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가 읽는 한국사회 - 큐티(QsocieTY)' 세번째 학기가 돌아왔습니다. 이번 학기의 주제는 "혐오"입니다.
2015년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렸던 퀴어문화축제에 동성애혐오세력들이 몰려와 부채춤을 추던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2013년 청계천 광통교에서 열린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의 결혼식 때 똥물을 퍼부었던 한 개신교 장로의 모습도 기억나는군요. 지난해만 해도 <동성애 is>, <리愛마마 : 동성애탈출> 등 '동성애에서 빠져나오라'는 요지의 책이 여러 권 출판되었고, 2014년부턴 아예 '성과학연구협회'라는 학회가 만들어져 동성애혐오 논리를 보충하는 연구활동까지 벌이고 있지요. 동성애자의 권리가 포함된 '성적지향·성별정체성' 관련 조항이 있다는 이유로, 2014년 서울시민인권헌장, 2015년 대전지 성평등기본조례가 각각 폐기되는 일이 있기도 했습니다.
대체 왜 저들은 저토록 집요하게 동성애자를 포함한 성소수자를 미워하는가, 그들의 혐오는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작동되며, 사회에 어떤 해악을 미치는가. 이번 학기에는 이 점에 대해 한번 팔 걷어붙이고 파보고자 합니다. 함께 읽을 첫 번째 책은, 마사 누스바움의 <혐오에서 인류애로>로, 이 책은 한국의 '게이법조회'가 해제를 쓴 책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있었던 동성애혐오의 양상이 소개되어있고, 그것을 극복하여 2015년 동성결혼 합헌 판결을 이끌어내었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미국의 사례를 꼭 따라가야 할 무엇으로 바라보기보다는, 한국에서 점점 그 입김이 거세어지고 있는 혐오세력에 대해, 게이들이 어떤 방비를 해야 할지 고민하기 위해 참고삼기에 충분한 책이리라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읽을 책은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입니다. 갑자기 왜 여성혐오냐 궁금해하실 수 있지만, "구태여, 혹은 감히 말해서는 안될 性"으로 취급되었다는 점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억압의 역사는 여성에 대한 억압의 역사와 상당 부분 겹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여성혐오에 대한 일본의 사례를 훑은 다음, '성별' 그리고 '섹슈얼리티'와 관련된 억압이 한국에서는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함께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게이들에게 쏟아지는 '혐오'를 비롯하여, 자칫 우리 게이들 스스로 누군가를 향해 품을 수도 있을 '혐오'의 실체를, 함께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첫번째 학기의 '박정희, 두번째 학기의 '빚/금융'에 이어, 세번째 학기의 '혐오'는 게이들의 삶에 한층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는 주제라 생각됩니다. 이번 학기 동안 그런 '당사자'의 목소리, 당사자의 입장을 많이 듣고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합니다.
참가신청: http://goo.gl/forms/3k1vltjZf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