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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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가르침과 이야기들이 나와 함께 할 것이다. 또 그런 순간들이 기대도 되고, 다른 한편으론 이렇게 쉼 없이 달리다 제 풀에 쓰러질까 걱정도 되고 뭐, 그렇다. 그래도 중요한 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곁에 있으니 마냥 두렵지만은 않다는 것. 또 이 마음들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리라는 사실도 변함없을 테니까.
- 2013년 3월 [친구사이 소식지33호] 상근자 교육을 마치며 中
지난 3월 안식월에 대한 기고 부탁을 받고 자연스레 친구사이에서 보낸 지난 3년이란 시간을 돌아 볼 수밖에 없었다. 생각을 하던 중에, 문득 3년 전 이 맘 때 처음 상근 활동을 시작하며 소식지에 썼던 짧은 글이 떠올라 찾아보고는 밀려오는 미안함과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시간이 필요해”
어느 날, 긴 회의가 끝나고 뒤풀이에서 맥주 한잔을 걸치고 녹초가 되어 들어가던 심야 택시 안에서 내가 생각하던 활동가로서의 삶이 이런 모습이었는지, 뭔가 남는 것 없이 소모되고만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활동 3년 차, 느는 건 한숨과 체념이고, 커진 건 목청 뿐. 앞에선 세상을 바꾸는 힘과 불의에 맞서는 용기를 이야기 하지만 정작 돌아서면 당장 출금 되어야 할 이번 달 사무실 월세와 급여 생각에 초조해하고, 월말이면 어김없이 바닥을 보이는 나의 통장 잔고에 또 한 번 좌절하는 일상의 반복. 이렇듯 내가 실현하고 싶은 나와 현실속의 나 사이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내리는 이런 생활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이 답답한 마음을 누군가와 나누어도 그때 잠시뿐. 이렇게 마음이 한번 기울기 시작하니 몸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바로 잡기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렇다, 활동 3년. 어떻게 귀신같이 알고 나에게도 그 시간이 찾아 온 것이다 바로 ‘권태기’. 혼란한 머릿속과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나를 위한 시간’
사실 안식월의 계획은 별다른 것 없이 충분한 휴식과 그 동안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인 일주일간의 일본여행이었다.
느지막이 눈을 떠서 늦은 아침을 먹고 집 앞에 있는 천변에 나가 길을 따라 걸으면서 평소엔 보지 못했던 동네의 풍경들을 보기도 하고, 가보지 않았던 골목들을 걸어보고 또 어떤 날은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한강까지 달리기도 했다. 또 길을 걸으며 안식월을 맞이하기 전 나도 모르게 감정적으로 날을 세워 마주했던 순간들, 혹은 사람들을 다시 떠올려보기도 했고 또 3년 전 아무것도 모른 채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일을 시작하며 낯선 도시에서 마주했던 생경한 풍경들과 만났던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들을 추억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맞을 때는 장을 봐서 집에서 직접 종종 요리를 해먹기도 했다. 사실 일을 하다 보면 늘 시간에 쫓겨 제때 식사를 못하거나 부실하게 먹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니만큼 안식월 동안에는 집에서 되도록 해먹으려 노력했다. (단, 맛은 보장 할 수 없었다는 슬픈 이야기.)

안식월의 두 번째 계획이었던 생에 첫 해외여행. 바로 그 행선지는 일본이었다. 사실 첫 해외여행이니만큼 내가 갈 수 있는 한 가장 먼 나라로 떠나고 싶었으나 안식월이 끝나면 날아들 카드명세서와 지금 통장에 남아 있는 잔고를 떠올리니 그나마 이렇게 일본이라도 다녀오는 것이 어디인가 싶었다. 일본에선 일주일 정도 머물렀는데 여행의 동선 역시 안식월의 목적에 맞게 최대한 짧게 또 인파가 붐비지 않는 도심의 근교나 조용한 곳들 위주로 다녔다.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요코하마의 항구를 보았고 일본의 오래된 전차 에노덴을 타고 슬램덩크와 최근 개봉한 영화 ‘바다마을 다이어리’의 배경이 되었던 가마쿠라와 에노시마에도 다녀왔다.

“다시, 나의 자리”
자전거 몇 번 타고, 여행 한번 다녀오고 여독을 풀며 쉬다 보니, 어느 덧 한 달의 안식월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를 했다. 나의 자리로 돌아온 감흥을 느낄 틈도 없이 자리를 비운 동안 진행되었던 업무들을 따라 가느라 정신이 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안식월 이전에 비해 확실히 몸과 마음이 여유롭고 가벼워진 느낌이다.
이번 안식월을 통해 느낀 것은 지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활동을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 또 활동가로서 생각하는 바를 실현하고, 다른 이들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분노하는 것 역시 나의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여유와 마음의 평화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이다. 여전히 나는 먼 내일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현실 속에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고 그 감각을 일깨워주는 경악스러운 소식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도처에서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이번 안식월은 내가 한 동안 잊고 있었던 처음의 마음을 되짚어보고 한 걸음 물러나서 나와 주변을 다시 둘러보며 삶의 여유를 찾는 계기가 된 고마운 시간이었다.
끝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수고해 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이 좋은 시간들이 나 뿐만이 아닌 동료들에게도 돌아갈 수 있기를! (3년 참, 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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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상근자/ 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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