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다들 고생하던 설 연휴의 마지막 날..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Pl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나가기까지, 무척이나 망설였습니다.
많이 떨렸고 매우 긴장되어 발걸음을 돌릴까도 생각해 봤지만
어쩌면 이 긴장이 좋은 일로 되돌아 올지도 모른단생각에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익숙한 얼굴들도 있었지만, 새롭게 내 자신을 HIV감염인으로 정립한 후 만나는 자리라그런지
다들 새롭게 알게된 친구들 같았습니다.
즐겁게 웃으며 인사하며 서로의 소소한 일상을 공유했습니다.
거창하게 무엇을 하자고 이야기 하지는 않았습니다.
병원은 어디를 다니는지, 건강은 괜찮은지, 서로에게 묻고 대답을 했습니다.
다른 계획을 세우지는 않고, 다음달에 또 만나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전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때론 나 혼자일거라는 생각에 지쳐가는 중이었는데..
나와 같은 질병을 가진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회원들과 함께 하다보니
긴장감을 사라지고 왠지 모른 든든함이 가득 차 올랐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내 몸의 HIV라는 바이러스가
제게는 무척이나 큰 짐이었나 봅니다.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이 한결 가벼워진 나를 느꼈습니다.
이런 모임을 만들어주신 친구사이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좀 더 나아진 모습으로 함께 동참하겠습니다.
친구사이 PL 모임 '가진 사람들'(가칭) 회원들 다들 화이팅!!!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모두 고마운 존재들인 거 같습니다.
감염 취약한 집단의 한 사람으로서( 의학적으로 high risk group 이기에) 정기검진 중에
진단이 된다면, 저 역시도 이 곳에서 많은 위로를 얻을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