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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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즈 게임
#7
Dys·4·ia
디스포리아
*트랜스젠더가 느끼는 성별 불일치감을 나타냄.
가시적인 자신의 신체, 사회에서 받는 각종 젠더에 근거한 요구 등으로 인해 느껴지는, 성별로 인한 모든 혼란과 불쾌감을 말한다.
이번달에 살펴볼 물건은, Anna Anthropy라는 MTF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만든 게임, "dys4ia"야. 엄밀히 말하면 게이 게임을 다루겠다는 주제('성적 지향'으로서의 접근)와는 다른 범주이기는 하지만, 다루어보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 싶었어. 우리는 우리가 "LGBTIQ"라고 정의하는 '집단'의 '구성원'들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정작 나부터도, 트랜스젠더에게 무심코 무지에서 나온 혐오발언을 하지는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야. '성소수자' 집단의 구성원들 간의 차이는 생각보다 클 수도 있어. 오히려 '비슷하다'는 인식 때문에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해. 그만큼 서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겠지. 이 게임은 그런 면에서, 모든 트랜스젠더의 경험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 이해를 도울 수도 있겠다 싶어서 소개하게 됐어.
플래시 게임이네?
응. 이 게임을 처음 만난게 언제였더라. 몇 년 전, 한참 예술 게임(Art Game)들이 플래시로 많이 제작되던 시기였지. 예술게임은 작가주의적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쉽게 말하면 게임이라기 보다는, 우리에게 순수미술로 여겨지는 형태의 예술에 가까운 형태의 존재야. 통찰을 주려 하는 목적이 강한 것들, 그냥 아무 생각이 없는 것들, 구체적인 것, 추상적인 것, 다양하지.
음... 찾아보니 그냥 켜놓고 보고있어야 되는 것도 많고. 게임 맞아? 싶은 것들도 있는데.
그냥 작가가 게임이라고 하면 게임. 시인이 시라고 하면 시인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뭐가 그래. 아무튼 이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이것은 제가 호르몬을 하며 겪은 경험에 대한 자전적 게임입니다.
이는 저의 개인적 경험일 뿐이며, 모든 트랜스젠더를 대표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음을 밝힙니다.
작가가 서문에서 밝히듯 이 게임은 작가의 경험을 기반으로 했어. 자신의 신체에 위화감을 느끼고, 자신을 무심코 남자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느끼던 작가는 호르몬을 하기로 결심하는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불편, 그리고 해방감을 게임의 형태로 묘사하고 있어. 그 비유들이 전적으로 '게임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 재미있지. 테트리스, 갤러그, 팩맨, 퐁 등의 고전게임들이 호명되는데, 이 고전게임들의 공통점은 모두 '점수'와 '성취'가 중요하다는 점이지. 즉 어떤 기준이 정해져 있고, 거기에 맞춰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야. 하지만 작가의 경험, 즉 이 게임에서는, 그 시도는 항상 좌절로 나타나.

불가능
그 어느 수를 쓰더라도 플레이어는 위에 제시된 '과제'를 '수행'할 수 없어. 불가능하거든. 붉은 벽돌 구멍을 지나가지 못하는- 즉 패싱(passing)에 성공하지 못하는 자신의 신체에 대한 불편함을 게임의 형태로 묘사한 것으로 보여. 그 신체(녹색 블럭)의 모양은 '이상하'지. "대체 왜 이 블럭은 이런 모양인 거야!" 라는 플레이어의 답답함과, 작가가 가진 답답함이 공감을 이루는 지점인 거야.
이 게임을 지배하는 감각은 '불편함'이야. 음악에서부터, 눈을 자극하는 원색의 색, 제시되는 과제의 성취불가능성, 모든 것이 다 불편해.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고 날뛰지만, 어쩐지 점차 해방감이 솟아오르지. 이건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는 오묘한 느낌이니까, 직접 경험해봤으면 좋겠어. 이 불편함이 바로 게임이 전하고자 하는 것을, 가장 완벽하게 전하고 있거든.

1탄. 엿같은 젠더 이야기
2탄. 엿같은 병원 이야기
3탄. 엿같은 호르몬 이야기
4탄 더 나아질거야?
단속적인 리듬으로 온갖 장면이 계속되는데, 게임 전체는 총 4막으로 나뉘어 있어. 1~3막에서는 자신의 불편한 경험에 대한 각기 다른 지점을 보여주지. 4막에서는 호르몬 요법 이후 변한 점과 변하지 않은 점을 보여줘. 가슴은 커지고 턱수염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콧수염은 면도를 해야 해. 이전에 '나'를 남자라고 부르던 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남자라고 불러. 호르몬 요법으로 간은 상하고, 기운도 없어지고.
그냥 마법같이 모든 것이 변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구나.
음... 단점이 있고, 그렇기에 선택과 결심이 필요한 부분이겠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불행한 선택이라거나, 고통이라거나... 그런 식으로 보는 것은 분명 잘못된 시선일 거야. 이 게임의 주인공도 주변 사람들의 만류를 받아. 건강을 해친다며. 하지만 호르몬 요법을 통해 '나'는 자긍심을 얻어. 그게 제일 필요했던 거야. 불쾌한 경험을 할 때마다 '나 여자야'라는 말을 자신에게 속삭였던 '나'는, 당당하게 그 말을 다른 사람에게 외칠 수 있게 되지. 그것이야말로 '건강'이었던 거야. 이 사람에게는.
작가의 이러한 자전적 경험이 우리에게 더 직접적으로 와닿을 수 있는 건, '게임'이라는 방식이, 그 좌절과 불편함에 공감할 수 있는 단초를 주기 때문일 거야. 그리고 이 게임은 여러모로, 그렇게 하기 위해 음악, 그래픽, 게임 디자인 등의 여러 방면에서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나. 그래픽은 묘하고 불편하지만 아름다워. 조작은 익숙치 않지만 생각보다 훨씬 단순하지. '게임' 측면에서의 요소 하나하나가 모두 '자전'인 거야. 게임은 http://wizardofvore.itch.io/dys4ia 에서 5달러에 판매되고 있어. 10분 정도의 짧은 경험이지만 독특하고 의미있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시간이 될 거야.
플래시 게임을 돈받고 판다구?
응. 사실 공짜인 게 이상했던 것 아닐까... "만들고 싶어서 만든 거니까 당연히 공짜로 배포해야지!"라는 생각은 열정페이랑 똑같다고 생각해. 예전에는 그런 인식이 당연했다면 이제는 게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으니까. 이 게임도 이전에는 무료로 공개되었는데 최근에 유료 전환한 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이런 형태의 게임이 팔릴 수 있게 된 건 다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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