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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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3년도지. (중략) '형 술집 오지 마라.' '왜?' 그러니까 쟤가 간 다음에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라는 거야. 길녀 얘기했잖아 내가. 길녀가 왔다 가니까 오호, 소독약을 뿌리고 난리를 치더라고. '왜 그러는데?' 그랬더니 '저년이 에이즈 환자야.' 그러는 거야. 그러면서 걔 먹는 거 다 버리고 유한락스로 닦고 난리를 치는 거야. 그런데 걔가 뭐라고 하냐면 '형이 왔다가도 저래.' 그러는 거야. 그걸 내가 봤잖아. 내가 그때부터 국내 술집을 안 가는 거지."
- 동성애자인권연대 HIV/AIDS인권팀, <8·90년대 남성 동성애자 게토·커뮤니티 보고서>, 2013, 45-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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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더 심했어. 겨울이면, 겨울만 되면 난 발정난 암캐처럼 쏘다녔지. 이 거리 저 거리를 가리지 않고, 그 어떤 곳이라도 내가 못 갈 곳은 없었어. 온몸은 불에 덴듯 뜨겁기만 했었고, 내리는 눈도, 차거운 겨울바람도 날 식혀주지를 못했어. 그래서 외로웠지. 이 세상 어떤 그 무엇으로도 날 달랠 수 없다는 것이 서럽고 외롭기만 했어. 아마 그때부터일 거야. 내 속에 城을 쌓기 시작했던 때가......
- 故 오준수, "편지4"(1995), 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모임 친구사이, <오준수를 추모追慕함>, 2000, 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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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감염된 건 동욱 씨, 당신 책임이 아냐. 오히려 내가 동욱 씨를 감염시켰을 수도 있는 일이잖아. 단지 동욱 씨가 먼저 검사를 받은 것 뿐이야. 동욱 씬 내가 감염된 것이 마치 자신 때문인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러지 마. 내 탓일 수도 있어. 아, 어떤 심정이었을까? 멀리서 나를 바라보며 안쓰럽고 답답했을 그 심정. 다가가 내게 얘기할 수도 없었을 테고, 떠날 수는 더더욱 없어서 그렇게 전화로 내 곁을 빙빙 돌던 바보같은 사람......
추석 이후, 한 통화의 전화를 끝으로 그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고향에서 당분간 쉴 거라던 그 사람, 동욱 씨는 결국 신문지상의 조그마한 기사로 그렇게 내 앞에 나타났다.
나는 국립보건원 조선생에게 그가 자살할 만한 까닭을 물었다. (...) 동욱 씨는 자신이 감염자라는 이유로 해서 치료가 더디어진다는 심한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결국 자살로써 자신의 삶을 마감한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들으며 나는 피눈물을 삼켰다. 어쩜 그럴 수도 있는 건가? 어쩜 세상에 그럴 수도 있단 말인가? 정말 조물주는 있는 건가? 있다면 어째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 故 오준수, "사랑과 오욕의 연대기, 1964~1993(<겨울 허수아비도 사는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도서출판성림,1993) 발췌본", 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모임 친구사이, <오준수를 추모追慕함>, 2000, 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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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만나는 것이 얼마나 증오스러운지 아세요? 오는 사람들을 맞이하면 제가 감염자라는 사실을 더 느끼게 된다구요. 그런데 뭐가 좋아서 웃으며 맞이하겠어요? 제 심정이 어떤지 아세요? 거울 보기에도 겁이 난다구요. 갈수록 괴물 같아지는 얼굴을 볼 때마다 거울을 부숴뜨리고 싶고, 매일 죽고 싶은 마음 뿐이라구요.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들까지 제발 잊어버리고 싶어요. 모든 게 다 싫어요. 이제 다 죄의 대가인가요? 죄를 아무리 많이 지었다고 해도 그렇지, 나의 끝은 죽음 밖에 없잖아요. (...) 차라리 매일 밤에 저는 자다가 그대로 죽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매일 잠들어요. 그 다음날 일어났을 때 얼마나 비참한지 알아요?"
- 권로사 수녀, "이 세상 소풍을 끝낸 루까에게", 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모임 친구사이, <오준수를 추모追慕함>, 200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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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람으로 태어나지 말기를...
- 故 오준수의 일기, 1998.8.8. (추모집 미등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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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일이
뭔지 모르고 삽니다.
내가 죽는 일이
뭔지 모르고 그냥 삽니다. (...)
내가 사는 일이
뭔지 모르고 살 동안에도
내가 죽는 일이
뭔지 모르고 그냥 살 동안에도
세상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살아왔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서늘한 눈으로
그저 내려다 보고 계십니다.
- 故 오준수, "사랑과 오욕의 연대기, 1964~1993(<겨울 허수아비도 사는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도서출판성림,1993) 발췌본", 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모임 친구사이, <오준수를 추모追慕함>, 2000, 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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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혼자 살고 싶다.
아파도 혼자 아프고, 살아도 혼자 살고 싶다. 발악을 해도 혼자 발악하고, 포기를 해도 혼자 하고 싶다. 내가 아프고, 시들어가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싫고, 다른 사람들이 아파 시들어가는 모습 또한 보기 싫다. (...)
멀리 가고 싶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사는,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사는, 내가 모르는 어느 도시나 시골 혹은 항구나 섬이라도 좋겠지. 그래서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살다가, 세월도 모르게 살다가 저 이름모를 야산 언덕배기에 피었다 시들어버리는 잡초처럼 흔적없이 사라져버리고 싶다.
- 故 오준수의 일기, 1998.5.4. (추모집 미등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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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리워해야 할 것은 더 이상 없으리라 생각하며 살았다. 나 혼자서 살기에도 세상은 너무 험하고 급급하기만 했다. 가슴에 그리움을 담기엔 내 숨통이 너무 좁고 작았다.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기로 작심하자 숨통이 풀리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하지만 J, 세상 사는 일이 그렇게 팍팍한 것만은 아니란 사실을 난 아프면서 또 한번 깨달았다. 난 정말이지 나를 버리고 싶다. 그것은 제대로 살고 싶다라는 말과 같은 말이기도 하다.
나와 연결된 모든 것을 사랑하기로 했다. 문득 희망 같은 것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그 희망이란 녀석에 몸을 던지기로 했다. 하고 싶은 일들을 계획하고 실천하고 온몸으로 느끼며 살려한다.
- 故 오준수, "편지9"(1995), 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모임 친구사이, <오준수를 추모追慕함>, 2000. 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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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여 부탁합니다. 우리들에게, 더욱더 꼭꼭 숨어야 하는, 그래야 그나마 세상에서 살 수가 있는 많은 감염자들에게 그 가슴을 열어 주세요. 우리들은 혼자서 외롭게 살아왔지만, 늘 세상을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 故 오준수, "사랑과 오욕의 연대기, 1964~1993(<겨울 허수아비도 사는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도서출판성림,1993) 발췌본", 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모임 친구사이, <오준수를 추모追慕함>, 2000, 56-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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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오준수님이 뿌듯하게 내려보실 날을 함께 희망합니다.