멀 올라오는 떨림은 쉽게 잡히질 않네요. 떨면서 앞으로 나가 마이크 앞에 앉아 책을 펼칩니다. 연습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요? 마음이 진정되기 시작합니다. 차분히 낭독을 이어가던 도중, 전혀 웃긴 부분이 아닌데도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저도 살짝 웃어버리고 말았답니다. 걱정과 달리, 연습한 것보다 결과가 좋았습니다.


모든 당원이 실수 없이 무사히 낭독을 마쳤습니다. 이어지는 작가 인터뷰 시간! 모쿠슈라님이 조심스럽게 준비한 비공개 질문을 던져 작가에게 답을 듣는데요.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에 빠르게 진행 됐습니다. 당원들의 특징 세세하게 기억한 모쿠슈라님. 날카롭지만 유쾌한 질문을 던집니다. 재치 있게 받아치는 당원들도 보통이 아니네요. 다행히 반응이 좋았던 걸로 기억해요.

유쾌한 시간이 끝나고, 낭독회 분위기에 딱 맞는 노래, 부부밴드 ‘복태와 한군‘의 공연시간입니다. 복태와 한군을 저는 작년 낭독회에서 처음 봤었습니다. 벌써 두 번째 공연이네요. ‘부부밴드는 육아라는 전쟁터에서 총알을 피하면서 노래하는 것과 같다.’는 복태님의 멘트에 호호웃음이 절로 나네요. 마음이 따뜻 편안해지는 노래를 들려주십니다. 겨울날 햇살을 받는 따스한 느낌. 눈과 귀가 즐거운 한군의 연주와 노래도 빼놓을 수 없죠. 어느새 책읽당의 친구가 된 것 같다는 두 분. 내년 낭독회에서도 노래를 꼭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공연 후 마무리 인사와 함께 무사히 낭독회를 마쳤습니다. 집회날짜와 겹쳐 사람이 안 오는 건 아닌가 싶은 우여곡절 많은 낭독회였지만, 나름의 성공이 아닐까요? 당원들이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여러분들에게 책읽당이 어떤 소모임인지 알릴 수 있었으니까요. 내년 낭독회 때는 ‘같이’ 속에 감춰둔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읽당에서 만나요!
(사진 도움: 터울)
![]()
책읽당 당원, 친구사이 회원 / 리자드
* 소식지에 관한 의견이나 글에 관한 피드백, 기타 문의 사항 등은 7942newsletter@gmail.com 으로 보내주세요.
* 소식지 정기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해당 게시판에서 신청해주세요. ☞ 신청게시판 바로가기
*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친구사이의 활동을 후원해주세요.
후원참여 바로가기
[커버스토리 ‘나이듦’ #1] 디어 마이 프렌즈 – 왕언니 '갈라'와의 데이트
[커버스토리 '나이듦' #1] 디어 마이 프렌즈 - 왕언니 '갈라'와의 데이트 흐르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누구나 나이를 먹습니...
기간 : 11월
루빈카
디어마이프렌즈라는 부제와 왕언니라는 명칭을 보고서 세상과는 이제 등을 지고 황혼을 여유롭게 즐길 계획...
박재경
ㅋㅋㅋ 잘 읽었어요크리스 고생했네녹취 푸느라 ㅎㅎㅎ갈라 언니는 좀 더 세게 말할 줄 알었는데 어머 어디...
블루베리v
미래에 대한 팩트폭력(?)ㅡ이럴때 사용하는 거 맞나여ㅡ넘 시원했어욬ㅋㅋㅋㅋㅋㅋ
코러스보이
소위 활동가들이 차마 말하기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워 하는 부분들을 시원하게 긁어주셨네요. 몇몇 부분은 밑...
카아노
읽다가 저도 모르게 울컥했는데 이 대화가 내 등짝을 치면서 동시에 쓰다듬어 주는 것 같이 느껴져서 그랬나...
[커버스토리 ‘나이듦’ #2] 디어 마이 프렌즈 – 꽃중년 '구야'와의 데이트
[커버스토리 '나이듦' #2] 디어 마이 프렌즈 - 꽃중년 '구야'와의 데이트 대화 속에 예상치 못 했던 반짝임을 발견했다. 보통의 인생 선배, 유...
기간 : 11월
[커버스토리 '나이듦' #3] 미래 그리고 나 - 친구사이 회원들이 그리는 미래의 꿈
[커버스토리 '나이듦' #3] 미래 그리고 나 - 친구사이 회원들이 그리는 미래의 꿈 친구사이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론입니다. 크리스마스에 홀로 지내는 ...
기간 : 11월
[활동스케치] 2016 책읽당 4회 낭독회 & 문집발간회 참여기
[활동스케치] 2016 책읽당 4회 낭독회 & 문집발간회 참여기 예능보다 뉴스가 재밌어지던 11월 5일, 책읽당 낭독회가 있었답니다. 작년에는 보기만 했고, 그...
