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가 되어서 겨우 일어나 아침 아니 점심거리를 준비를 합니다.
황태 해장국에 나물 몇 가지 반찬을 만들어서 둘이 식사를 마친 후
그이는 수영모임을 하러 나갔습니다.
행사당일에는 소나기가 두어 차례 내렸습니다.
차라리 잘 되었다 싶기도 하고 너무 덥기 때문이죠
이 비가 계속 될까봐 조바심이 나기도 했습니다.
10여년이 넘은 제가 퀴어문화축제에 처음 참가한 날, 그렇게 소나기기 세차게 내렸습니다.
친구사이 부스에서는 맥주를 얼음에 담가 팔기로 했는데, 날이 이 모양이니 아무도 맥주를
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부스행사를 마치고 종로 일대를 행진하며 퍼레이드를 마쳤습니다.
아 그 때 저는 어떤 컨셉이었나면요 ㅎㅎ
당시 "브로큰 백 마운틴"이 개봉했던 때라서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심지어는 친구사이
깃발을 제일 선봉에서 잡고 행진을 했지요( 친구사이 나온지 한 두달도 안 되었는데 말이죠, 이쁜게 어디 가겠어요^^)
오늘은 모금홍보팀의 장인 디오의 특명을 받고 사업보고서와 마음연결 브로슈어를 배포하기 위해서
낙타와 광장에 섰습니다.
작년보다 두 배가 넘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브로슈어 배포는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습니다.
무리지어 옹기종기 모인 분들도 있지만 혼자서 조용히 앉아 계시는 분들도 눈에 많이 들었왔습니다.
제법 나이들어 보이는 분들도 많아서 그 분들에게는 일부러라도 브로슈어를 드렸습니다.
부스에서는 "소식지 팀과 책읽당", " 지_보이스- 위켄즈"가 열심히 기념품 후원과 홍보에 열심히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조한 형은 언제나 처럼 일찍 오셔서 이런 저런 조언을 하시고 부스를 지켜주고 계시네요.
크리스는 목이 점점 맛이 가고 있고요
책읽당 소모임 회원들은 막판까지 완판을 향해서 홍보를 합니다.
예전에는 퍼레이드가 좋아서 이 행사를 사랑을 했던 것 같아요.
지_보이스 노래 중에 이런 내용이 있어요
한걸음 한 걸음 다시 또 한 걸음
비는 내리고 마음은 젓는데
한걸음 한 걸음 모두 다 함께 걸어요
지금은 집 나간 회원들, 친구사이를 통해서 만났던 사람들, 정말 오래 간만에 보는 얼굴들 때문에
이 행사가 저에게는 각별한 것 같습니다.
이름도 모르지만 어디선가 잘 살고 있다고 건강한 얼굴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대하면,
마음 속에서 울컥하는 감정이 솟아 오릅니다.
" 건강한 모습으로 내년에도 뵈었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해 봅니다."
뒤풀이 자리에서 디오는 본인이 기획한 대로 진행이 안 된 부분 때문에 자책을 하였습니다.
그 마음이 참 고마웠습니다.
내년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텐데, 아니 다른 행사를 기획할 때 이런 종류의 모금 활동을 할 때
어떻게 할 지 감을 잡았다면, 실패가 아니라고 위로를 해 주었습니다.
더불어 새로운 기부 방법을 함께 더 찾아보자며 의기투합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목적과 목표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에는 성공과 실패가 없습니다.
우리네 삶이 제 각각 상태이지만 밤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것 처럼 말이죠
중요한 것은 " 나누고 협력하고 배워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친구사이는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애를 쓰는 분들도 참 많습니다.
이번 달 운영위원회부터는 친구사이가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심도깊은
논의를 시작하자고 하였습니다.
여러 번의 논의로 운영위원들이 밑 작업을 그리고, 다시 또 회원들이 밑 작업의 윤곽을 확정하고
구체화 시키는 토론들을 벌이겠지요.
비는 내리고 마음은 젖었지만, 친구사이는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
" 나누고 협력하고 배우는 자세로" 회원들과 저도 뭔가를 해 나가겠지요.
어제의 흥이 왜 이제서야 마음속에서 불길처럼 번지는지.....
차량 꾸미느라 수고한 번지, 우진, 대표님, 마님, 기로로 고생 많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