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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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경 2015-09-22 20:55:38
+3 1064

개인적으로 심란한 며칠을 보내고 있는 요즈음 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곱씹어 보며 

내가 누군가에게 짐이되고 있는 거 같아서 

외롭고 쓸쓸해졌지요.


일과 후 그이가 차려준 점심을 먹고 잠깐 쉬다

갑작스럽게 연락이 온 후배와 후배 어머님을 만나기 위해서

집을 나섰습니다.


내 마음이 흔들려서일까요?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얼굴 속에서 깊은 수심들과 힘겨워하는 목소리를

듣습니다.

고깃집의 종업원으로 보이는 젊은이는 기부스를 한 팔을 가지고 숫불에 불을 붙이고 

손님상으로 가져가기위해서 일을 하는데 평소대로 하지 못해서 짜증이 나는 마음이

읽혀졌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그저 고단함을 안다는 것 뿐이었지요.


잠깐 호흡을 정리하고 후배와 후배의 어머님를 맞이했습니다.

나를 처음, 아니 당신 자녀 말고 게이를 처음 만나는 분일 텐데, 게이들이 모여 있는

사무실 공간이 낯설고 무서웠을 수도 있는데, 후배의 어머님은 따뜻한 눈 빛으로

저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 고맙습니다."

그간 마음에 쌓아두었던 감정들과 마음고생으로 말을 채 끝내지도 못하고

눈시울이 붉어진채 울먹이셨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이렇게 가슴 뜨거운  말인지 예전에는 알지 못했습니다.

나를 돌아보니 이런 마음으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해 본적이 없어서 부끄러웠지요.

그렇게 애타게 무엇인가를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원하고 사랑하지 못했던 탓이겠지요

간절하게 삶을 살아가지 못했기에, 말은 말이었을 뿐 영혼을 담아내지는 못했던 거 같아요.


지난 일 년 동안 후배와 후배 어머니와 저는 전화로 많은 위기의 순간들을  위로하고 힘을 내자고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어느 때는 이런 후배를 어머님이 버리지 않도록 억지로 후배의 장점들을 나열하면서 희망을 구걸하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나의 마음은 가난을 이유로, 어쩌면 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져서 부모로부터 버림 받을 거 같았던, 

내 과거의 불안의 모습이기도 했던 거 같습니다.

여전히 생각들 속에서 자살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하지만, 타인들을 신뢰하는 마음이 커지는 후배를 느낍니다.

혼자라는 고독의 집에서 문을 열어 바람을 맞이하는 후배가 친구들과 웃을 수 있는 날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후배의 어머님의 눈물이 제 마음속에서 가라 앉아 있는 어머님의 눈물이 떠오릅니다.

예전에 가난했던 시절에 도움을 주셨던 큰 고모님이랑 전화 통화를 하면서 어머니는 늘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고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남편 몰래 남동생에게 돈을 마련해 준 것을, 재산 빼돌리다며 고모는 많이 맞고 살았나 봅니다.

큰 딸로서 형제들 다 건사하고 당신의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야 했던 고모의 삶이 어머니에게 그리고 훌쩍 

자라서 이제는 늙어가고 있는 나에게도 여전히 먹먹함이 들게 합니다.


산다는 것은 특별해지는 것이 아니라 평범해지는 과정같습니다.

오늘 평범한 삶의 단단한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크리스:D 2015-09-23 오후 20:26

언니♡
언니의 삶을 향한 열정과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 항상 옆에서 보며 배우고 있어요.
누군가는 언니 덕분에 살아갈 힘을 얻고 감사한 마음으로 지낸다는 거 잊지 마셨으면..
존경합니다^^

belina 2015-09-24 오전 10:29

고모님의 삶을 이해하는 좋은 조카를 두신 그 고모님은 행복하신 분입니다 평범한 삶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참 슬픈 것 같아요

성상달 2015-09-25 오전 07:02

마지막 문단이 묵직하네요. 하루 일과의 끝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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