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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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내 인생의 퀴어영화 #9
: 영원한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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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만 개의 삶과 사랑, 아픔과 감동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매력에 빠져,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즐겨봅니다. 특히 영화에서 그려지는 주인공들의 삶이 내 삶과 연결되어 있을 때 그 느낌은 배가 되죠. 영화로 만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영원한 여름 (Eternal Summer, 2006)
퀴어영화, 하지만 퀴어적인 요소보다 청춘들의 성장을 그린 청춘에 대한 영화로 소개하고 싶다. 주인공인 캉정싱과 위쇼우헝 그리고 훼이지아.
정싱과 위쇼우헝은 어릴 적부터 함께 해온 친구사이다. 말썽쟁이 위쇼우헝 그리고 학급 모범생이자 반장인 캉정싱. 다른 둘의 관계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된다. 어느 날 선생님은 캉정싱을 불러 한 가지 부탁을 한다. 위쇼우헝의 친구가 되어 바른 길로 이끌어 주라는 것. 그렇게 정싱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위쇼우헝의 친구가 된다. 다른 성격의 둘은 점점 서로를 의지하고 닮아간다.
시간은 흘러 고등학생이 된 정싱의 곁에는 여자친구인 훼이지아가 있다. 둘은 어느 날 작은 일탈을 하게 되고 그 안에서 잠자리를 갖게 되는 둘. 하지만 그날 위쇼우헝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된 정싱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어색해져 버린 둘의 사이에 위쇼우헝이 나타면서 세 사람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정싱의 마음을 알고 있는 훼이지아. 친구의 여자친구를 사랑하게 되는 위쇼우헝. 오랫동안 함께 해온 친구를 사랑하게 되는 정싱.

정싱은 위쇼우헝에 대한 감정이 커질수록 괴롭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훼이지아 역시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위쇼우헝도 점점 자신을 피하는 정싱을 보며 힘들어 한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면서 이들의 관계는 더욱 어긋나기 시작한다. 쇼우헝은 훼이지아와 사귀게 되고 미안한 마음에 정싱에게는 비밀로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 하던 정싱은 둘의 곁을 떠나려 하고 어긋나버린 관계 속에서 세 사람은 서로의 비밀을 안은 채 바닷가로 향한다.

난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정싱이 된 것 같이 감정이입을 한다. 누구나 한번쯤 이런 가슴 아픈 사랑 해 보지 않았을까?
초등학교 3학년, 서울로 전학 온 나는 친구가 없었다. 그런 나에게 말을 건넨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나보다 일주일 먼저 전학을 왔다고 했다. 자연스레 친구가 된 우리는 매일 등하교를 같이 하고 점심을 함께 먹는 사이가 됐다. 그러다 내가 어떤 감정에서 한 행동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친구의 서랍 속에 우유에 타먹는 네스퀵과 편지 한 장을 몰래 넣었는데 그 편지를 읽은 친구는 점점 나를 멀리 했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내용의 편지를 썼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고맙고 네가 좋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영화에서 캉정싱은 말한다.
“내가 만약 선생님의 부탁을 거절했다면 지금의 나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영화에서 캉정싱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의 반에 괜찮은 여자가 있다며 위쇼우헝을 떠보기도 하고, 훼이지아와 사귀는 위쇼우헝에게 진짜로 좋아하는 거냐며 되묻고는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게임에서 훼이지아와 자신, 둘 중에 누가 좋냐고 묻기도 한다. 그리고 위쇼우헝의 진심을 알고 버스 안에서 눈물 흘리며, 슬픔에 모르는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는 정싱의 이런 세세한 감정 표현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러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나에게 와 닿는다는 점에서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 바다가 있다. 시작에 나타나는 고요한 바다는 푸르고 따듯했지만 끝에서의 바다는 주인공들의 감정을 나타내는 듯 파도가 일렁이며 차갑고 무거운 느낌을 준다. 짝사랑에서 외사랑이 되어버린 두 사람의 관계가 열린 결말을 가지고 있지만 기뻐서인지 슬픔에 울먹이는지 모를 캉정싱의 표정에서 오는 먹먹함에 이들의 관계가 해피엔딩이 되지 못할 것 같아 더욱 차갑고 시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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