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1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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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내 인생의 퀴어영화 #16 - <아이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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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만 개의 삶과 사랑, 아픔과 감동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매력에 빠져,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즐겨봅니다. 특히 영화에서 그려지는 주인공들의 삶이 내 삶과 연결되어 있을 때 그 느낌은 배가 되죠. 영화로 만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유년의 고향 '아이다호'

상처뿐인 유년시절의 기억을 돌아보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끝없이 이어진 듯한 어두운 터널을 거닐던 때. 부랑자 마냥 목적없이 길 위를 부유하던 시기. 고아의식에 사로잡혀 마음의 고향을 찾아 방황하던 시절들. <아이다호>를 볼 때면 마음 둘 곳이 없어 정처없이 떠돌던 유년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그 아이가 내 안 어딘가에 살아있음을,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음을, 다시금 그의 아픔을 느끼게 된다.
거리를 떠돌며 몸을 파는 마이크. 그는 긴장하면 잠에 들어 일시적 혼수상태에 빠지는 '기면발작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 기면발작증이 일어나 쓰러질 때마다 드러나는 그의 잠재의식에는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향수가, 부모없는 떠돌이 고아의 쓸쓸함이 느껴진다. 도둑질을 일삼고 마약에 취한 그의 이면에는 따뜻한 가정과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이 있다. 그런 그를 따뜻하게 챙겨주는 스콧. 그 역시 거리의 부랑자로 몸을 팔며 살아가지만, 마이크와는 달리 부유층의 자제로 언제든 돌아가면 반겨줄 가족이 있다. 다른 계층에서 성장한 둘은 거리에서 만나 서로에게 각별한 애정을 느끼게 된다. 그들은 마이크의 어머니를 찾아 길을 떠나지만, 여정의 끝에 다달아 어머니의 행방은 찾지 못한 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시간이 남아돌던 때 영화는 유일한 안식처가 되었다. 서너 편의 영화를 보다보면 하루가 끝나니 특별히 할 일도 없었던 때 시간 죽이기에도 좋았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만나는 세상이 잔인한 현실보다 더 가깝고 친밀하게 느껴졌고, 꿈과 현실의 어느 지점에서 만나는 그 세계로부터 삶의 본질에 더 다가설 수 있었다. 그렇게 가리지 않고 영화를 섭취하던 시절에 <아이다호>를 만났다. 그곳에는 깨어질 듯이 불안한 영혼을 지닌 마이크와 그를 연기한 리버 피닉스가 있었다.


리버를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영화 속 마이크는 그의 실제 삶과 연결 짓게 된다. 어린 시절 그는 부모님의 전도활동으로 인해 여러 나라들을 떠돌아 다녔다. 한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부유했던 유년기의 영향 아래 그는 불안하고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청년으로 자란다. <허공에의 질주>와 같은 아웃사이더의 이미지는 단지 영화에서 뿐만 아니라 그의 삶에서도 함께 했고, 결국은 약물 과다복용으로 23살이라는 나이에 요절했다. 그가 죽음을 맞이했던 나이를 한참 지난 지금과는 달리, 처음 영화를 접했던 유년의 난 아마도 그의 부서질 듯한 마음과 동일시 했으리라.

시애틀-포틀랜드-아이다호-로마를 거쳐 다시 포틀랜드로 돌아오는 <아이다호>의 여정을 통해 당시의 내가 발견한 건 '자유'였다. "나는 길의 감식가다. 평생 길을 감식할 거야. 이 길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거고, 세상 어디든 갈 수 있을 거야"라고 되뇌이던 마이크의 독백은 한동안 삶의 지침이 되어 주었다. 길은 어디로든 열려 있다는 사실과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자유. 더이상 가족과 함께 머물러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던 내게 늪과 같은 집을 떠나 발길 닿는 대로 살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그 배움을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자극했다. 비록 그것이 언젠가 다시 돌아가야 할 곳으로부터의 일시적 탈출에 불과하거나 또는 한없이 외롭기만한 반쪽짜리 자유에 불과했더라도 말이다.

Eddy Arnold의 Cattle Call과 함께 시작하는 영화의 향수어린 정서는 이제 <아이다호>에 접속하는 나의 마음과도 겹쳐진다. 성장은 일종의 죽음이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의 나에게, 끝없이 펼쳐진 길 위에 혼자 남겨진 더없이 외롭고 쓸쓸한 마이크에게, 그리고 이제 막 그 길 위에 서게 된 이들에게 영화의 대사를 대신하여 안부를 전한다.
"Wherever. Whatever. Have a nice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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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 김경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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