기간 : 11월
[활동스케치] 2016 친구사이 인권지킴이 교육 “실제상황! - 나를 지키기, 친구에게 도움주기” 후기
[활동스케치] 2016 친구사이 인권지킴이 교육 “실제상황! - 나를 지키기, 친구에게 도움주기” 후기 올 한해도 친구사이 인권지원팀은 ‘친구사...
기간 : 11월
[기획] <新 가족의 탄생 #5> 우리는 '따로 또 같이' 산다 - '성북마을무지개' 사람들 이야기
<新 가족의 탄생 #5> 우리는 '따로 또 같이' 산다 – '성북마을무지개' 사람들 이야기 ‘피가 섞이지 않아도 괜찮아. 서로 의지하고 ...
기간 : 11월
[인터뷰] 우리들의 종로이모 이야기 #4 - 치OOO 사장 최형우님
[인터뷰] 우리들의 종로이모 이야기 #4 : 치○○○ 사장 최형우님 순재 : 안녕하세요, 친구사이 소식지 팀 순재라고 합니다. 재경 : 박재경입니다. 형우 : (웃음) 최...
기간 : 11월
1. 내가 처음 남자의 몸을 좋아한단 걸 알았을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이것이 나에게만 오는 것이 아니고, 이런 지향과 이런 삶도 얼마든지 가능...
기간 : 11월
[에세이] 내 인생의 퀴어영화 #16 - <아이다호> * 수만 개의 삶과 사랑, 아픔과 감동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매력에 빠져,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즐겨봅니다. 특...
기간 : 11월
* 소식지에 관한 의견이나 글에 관한 피드백, 기타 문의 사항 등은 7942newsletter@gmail.com 으로 보내주세요. * 소식지 정기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해당 게시판...
기간 : 11월
2016년 친구사이 10월 재정보고 *10월 수입 후원금 정기/후원회비: 7,594,525 일시후원: 360,000 정기사업 지보이스: 390,000 비정기사업 음원: 368 기타 이자: ...
기간 : 11월
[알림] 한국 성인 성소수자(LGB) 건강연구 설문조사 (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
* 포스터를 클릭하시면 설문조사 창으로 넘어갑니다. 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 : 한국 성인 성소수자(LGB) 건강연구 설문조사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기간 : 11월
[이달의 사진] 다큐 <위켄즈> 국내 최초 상영 - 친구사이가 제작한 다큐 <위켄즈>가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 최초로 상영됐다. 이번 부산국제영화...
기간 : 10월
아! 대한민국...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이종걸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우린 여기 함께 살지 않아) 저들의 염려와 살뜰한 보살핌 아래...
기간 : 10월
[커버스토리 '군대' #1] 군형법 상 ‘추행’죄 폐지를 위한 1만인 입법청원운동에 돌입하며!!!
군형법 상 ‘추행’죄 폐지를 위한 1만인 입법청원운동에 돌입하며!!!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
기간 : 10월
[커버스토리 '군대' #2] 존재와 정체성을 위한 시험대, 양심적 병역거부와 군 복무에 대하여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 성소수자 '이정식'님 인터뷰
[커버스토리 ‘군대’ #2] 존재와 정체성을 위한 시험대, 양심적 병역거부와 군 복무에 대하여 -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 성소수자 '이정식'님 ...
기간 : 10월
[커버스토리 '군대' #3] 군대, 커밍아웃, 성공적 - 군대에 간 대한민국 청년의 숨기기와 드러내기
[커버스토리 ‘군대’ #3] 군대, 커밍아웃, 성공적 - 군대에 간 대한민국 청년의 숨기기와 드러내기 안녕하십니까? 저는 현재 국내의 한 포털사이트에...
기간 : 10월
[활동스케치] 2016 지_보이스 공연 <전체관람가>, 그 뒷이야기
[활동스케치] 2016 지_보이스 정기공연 <전체관람가>, 그 뒷이야기 선선해지는 날씨, 언제 썸을 탔는지 갑자기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커플들... 네, 그래요, 올...
기간 : 10월
1. 목욕탕 남탕, 속칭 '일반 사우나'에도 게이들은 있다. 그 일반 사우나의 수면실에도 물론 게이들은 있다. 그리고 그 수면실에서는 종종 남자와 남자...
기간 : 10월
[에세이] 내 인생의 퀴어영화 #15 - <파리는 불타고 있다/ Paris is Burning>
[에세이] 내 인생의 퀴어영화 #15 - <파리는 불타고 있다/ Paris is Burning> * 수만 개의 삶과 사랑, 아픔과 감동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매력에 빠져, 많은 사...
기간 :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