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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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내 인생의 퀴어영화
: 더 노멀 하트(The Normal Heart)

먼저 밝혀두자면 이제 소개할 <더 노멀 하트>가 꽤 훌륭한 영화이지만 내 인생의 퀴어영화는 아니다. 아직까지 내 인생 최고의 퀴어영화는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인데 올해로 개봉한지 10년이나 된 대표적인 퀴어영화를 굳이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이 영화를 골랐다. <더 노멀 하트>를 선택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 비교적 최신영화(2014년작)임에도 미국 TV영화(HBO)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이 안 알려졌고, 둘째 게이영화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잘 생기고 섹시한 배우들이 많이 나오며, 마지막으로 실제 존재하는 게이단체 이야기를 다뤄서 친구사이 회원들이 보면 공감할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1981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에이즈 발생초기의 상황과 그에 맞서 나가는 게이활동가들의 사랑과 투쟁을 그리고 있다. 에이즈가 아직 그 이름조차 갖기 전인 시절 게이들이 원인 모를 질병으로 고통 받고 하나 둘씩 죽어간다. 지인들의 죽음을 주변에서 지켜보던 네드(마크 러팔로)는 가까운 친구들과 GMHC(Gay Men's Health Crisis)라는 단체를 만들어 이 질병의 심각성을 알리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운동을 펼쳐나간다. 한편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뉴욕타임즈 기자 펠릭스(맷 보머)와 사랑에 빠진 네드는 정부와 사람들의 무관심에 강하게 대응하는 자신의 방식을 부담스러워하는 동료들과 충돌을 겪게 된다.
게이인권운동가를 다뤘다는 점에서 구스 반 산트 감독의 <밀크>를, 에이즈를 다뤘다는 점에서 장 마크 발레 감독의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연상시키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출연배우들이다. 위에 언급한 두 배우 외에 <빅뱅이론>의 짐 파슨스(토미), <루킹>의 조나단 그로프(크레이그), <배틀쉽>의 테일러 키취(브루스), 그리고 이 영화의 히로인 줄리아 로버츠(엠마)까지 요즘 인기있고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영화의 캐스팅이 특별한 것은 맷 보머, 짐 파슨스, 조나단 그로프가 실제 게이라는 사실이다.(감독인 라이언 머피도 게이다.) 게이역할을 꼭 게이배우가 할 필요는 없지만 일단 같은 게이라서 반갑고, 그래서인지 그들의 연기에 더욱 몰입하고 공감하게 되는 것 같다. 캐스팅뿐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도 휼륭한데 헐크 마크 러팔로의 게이연기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영화 후반부 수척한 맷 보머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어색했던 것은 중간 중간 욕설을 내뱉고 시위대를 향해 주먹을 날리는 쉘든을 보는 것이었다.(<빅뱅이론>의 팬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이 영화의 또하나 흥미로운 점은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전혀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30년 전 뉴욕이라는 시/공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과 놀랄 만큼 비슷한 장면들이 많다. 에이즈로 의심되는 환자가 탄 지하철과 기내 장면은 등장하는 사람들이 마스크만 쓰고 있었다면 메르스로 신음하는 우리네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고, 게이들의 끊임없는 조사요구를 무시하는 정부와 GMHC 사무실 앞에서 에이즈의 원인을 게이들에게 돌리는 시위대는 매년 퀴어 퍼레이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그렇다고 이런 부정적인 장면만 눈에 띄는 것도 아니다. 1980년대 초인데도 불구하고 현재의 찜질방 같은 시설을 홍보하는 TV광고와 활발한 대학 내 게이커뮤니티 모습을 보면서 확실히 미국의 게이문화가 앞서 나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 영화를 2014년 9월에 보고 이 글을 쓰기 위해 며칠 전에 또 봤다. 그 사이 나에게 변화가 있다면 작년 11월부터 친구사이에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다시 영화를 보니까 영화 속에 지보이스가 보이고, 아이다호 행사가 보이고, 마음연결도 보이며, 단체 내의 갈등도 눈에 들어왔다. 친구사이에 나오기 전, 3가지 다짐을 했다. 첫째 난 친구사이에 물 보러 가는 것이 아니야, 둘째 1년은 꾸준히 나오자, 셋째 친구는 천천히 사귀자. 어떤 생각이나 계획 같은 것은 없었고 그냥 조용히 지켜보면서 참여라도 하고 싶었다. 7개월이 지난 지금 애초에 막연한 기대와 희망을 품지 않아서 그런지 지금까지의 활동에 특별히 거부감이 들거나 실망한 적은 거의 없다. 오히려 점점 정이 든다고 할까? 각자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따뜻해지고, 그 사람들과 조금씩 친해져가는 과정이 즐겁다.
영화 얘기로 돌아와서 영화의 마지막 토미의 책상서랍 속 카드는 에이즈로 희생된 동료들의 죽음을 상징하지만 한편으론 자유로운 성생활을 위해 힘겹게 싸워 왔던 게이들의 투쟁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들의 희생과 열정이 최근 있었던 아일랜드 동성결혼 합법화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나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친구사이 회원들 아니 이 글을 보는 게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M] 열심히 섹스하라! 여러분의 섹스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 지어니!(콘돔은 꼭 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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