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친구사이 사정전에서는 세월호 참사1주기를 맞아 함께 참여하기 전 이 추모제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참여해야 할까를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기 위한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그 간담회때 제가 적어간 글인데, 민망하지만 공유해봅니다.
1년이라 슬픔은 흐릿해진만큼, 분노는 선명해 졌다고 생각합니다.
어제의 추모제에 다녀온 후기는 또 나중 이야기겠지만, 일단 어제까지의 기억을 담아 올려봅니다.
-
여느날과 다르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인도 다녀온지 얼마 안된 터라 늦잠을 자고 언제나 그렇듯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갔습니다.
최신글을 보던 중 ‘수학여행 가던 고등학생들이 탄 여객선 침몰’ 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뉴스를 틀었습니다. 놀란 마음으로 뉴스를 지켜봤습니다.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이라니……
그 시간 이후 저의 일상은 일어나면 뉴스를 켜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소식을 보고,
아픔과 걱정을 함께 나누고, 생존소식, 구출소식만을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그런 간절한 염원에
비웃기라도 하듯 연일 상황은 악화되어갔습니다. 악화되어 가는 상황만큼 그 사건이 있고
한달 정도까지 저의 일상도 함께 침몰해갔습니다.
샤워를 할때도 내가 씻고 있는 물에 아이들이 갇혀 있다고 생각하면 숨이 턱턱 막혀왔습니다.
눈을 감고 물을 맞으면, 왠지 내가 그 물속에 있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잠을 자려고 불을 끄면 온통 깜깜해지는 방에 살려달라고 외치는 그들이 보이는거 같기도 하고,
제가 배안에 갇혀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직접 갇혀있었거나…그들을 기다리는
가족들만큼은 아니였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저 역시도 고통스러운 생활들이 이어졌습니다.
하루하루 잠들때마다 미한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커져갔습니다.
참사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뭍으로 하나 둘씩 아이들이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은 차가운 주검이었습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임시분향소가 차려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조건 그곳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녀와야 이 죄스러운 마음이 이 주체할수 없는 고통이 조금이나마 덜어질 것 같았습니다.
곁에서 함께 걱정하고 고통을 나누던 친구들 중에 만루와 함께 그곳을 찾았습니다.
처음 방문해본 안산이란 곳은 조용하고 한적했습니다.
고대안산병원을 지나 단원고 근처에 차려진 임시분향소가 가까워 올수록
압도되는 슬픔의 기운에 걸어가는 내내 울컥울컥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검정색의 옷을 입고 오고갔고
희생자의 시신이 수습되고 있는 상황이라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었습니다.
그 슬픔의 성벽 같은 분향소는 처절하다 못해 지독히 현실성이 없게 느껴졌습니다.
건물 벽이 모두 학생들의 영정사진으로 가득했고, 누군가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펑펑 울었습니다. 울면서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분향소를 나와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단원고등학교를 찾았습니다.
가는 길에 학생들이 살았던 아름답게 정렬되어 있는 소담한 빌라촌을 지나는데
이렇게 작고 아름다운 마을의 학생들이 어떻게 그렇게 한꺼번에 희생될 수 있는지…
분노와 슬픔과 무기력함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그렇게 분향소를 찾고 난 후에도 시신이 수습될때마다 저의 기분은 롤러코스터를 탔고,
생존학생이나 희생학생들의 이야기, 일반 탑승자들의 이야기를 언론에서 접할 때 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슬픔에 휩싸이는 날들이 계속 되었습니다.
잊지는 않겠다는 마음이고 항상 생각하면 아프지만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세월호의 기사들을 잠시 멀리했고, 점차 흐릿해져 갔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던 이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비리와 부패들 정부의 무능함 등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또 아무렇지 않게 희생자 가족을 모욕하고, 이제는 반감을 더 가지게 되는 사람들을 보며 다시한번 무기력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무엇을 더 해야만 할까요?
우리가 이 참사를 대하는 방식은 어때야 할까요?
아마 모두가 다를 것입니다.
다만, 지금의 정부는 더 이상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이고,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아마 제2의 세월호 사건이 일어날 것이고 다음 타겟은 나, 혹은 나의 주변이 될테니까요.
-
세월호엔 아직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도 9명이나 되는 사람입니다.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이며, 어머니이고 아버지입니다.
인양을 해서 진실을 밝히는 것, 그리고 그 실종자들을 가족품에 돌려주어야 하는것.
그것을 위해 우리는 함께 해야 합니다.
-
여기서 힘 빠지면 누구 좋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