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7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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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대구퀴어문화축제 참여기
- 친구사이는 무지개버스를 타고
‘퀴어의 달’ 6월의 끝자락에 극적으로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의 감흥이 한 주를 버티게 한 7월 첫째주 일요일. 주말에는 늦잠이 보약이라는 다짐을 또 어겼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퀴어문화축제를 개최하는 또 한 곳, 바로 대구에서의 열기를 만끽하기 위해 내려가는 우리를 무지개버스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졸린 눈을 비비고 부랴부랴 꽃단장을 하며 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분명 벅차게 행복한 경험일 것을 잘 아니까. 지난날 느낀 퀴어문화축제에서의 꿀잼을 몸이 기억하고 마음이 동요하니까.
특히 서울에서 시청광장을 확보하기 위해 일궈낸 사투만큼이나 대구에서도 우여곡절 끝에 축제를 지켜냈다는 소식을 이미 접한 상황이었다. 축제 슬로건이 처음 ‘007th 혐오를 쏴라!’에서 ‘너의 ’퀴어‘를 뽐내봐’로, 그리고 막판에 ‘혐오냠냠’으로 바뀐 것만 봐도 조직위원회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대구 중구청장은 무슨 배짱으로 신고제인 야외무대 사용을 불허 통보했을까. ‘보수단체와의 충돌에 의한 안전문제’라면 중구청과 지방경찰청이 안전을 지켜주면 되고, 우리나라에서 대구/경북 지역이 동성결혼 법제화에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말이다. (http://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605) 더욱이 기독교 단체와의 면담 후 통보한 결정이었기에 그 속내가 빤히 보였고, 그러기에 법원의 허용 결정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버스에서 내려 부스가 설치된 장소로 가 세팅을 도와주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친구사이 부스는 길목 끝자락에 있어 부스 안에서 봤을 때 오른쪽으로는 다른 부스들이 저마다의 색깔로 빛났고, 왼쪽으로는 역시나 혐오세력들이 떠들썩하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여유작렬 콧수염아저씨, 눈물겨운 목 쉰 아가씨 등 서울에서 봤던 익숙한 얼굴도 눈에 띄었다. 콧방귀를 뀐 채 우선 다양한 부스들을 돌며 눈과 귀를 정화시켰고, 메인 무대에서 곧 펼쳐질 흥겨운 한마당을 상상했다. It's G_Voice's Time! 혐오와 차별에 맞서 성소수자의 삶을 노래하는 지_보이스가 대구에도 출동해 분위기를 돋우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끝까지 웃음을 간직하며 아름다움을 뽐낸 지_보이스에 박수를!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대구퀴어퍼레이드! 얼마나 가는지, 어디로 향하는지는 몰라도 함께 걷는 이 걸음이 사랑으로 넘치길 바라며 발걸음을 옮기던 중, 퍼레이드가 순간 멈췄다. 혐오세력들이 또 길을 막은 건지 확인하려고 행렬 앞으로 간 찰나, 못 볼 꼴을 보고 말았다. 대구퀴어문화축제 현수막이 오물로 인해 더렵혀진 것이다. 범인이 알고 보니 김조광수·김승환 부부 결혼식 때도 축하공연 중이던 지_보이스에 인분을 뿌린 이정대 장로였다는 사실이 참 소오름.
그 외에도 길 양쪽으로 이어진 차별과 혐오의 이중주를 보며 저들의 실체는 무엇이고 왜 그토록 동성애 반대에 매달리는지 또 한 번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동성애 조장=에이즈 확산=세금 폭탄’이라는 공식을 내세우지만 정작 한국 교회가 세금을 내지 않는 건 누구나 아는 현실이고, 대구에 와서 ‘박원순 OUT'을 외치는 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며, 한 손에는 '동성애 OUT' 피켓을, 다른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젊은이들이 딱 봐도 강제동원 됐음을 알 수 있는데 말이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헌신과 광신, 그 어디쯤일까.
그래도 우리가 누구랴. 작년 퀴어퍼레이드와 <친구사이 20> 퍼레이드, 그리고 올해 서울 시청 주변에서의 퀴어퍼레이드 등으로 똘똘 다져진 이쁜이들 아닌가. 당차게 나아가며 지_보이스의 ‘나에게 가는 길’, ‘금관의 예수’, ‘Congratulations', 그리고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Beautiful' 등을 함께 부를 때의 울림이 주변 사람들을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그렇게 긴긴 퍼레이드가 이어졌으나 호모포비아 세력들의 방해로 원래 가려던 길까지는 가지 못하고 결국 막판에 급 결성된 길거리 무대. 빠질 수 없는 우리 무대체질 5인방의 끼로라가 뭇 퀴어팬들을 열광시켰다. (나는 그저 우리 친구들이 참 자랑스럽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은 어느새 7월 26일 일요일. 대구에서의 추억을 뒤로 하고 쏜살같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파묻혀 지낸지도 벌써 3주가 지났다. 평소에는 자긍심을 드러낼 여유도, 미래를 위한 도전도 쉽게 꺼내놓지 못하며 살아가는 우리네 삶이지만,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그 날 하루만큼은 우리 모두가 주인공인 다양함과 어울림의 물결이 곳곳에 퍼진다. 이제는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의 바람을 피할 수 없다. 각자의 삶이 그대로 존중받는 사회,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 이슈가 그 옛날 안주거리가 되는 세상이 올 때까지 퀴어문화축제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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