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친구사이에서 상근하며 주로 회계를 담당하고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 마음연결에서 상담도 하고 있는 진석입니다.
요즘들어 친구사이가 재정적으로 많이 힘들어진 상태입니다.
꾸준히 후원은 들어오고 있지만 단체의 규모와 사업에 비해 아직은 역부족인 상황이에요.
과연 올해는 버틸 수 있을까, 친구사이의 미래가 잘 보이지 않고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도 계속 신경이 쓰이고, 활동하며 신이 나기 보다는 계속 처지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여러 종류의 성소수자 커뮤니티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과연 친구사이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역할과 영향력을 가지고 활동을 해 나가야 할까 고민이 되고, 그래서 작년까지 담론팀이 꾸려져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었지요.
마음연결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그러면서 느끼는 건, 아직 한국 사회에는 혼자라고 느끼고 아무런 도움도 구할 데가 없는 성소수자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언제라도 와서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은 친구사이같은 인권단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친구사이를 처음 올 때가 생각납니다. 온라인 가입조차도 내 정보가 어디론가 유출될까 싶어 망설이고, 닉네임은 뭘로 해야 티가 안날까, 가입인사는 뭐라고 써야 할까 고민했었죠. 사무실에 처음 찾아올 때도 그냥 돌아갈까 여기까지 왔는데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문 앞에서도 들어갈까 말까 서성이고 고민하다 용기 내서 문을 열었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뭐 별 거라고 그렇게 가슴 졸였을까 싶지만, 아직도 그런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벽장 속에서 나와 세상과 마주하고 친구사이에서 용기를 얻고 살아갈 힘을 얻을 때, 친구사이라는 곳을 통해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고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과 감동을 느낍니다.
그래서 전 친구사이 안에서 상처도 받고 미운정고운정 썸도 타고 지지고 볶고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더라도 친구사이가 존재해 줘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은 망원동에 성소수자들이 모여 사는 함께주택, 이름하야 '무지개하우스' 입니다.
게이커플과 레즈커플, 1인 가구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세상은 도대체 변하지 않는 것 같고 막막한 현실에 숨이 막힐 것 같아도 시나브로 어딘가에서는 계속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러한 변화가 모이면, 우리도 사랑하는 사람과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보장받으며 함께 살 수 있는 날이 오고, 길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다녀도 더 이상 이상한 눈길을 받지 않고, 성소수자에 대해 더럽다는 표현이 부끄러움이 되는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쯤되면 이 글이 도대체 뭘 말하고자 하는지 잘 모르시겠지요? 왜냐하면 그냥 제 소회를 적은 글이라 굳이 다듬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마음연결에 올라온 상담 글을 읽다가 문득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들에 마구 적어보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혼자서 꾸면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 는 말이 있습니다.
혼자서 고민하면 잘 안 보여도 함께 고민하면 더 많은 다양한 길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길에 친구사이가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라고 맺으려고 했는데 너무 오글거리는 멘트인 것 같네요.
참 덥고 미세먼지가 많은 하루였네요. 꽃가루도 많이 날리는 것 같으니 알러지성 비염 있으신 분들은 조심하시고, 호흡기 약하신 분들은 마스크 잘 쓰고 다니시기 바랍니다.
애널섹스 하면서 자기 아기를 낳아달라고 하고 대형마트에서 레즈커플이 스스럼 없이 스킨십하며 다니고 철부지 게이가 철이 들고 상담원은 끙끙대며 자살상담 답글을 달고 이번 퀴어퍼레이드에는 어떤 걸 할까 활동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세상에 나 혼자뿐인 것 같아 죽고 싶어하는 성소수자가 공존하는 그런 세상입니다.
이 글을 읽고 이 곳에 인연이 되어 들어오신 모든 분들이 행복하시길 마음 모아 기도합니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